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양승태 PC 등 방대한 자료 법원에 요구
법원행정처, 관련 법령 위배 여부 등 검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법원에 광범위한 자료를 요청한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의 고심이 계속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관련 법령과 권한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자료를 주겠다는 방침으로, 양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사실상 통째로 내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시민단체들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사법농단 관련 김명수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입장 발표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시민단체들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사법농단 관련 김명수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입장 발표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법원행정처는 이번주 내 검찰에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된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요구한 자료에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관련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법관 사용 이메일 및 메신저 내용, 법원행정처 간부들의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내역과 관용차량 이용 내역 등이 담겼다. 아울러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이 쓰던 컴퓨터 하드디스크도 해당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는 현재 검찰의 방대한 자료 요구에 어느 범위까지 제출할 것인지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 19일 법원행정처 앞으로 공문을 보내 자료를 요청한 지 25일로 7일째가 됐다.

법원행정처는 검찰이 요구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당사자 동의 없이 임의로 제출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지 여부 등을 검토한 후 법원행정처가 제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자료를 선별해 일부만 검찰에 제공할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사용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은 제출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기울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법원행정처는 임의제출이 관련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지 검토할 필요하다며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범위를 넘은 방대한 검찰 요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재판 거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다고 했으나, 그와 무관한 사법행정 문건 등 법원 내부 기밀 문건까지 검찰 손에 넘어갈 수 있어서다.

앞서 특별조사단은 임 전 차장 등 법원행정처 관계자 4명이 사용한 컴퓨터 저장매체(HDD·SSD) 총 8개를 대상으로 410개의 의혹 파일을 확보해 조사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 등의 컴퓨터는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미 조사된 저장매체를 비롯해 관련 하드디스크 전부에 대한 물적조사가 필요하며 디지털 포렌식(증거 분석) 등을 거쳐 직접 파일을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고발인 조사를 잇따라 진행하며 법원행정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법원행정처가 법적 근거 미비 등을 이유로 자료 중 일부만을 골라 제출할 경우 검찰은 추가 자료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강제수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