日 언론, 북한 달랠 비용 2조엔 보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상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는 일본의 대북 배상 규모에 달려있다고 일본 언론이 내다봤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과 한국, 중국에 소외되지 않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골몰 중인 일본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비핵화 협상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결국 납치 일본인문제 해결 등 현안을 타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직접 대화 창구를 마련, 경제배상을 카드로 제시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게 일본 언론의 시각이다. 박정희 정권 당시 1965년에 우여곡절 끝에 한일 간에 체결한 한일기본조약(협정)에서 보듯 일본의 대북 협상카드의 핵심은 경제배상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 日언론 "북한에 유리한 결과...우려스럽다"

일본 언론은 최근 조미정상회담과 관련한 보도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북한에 유리한 합의를 도출했다며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정상회담 전에 요구해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거스를 수 없는 비핵화(CVID)가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았고 비핵화 시기도 명기하지 않은 채 북한의 체제보장을 약속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조미 공동합의에서 비핵화 시기와 구체적 내용이 빠지고 종전선언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아사히신문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비핵화를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조미회담에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우익경향이 강한 산케이신문은 "북한이 한미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축소에 이어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주일미군과 일본 방위에도 좋지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한의 비핵화 시간벌기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조미회당 결과를 보면 안도하기 보다 우려가 앞선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미의 고위관리가 비핵화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시간을 벌면서 한미일 언동을 트집 잡아 대가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조미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제기했다고 했으나 정작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에 대해 지금가지 반응이 없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조미정상회담 전에 트럼프대통령의 납치자 문제 논의 약속으로 기대를 걸었던 일본이었다. 그러나 조미정상회담에서 일본에 별다른 이득이 없다는 게 일본 언론의 평가다.

북미정상회담 전 일본 납치피해자가족연락회 기자회견 모습(6.11)
북미정상회담 전 일본 납치피해자가족연락회 기자회견 모습(6.11)

◆ 대북지원 3단계 : 핵사찰비용-인도지원-경제협력

일본 매체들은 자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과정에서 일본이 소외되지 않고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 주목을 끌었다. 대북 경제배상이 그 핵심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조일정상회담을 성사하기 위해 단계적 대북지원책 제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대북지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 비용부담 △인도적 지원 △경제협력 등의 3단계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3일 기자 회견에서 "IAEA가 북한의 검증활동을 재개할 때 초기 비용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기자 회견에서 "미국이 아닌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비핵화 비용을 도울 것이며 도와준다고 이매 얘기했다"는 발언에 대한 응답인 셈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정부가 IAEA 사찰을 위한 인원과 장비의 조달에 필요한 초기 비용의 부담할 생각이다고 보도하고, 지난 2007년에 IAEA가 북한의 영변 핵시설 사찰 시에 일본이 50만 달러를 부담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2단계는 국제기구를 통한 식량과 의약품의 제공 등 인도적 지원이다. 일본 정부는 인도적인 지원도 일본인 납치피해자의 생존확인과 귀국의 실현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때에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북일평양선언'에 서명한 후 악수하는 북한 김정일 국방 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2002년 9월 평양)
'북일평양선언'에 서명한 후 악수하는 북한 김정일 국방 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2002년 9월 평양)

마지막 3단계가 인프라 정비 등 대북 경제배상이다. 지난 2002년 조일간에 체결했던 평양선언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가 대북 경제배상의 관건이다. 당시 조일평양선언에는 일본이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 차원에서 국교정상화 이후 경제협력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 언론은 그 규모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당시 한국에 대한 배상 규모(5억 달러)를 감안해 1조엔 초 내외가 될 것이라는 전망한다. 이와관련 서방 외신은 북한을 달랠 경제 배상은 2조엔을 웃돌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일본 언론은 "거액의 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일본 국내의 여론의 이해가 필요하다"며 "일본인 납치문제와 핵·미사일 문제 해결 없이 국교 정상화 없다는 일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기에 3단계 경제협력으로 가기에는 적잖은 장애물이 많다"고 분석했다.

◆ 일본, "대북 경제 일본에 떠넘길 것"

일본 경제전문 주간지인 니케이비즈니스는 15일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미국 중간선거의 승리만이 가득 차 있다고 힐난했다. 이 매체는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만을 주목, 미국 내 핵미사일이 오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식으로 북한과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북한은  일본이 사정권인 중거리 미사일 폐기를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따른 경제지원은 한국과 일본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한국은 경제 상황 상 막대한 대북지원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대북 경제 지원은 일본이 떠맡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니케이비즈니스는 이어 "한국전쟁의 종전 선언 단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핵 폐기에 따른 경제 지원을 일본에게 강경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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