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맞보복 관세에 직격탄 맞아 유럽수출용 공장 이전
중국도 내부 회의론 ..."미국과 대결할 실력있나 의문"

미국이 나머지 전 세계와 벌이는 전방위적 무역전쟁의 역풍에 직면했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고급 모터사이클 기업 '할리데이비슨'이 유럽의 보복관세에 백기투항한 것이다.

할리데이비슨은 25일(현지시간) 유럽 수출제품을 미국 밖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미국의 철강, 알루미늄 폭탄 관세로 유럽연합(EU)이 할리데이비슨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영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장 일자리의 유입을 위해 시작한 무역전쟁으로 되레 일자리가 더 빠져 나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워싱턴=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경내에 세워져 있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앞에서 경영진 및 노조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17.02.03 

할리데이비슨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10%, 25% 관세로 원가 부담이 커졌다. 이 기업에 따르면 이번 수입금속 관세로 인해 모터사이클 대당 86달러의 원가 부담이 생겼다. 또 트럼프의 관세로 인한 EU의 보복관세까지 더해져 모터사이클 한 대당 2200달러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할리데이비슨은 이미 포화상태의 미국시장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할리데이비슨이 지난해 EU 역내에서 판매한 오토바이는 약 4만대로 전체의 16.5%, 미국 밖 기준으로는 3분의 2가 넘었다. 결국 해외 수요를 감안해 미국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수 밖에 없다고 할리데이비슨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할리데이비슨의 결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모든 회사 가운데 할리데이비슨이 가장 먼저 백기를 흔들어 놀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그들을 위해 열심히 싸웠고 그들은 결국 EU에 (제품을) 팔면서 관세를 내지 않을 것"이라며 "세금(관세)은 단지 할리의 변명일 뿐. 인내심을 가져라"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이번 무역전쟁에서 반드시 꺾어야 한다고 벼르는 중국도 내부 비판에 휩싸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내부에서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대응할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저명한 학자들은 물론 정치 관리들까지 무역에 의존하는 중국 경제가 트럼프의 계속된 공격을 견딜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공산당이 워싱턴 정가의 반(反)중 분위기를 과소평가했고 준비도 없이 세계 최강국 미국과 대치하는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중국 경제 비관론자로 유명한 가오산원(高善文) 안신증권 수석 경제학자는 지난 10일 '중·미 무역마찰에 숨겨진 우려'라는 제목의 글에서  중국 국내 관료들의 공개발언을 살펴보면 무역전쟁에 대해 거의 심리 준비가 안 돼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위즈(餘智) 상하이재경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중국이 총체적으로 전략적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과거 뎡사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 전략을 버리고 중국식 모델을 채택하면서 대치국면이 심해졌다고 위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이 과연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대항할 만한 실력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라며 "중국이 총체적으로 전략방향을 재고(再考)할 필요가 있다"고 위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중국을 겨냥한 공세가 장기전으로 이어져 전면적 대립으로 확산되면 '신냉전'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미중 무역갈등의 위험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5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은 똑같은 규모의 미국산에 똑같은 관세로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미국에서 2000억달러 중국산에 10% 관세로 판돈을 키우자 중국은 "즉각적 보복"을 경고했다. 아직 구체적인 발표는 없지만, 중국 진출 미국 기업을 압박하는 등 비관세영역으로 판을 키울 심산이다. 

트럼프가 최고의 '포커페이스'라고 칭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거의 직설적인 경고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주 다국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모임에서 "서양에서는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쪽 뺨도 내놓는다고 하지만 중국에선 바로 펀치를 날린다"고 직설했다. 중국의 비관세 보복조치로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지연시키는 방법, 미국 기업에 대한 허가를 늦추는 방법, 현장 안전 점검 등이 있다고 WSJ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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