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배럴 증산합의... 시장예상 100만배럴에 못미쳐
WTI 5% 가까이 뛰어...美 원유 재고 7주만에 최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2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총회를 통해 원유 증산에 합의했지만 국제유가는 되레 급등했다. 증산 규모가 예상을 크게 하회하면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5% 가까이 뛰었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7주 만에 최저로 줄고,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의 공급 부족 우려도 유가 랠리를 부추겼다. 

이날 WTI는 3.04달러, 4.64% 상승한 배럴당 68.58달러를 나타냈다. 브렌트유는 2.50달러, 3.42% 오른 배럴당 75.55달러를 기록했다. 일주일 동안 WTI는 5.5%, 브렌트유는 2.7% 상승했다. 

이날 유가랠리의 단초는 증산 규모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 점이었다. OPEC는 원유 시장의 수급 균형을 통해 유가를 끌어 올리기 위해 지난 18개월 동안 지속한 감산 규모를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2016년 11월 세웠던 목표인 일평균 감산량 120만배럴을 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현재 일평균 감산규모는 180만배럴로, 결국 이번 합의로 60만배럴 증산하게 된다.

OPEC 공식성명에 따르면 산유국들은 7월 1일부터 감산이행률을 100%로 되돌리는 데에 합의했다. 올 5월 기준 OPEC의 감산이행률은 152%에 달한다. 그동안 60만배럴 초과해서 감산했던 것을 되돌리면 결국 60만배럴 증산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총회에서 목표했던 증산규모 100만배럴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를 제외한 나머지 산유국들이 원유을 당장 충분하게 늘릴 유휴생산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회의 후 시장에 대량의 석유가 새로 풀리리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적어도 지금가지는 예상이 들어맞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번에 일평균 180만배럴 증산할 수도 있다는 예상에 놀아났다"며 "결국 결과는 일평균 60만배럴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OPEC가 14개 회원국들의 증산을 어떤 식으로 배분할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도 유가를 끌어 올렸다. 실제 당장 증산이 가능한 OPEC 산유국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3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의 수하일 모하메드 알 마즈루에이 석유장관은 "어떻게 배분하느냐"는 질문에 "일부 회원국들 사이 이견이 있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OPEC 3대 산유국 이란도 변수였다. 조만간 다시 미국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이란은 증산에 반대했었다. 미국의 제재가 재가동되면 이란은 원유 수출길이 다시 막혀 증산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없다. 

OPEC의 증산결정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도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OPEC가 지속적으로 증산을 해나가길 희망한다"면서 "(원유) 가격을 계속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OPEC와 러시아는 감산합의를 이행해왔다. 그 결과 최근 베네수엘라와 리비아의 산유량 급감, 미국의 이란 제재 등의 요인이 나타나 시장 내 공급 부족 우려가 발생했다. 트레이더들은 선물시장 원유 인도 중심지인 오클라호마 쿠싱의 원유재고가 크게 감소한 점도 랠리를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미즈호증권의 밥 야거 에너지부문 이사는 미국 걸프지역 내 원유재고가 정유공장 가동률 상승의 여파로 줄었고, 그 결과 쿠싱의 원유재고는 적어도 7주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에너지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이번주(~22일) 미국의 원유 시추공 수는 1개 줄어든 862개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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