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새누리당 여론조작사건 철저 수사 필요
| 정당의 여론조작은 드루킹 여론조작과 차원 달라
| 일상화된 매크로 불법에 강력한 제재 법안 마련 시급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2006년부터 각종 선거에서 매크로를 활용해 포털에 댓글을 다는 등 여론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고, 새누리당 시절에도 2014년 지방선거에서 매크로를 동원해 가짜뉴스를 유포한 정황이 드러났다. 여론조작에 가담한 성명 불상자를 찾아내 처벌해 달라.”

지방선거전이 한창이던 지난 6월 7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과 강병원 원내대변인이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한 고발장의 요지다.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20일 고발대리인 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사건의 규모와 성격이 중하다고 판단, ‘드루킹’ 김동원(49, 구속)씨 일당을 수사한 사이버수사대 2개 팀에 지능범죄수사대 2개 팀을 보강해 총 27명의 합동수사팀을 꾸렸다.

여론조작의 유혹에 빠져든 개인과 정당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여론조작의 유혹에 빠져든 개인과 정당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이 사건과 관련, 자유한국당은 선거 기간 동안 “드루킹 특검을 물타기 하려는 시도”로 규정했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은 숨을 죽이고 있다. 이 사건은 ‘여론조작’이라는 행위 자체로만 보면 드루킹 사건과 유사하다. 그러나 행위의 주체를 놓고 보면 군부쿠데타처럼 불법을 동원해 정권을 차지하려 한 ‘사이버쿠데타’에 다름 아니다.

드루킹 여론조작: 개인의 욕심이 낳은 국민 기만

① 불순한 의도로 시작된 접근

2016년 중반, 드루킹 김동원(이하 드루킹) 일행은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다. 그들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당시 의원(이하 김경수 의원)을 만나 “문재인 대선후보를 지지하겠다”며 강연을 요청했다.

그해 가을, 김경수 의원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드루킹의 유령출판사 느릅나무를 방문했고, 이후에도 “경선이 시작되기 전에 격려를 해 달라”는 드루킹의 요청에 한 차례 더 찾아갔다.

19대 대선전이 본격화하자, 드루킹 일당은 뽐뿌, 오늘의 유머 등 인기 커뮤니티 상에서 문재인 후보를 홍보하고 타 후보를 비방하며 추천수와 공감수, 댓글 등 여론을 조작했다.

김경수 전 의원 사무실 ⓒ스트레이트뉴스DB
김경수 전 의원 사무실 ⓒ스트레이트뉴스DB

그러나 2017년 3월 23일, 경기도 파주에 불법 선거사무소가 개설됐다는 제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됐다. 자체 조사를 마친 중앙선관위는 5월 5일 검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됐음에도, 드루킹은 5・9대선이 끝난 직후 김경수 의원을 찾아가 변호사인 자신의 지인을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다.

김경수 의원은 드루킹의 인사 청탁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때부터 드루킹은 노골적인 사욕을 드러냈고, 여론조작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는 출발점이 되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경수 의원은 “(드루킹이) 그때부터 자신들이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줄 수 있다며, 요구를 안 들어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반협박식 불만을 심각하게 표시했다. 그 와중에 민정수석실 행정관 이야기를 해서 어렵다고 한 뒤에 (드루킹과) 거리를 뒀다”고 했다.

② 인사 청탁 좌절에 따른 복수전

2017년 말, 드루킹은 자신이 주도하는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회원들에게 복수의 도구인 매크로 프로그램 구입에 대해 언급했다. 프로그램의 구입 목적이 불법인 탓에 상당수 회원들은 반대했지만, 대략 600여 명이 자발적으로 복수전에 참여했다. 한 사람이 다수의 아이디를 생성할 수 있으므로, 600여 명이라는 숫자는 댓글을 조작할 수 있는 아이디가 수천 개가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2018년 들어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입하면서 드루킹의 복수가 시작됐다. 복수전의 첫 번째 소재는 평창올림픽이었다. 1월 17일, 드루킹 일당은 오후 10시경부터 새벽 2시경까지 약 4시간 동안 매크로 프로그램을 가동,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기사에 청와대와 여당, 문화체육관광부를 비판하는 댓글을 달고, 600여 개의 아이디를 활용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댓글의 공감수를 조작했다. 중간 중간에 오사카 총영사를 지칭하는 단어 ‘오사카’를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복수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상한 움직임을 포착한 네이버가 1월 19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던 것이다. 12일 후, 민주당 역시 이 사안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느릅나무출판사를 찾아 항의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자료:KBS 화면 갈무리)
느릅나무출판사를 찾아 항의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자료:KBS 화면 갈무리)

그럼에도 드루킹의 개인적인 욕심은 멈추지 않았다. 2월에는 김경수 의원에게 인사 청탁 거절과 관련된 협박성 문자를 보냈고, 3월에는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을 통해 115건의 메시지까지 전송했던 것.

