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p 내려 시장에 1천억달러 유동성 공급
미 관세폭탄 적용 하루 전 7월 5일부터 시행

중국 인민은행
중국 인민은행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상업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춰 시장에 1000억달러 넘는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24일 저녁 전격 발표했다. 올 들어 세번째 인하다. 이번 지준율 인하는 다음달 5일부터 적용되는데,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500억달러에 대한 25% 관세를 적용하기 하루 전이다. 

올 들어 세번째 인하...금융시장 안정화 나서

지준율 인하에 따라 중국 17개 대형은행들은 5000억위안(768억6000만달러) 유동성을 확보한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대형은행들은 지준율 인하를 통해 출자전환용 자금을 확보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다. 중소 은행들도 2000억위안 유동성을 확보해 중소 기업대출을 늘릴 것이라고 인민은행은 밝혔다. 

이번 지준율 인하는 상당 부분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지난주 국무원은 중소 기업들을 돕기 위한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좀 더 크게 보면 이번 조치는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와 성장 둔화에 대비한 측면이 강하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개인과 기업 대출자들의 자금 접근성을 확대하는 정책적 전환을 의미한다'며 '최근 몇 년동안 높은 부채율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적 신용관리를 했던 것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 지도부가 성장을 지지하고 금융시장을 안정화하며 미중 무역전쟁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WSJ는 부연했다. 

지난주 미중 무역전쟁의 판돈이 커지면서 중국 증시가 급락했다. 이에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의 경제책사인 류허 국무원 경제담당 부총리는 이강 인민은행 총재의 입을 통해 시장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관영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외부 충격"을 떨쳐 내기 위해 통화정책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준율 인하 이후 인민은행은 은행들의 대출 쿼터를 늘리고 일부 도시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하며 지방채 제한도 좀 더 풀어줄 것이라고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상하이 소재 JP모간자산운용의 저우 샤오핑 시장전략가는 "중국이 통화 완화의 길에 접어 들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전환 예고...부동산 과열 등 역효과"

문제는 외부요인에 따른 통화정책 전환은 되레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아직도 거대한 부채가 잠재적으로 악화하고 지난 2년 동안 가까스로 통제했던 자산거품이 더욱 팽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민은행은 대형은행에 공급하는 장기 유동성에 대해 출자전환용이라고 못을 박았다. 대형은행들이 도산 위기 기업에 추가 대출을 하는 데에 자금을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그러나 그동안 미세적 완화 조치들이 실효성을 발휘했는지는 의문이라고 WSJ는 반박했다. 일례로 2014년 인민은행은 중소기업에 유동성 공급을 목표로 일부 은행들의 지준율을 인하했다. 하지만 많은 자금은 국영기업에 흘러 들어 갔고 2016년까지 국영기업의 부채는 계속해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민간 기업의 레버리지(부채)는 꾸준히 줄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과열이 다시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세계적 채권운용사 핌코의 진 프리에다 글로벌 전략가는 "유동성이 부동산과 같은 부분으로 누출되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모랄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다음달 예정된 관세폭탄을 적용하면 그 해 동안 중국 성장률은 0.1%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전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로 경고한 2000억달러 중국산에 대한 10% 관세까지 적용되면 성장률 인하폭은 0.3%포인트로 확대된다. 

중국은 대내외적인 성장 위협 요인으로 인해 결국 그동안 통제했던 신용정책을 완화적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WSJ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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