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분쟁으로 양국 성장률 최대 0.2% 떨어질 것"

【 베이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참석해 팔짱을 낀 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을 듣고 있다. 2017.11.09

글로벌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또 다시 불거졌다. 양국은 서로가 수출하는 품목에 25% 관세를 매기며 무역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더 나은 딜(deal)을 위한 협상전략으로 또 다시 일종의 수사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미중간 고관세가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무역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공포만으로도 세계 경제는 위축될 수 있다. 게다가 달러와 유가 상승압박이 고조된 상황에서 미중간 무역전쟁 공포가 더해지면서 다른 국가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훨씬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무역전쟁 공포만으로도 세계경제 위축 가능"

인도수에즈자산운용의 마리 오웬 톰센 글로벌수석이코노미스트는 "보호주의에 대한 논의 자체 만으로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는 세계경제의 존재를 위협하는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경제분석기관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보고서는 미중간 고관세로 인해 양국 모두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0.1∼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불과 올 초에만 해도 세계 경제는 이례적일 정도로 동시 다발적으로 순항했다. 하지만 G2간 무역전쟁 우려가 확산되면서 세계경제는 항로를 이탈하고 있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이 중국 뿐 아니라 동맹국과도 무역 갈등을 빚으면서 광범위한 보복관세가 확산, 글로벌 무역 환경이 붕괴할 위기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경고했다. 

전세계 항만과 항공에서 화물운송이 둔화하고 주요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운송은 지난 2년 동안 팽창했으나 올 3월부터 거의 성장하지 않았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에서 운송 성장률 둔화가 두드러졌다. 트럼프가 이란과의 핵협상을 파기하면서 원유시장도 불안하다. 이란의 원유수출길이 다시 막히면 공급 불안으로 유가는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 뿐 아니라 무역갈등으로 철강, 알루미늄 가격도 오르고 있다. 이에 공장 주문은 줄고 투자는 지연될 양상이다. 일례로 스위스 전자제품업체 일렉트로룩스는 관세 우려로 미국 테네시 공장 라인을 추가할 계획을 최근 잠정 연기했다. 

"고유가+강달러, 세계경제에 독성적 조합"

현재 글로벌 무역전쟁 분위기는 달러와 유가 압박 속에서 나타났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미국이 금리 정상화를 향해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주요 16개국 통화 대비 달러는 올 2월 이후 6% 뛰었다. 유가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이 지속되면서 유가는 올해 20% 넘게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 급등한 강력한 달러가 세계 경제에 독성적 조합'이라며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는 유가 랠리가 전세계 정부와 소비자들을 옥죈다'고 지적했다. 달러와 유가 랠리는 세금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 재량소비를 제한한다. 전세계 소비가 위축되면 결국 성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해지면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번주 유럽중앙은행(ECB) 포럼과 OPEC 총회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는 18일부터 3일 동안 포르투갈 신트라에서는 ECB 중앙은행 포럼이 열린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를 비롯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총재가 참석한다. 이들은 모두 지난주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로 주목받았다. OPEC을 비롯해 석유 감산합의에 참여했던 국가들은 오는 22~23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 모여 공급 정책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유가를 두고 OPEC을 비난해왔고, 그에 따라 증산을 요구하는 정치적 압박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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