결국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느릅나무 출판사를 압수수색하기에 이르렀고, 드루킹 등 일당 3명이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드루킹 김동원은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김경수 의원에게 특정 기사에 대한 활동 결과를 보고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경수 의원은 비밀대화방 메시지는 전혀 읽지 않았고, 일반대화방 메시지 일부에 “고맙다”는 답변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드루킹 특검은 27일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다. 향후 조사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김경수 의원이 여론을 조작하라는 지시를 내린 증거가 없고, 드루킹이 대선 직후 두 차례에 걸쳐 인사 청탁을 했다는 점, 반 문재인으로 돌아선 이후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차기 대권 주자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 범행 일체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개인의 일탈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③ 추가로 밝혀지는 범행

그런 가운데, 드루킹 일당이 동일한 수법으로 저지른 범행이 또 밝혀졌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 심리로 열린 3차 공판에서, 총 537개 기사에 달린 “국토부 장관 책임지라”는 댓글 16,658개에 ‘킹크랩 프로그램’으로 무려 184만3,048회나 공감수를 조작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던 것이다. 범행에 동원된 네이버 아이디는 총 2,286개였다.

애초 검찰이 드루킹을 처음 기소할 때 범행 대상이었던 50개의 댓글, 23,813회의 공감수 조작에 비하면 범행 규모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드루킹 일당은 모두 사실이라며 혐의 일체를 인정한 상태다.

공판에 출석 중인 드루킹 김동원(자료:SBS 화면 갈무리)
공판에 출석 중인 드루킹 김동원(자료:SBS 화면 갈무리)

드루킹 일당과 변호인은 재판부를 향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만큼 재판을 종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찰 측은 “아직도 경찰에서 보내오는 증거가 많아 추가 기소가 있을 수 있다”며 재판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검찰이 재판을 계속할 추가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면, 다음 공판일인 7월 4일은 결심공판이 될 예정이다.

드루킹은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에서 “매크로를 사용할 당시 네이버 약관에 매크로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작으로 국민을 기만한 이유 치고는 한참이나 치졸한 이유다.

현재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사이버수사대로부터 넘겨받은 2만여 페이지의 수사기록과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3만여 페이지의 수사기록 등 총 5만여 페이지를 분석 중이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여론조작: 정당 차원의 조직적 국민 기만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2006년부터 2014년 6・4지방선거까지 각종 선거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가짜뉴스를 유포한 정황이 한겨레 단독보도(6월 5일)로 드러났다.

이튿날인 6일에는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디지털종합상황실장으로 근무했던 박철완 교수가 CBS라디오에 출연,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SNS와 포털 사이트 등에서 여론을 조작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지시가 떨어지면 (매크로) 작업을 하는 팀에서 프로그램을 돌려 리트윗 횟수가 수백 회에서 1,000회 가깝게 프로그램에 의해 돌아갔다. 트위터뿐 아니라 댓글도 작업하라고 지시가 떨어졌다”며 증언을 이어갔다.

또한 “당시 댓글 작업을 했던 인물 중에 태블릿PC와 관련된 김한수 등 4~5명이 박근혜 청와대에서 행정관 등으로 근무했고, 관련 사안을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이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2012년 당시 불법적인 온라인 선거운동을 했던 사람들 중에 상당수가 BH(청와대) 홍보수석실로 흘러들어갔다”며, “2014년 지방선거 때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고 봐도 좋다”고도 했다.

(왼쪽부터) 고 이춘상 보좌관을 조문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전하진 전 새누리당 SNS 소통본부장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왼쪽부터) 고 이춘상 보좌관을 조문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전하진 전 새누리당 SNS 소통본부장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한나라당과 세누리당이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받는 선거는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2012년 대선, 2014년 지방선거(오토핫키 프로그램) 등이다.

다음은 2014년 지방선거와 관련, 지금까지 드러난 여론조작 의혹들이다.

▲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장 후보와 세월호 유병언 세력이 연대했다는 허위 사실 배포 및 확산
▲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의 38억 블루바이크 납품 의혹 배포 및 확산
▲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부인 강난희씨의 유병언 일가 연관 의혹 배포 및 확산

이밖에 서울지방경찰청은 2012년 대선 당시 불법 SNS 선거운동을 벌인 ‘서강바른포럼’의 활동, 연평도 포격 당시 북풍을 활용하기 위한 리트윗 활동 등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수사팀은 고발장 분석을 마치는 대로 댓글 조작에 관여한 이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주요 조사 대상으로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SNS를 총괄 관리했던 고 이춘상 보좌관의 관여 여부 및 행적,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서강바른포럼의 운영진들, 전하진 새누리당 SNS 소통본부장,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꼽힌다.

다만, 한겨레의 의혹 제기 기사 외에 별다른 증거가 없다는 점, 서강바른포럼 운영진들이 이미 사법처리를 받았다는 점 등은 수사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소시효 역시 변수가 될 수 있다. 드루킹 일당에 적용된 혐의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이고, 공소시효는 7년이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여론조작사건 수사가 올해 안에 마무리된다 해도 2011년 이후에 저질러진 범행에만 적용 가능하다.

민주당은 공소시효를 의식해 ‘업무방해’ 외에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고발장에 적시했다.

강력한 제재 법안 마련 서두를 때

요즘 우리 아이들은 11만 원 하는 아이돌그룹의 콘서트 티켓을 70~100만 원을 주고 사야 한다.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사이버 암표상들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해 티켓을 싹쓸이해가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도 이 정도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엄연한 불법이지만, 콘서트 티켓 예매처도 손조차 쓸 수 없는 지경이란다. 암표상 처벌법은 있지만, 사이버 암표상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콘서트 티켓 싹쓸이 방지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이처럼 우리 사회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사실 매크로 프로그램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2016년 8월에 열린 샤이니콘서트 때는 한 사람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320장을 선점했고, 콜드플레이 콘서트 때는 2분 만에 9만석이 매진됐으며, 2017년 스팅콘서트 때는 준비된 400석이 완판되는 데 단 10초면 충분했다. 심지어 중고생들까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야구장 티켓 암표상 짓을 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치권의 매크로 프로그램 문제 역시 어제오늘 일이 아닐 수 있다. 한나라당이 2006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가동한 정황이 드러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당 저당 가릴 문제도 아니었으리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번에 불거진 한나라당・새누리당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이 뜨악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이버쿠데타와 다름없는 매크로 여론조작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사이버쿠데타와 다름없는 매크로 여론조작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여론조작 행위는 국민을 기만하는 엄중한 사안이다. 더군다나 심각한 여론 왜곡 작업이 선거에 동원되었고, 그런 행위가 개인 차원을 넘어 정당 차원에서 저질러졌다면, 이는 국민 기만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까지 유린하는 심대한 패악행위이자 매국이나 국기문란을 능가하는 사이버쿠데타다.

유일한 해법은 원천적 차단뿐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실제로 포털의 관계자들은 “단시간에 반복적인 댓글을 쏟아내는 아이피(IP, 인터넷 상 주소)를 제어하고는 있지만, 매크로 프로그램을 완전히 막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는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아예 매크로 규제와 관련된 규정 자체가 없다. 울며 겨자를 먹어야 하는 상황은 콘서트가 보고 싶은 아이들이나 제대로 된 공무원을 뽑으려는 어른들이나 마찬가지다. 불법을 감시해야 할 정치인들이 그보다 더한 불법을 저지르는 나라, ‘1인 1표’라는 민주주의의 규칙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세력이 설치는 나라, 우리는 그런 불법의 나라에서 살고 있다.

과거에 저지른 범행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기본이다. 자그마한 의혹이라도 있다면 끝까지 파고들어 다시는 동일한 범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히 응징함으로써 일벌백계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여론조작으로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개인과 정당에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안 마련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며, 초당적 협력을 필요로 한다. 여야가 하루빨리 국회로 복귀해 원 구성부터 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은 선거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을 때도 침몰하는 배 위에서 집안싸움이나 하고 있을 때도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티격태격 다투느라 미뤄둔 국사(國事)가 산더미 아니던가.
김태현 bizli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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