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카드 수수료 등 사회문제 정비업계로 번져
자본의 생계 위협에 상경 투쟁 나선 카포스CARPOS
‘법 따로 해석 따로’인 국토부와 환경부
작은 외침 외면하면 문재인 정부 책임론 부상할 수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이 인파로 가득 찼다.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카포스, CARPOS)에 소속된 전국 19개 시도조합 이사장, 조합원, 관계자 등 1만5,000여 명이 당일 휴업을 결행하고 상경해서다.

엔진오일 교환 작업 중인 모습 ⓒ스트레이트뉴스
엔진오일 교환 작업 중인 모습 ⓒ스트레이트뉴스

“일반 정비업체를 경영하는 조합원들은 골목상권이 붕괴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십 수 년째 정부의 근본 대책이 없어 조합원들의 미래가 걱정입니다. 정부 당국에 개선안을 요구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카포스 윤육현 회장이 토로한 고충이다. 인터뷰 도중 대형유통업체를 상대로 한 동네 구멍가게들의 힘겨운 싸움이 오버랩됐다.

카포스 측은 정비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법제화, 카드 수수료 인하, 단체교섭권 명문화, 노후 경유차량 조기폐차 정비업계 위임, 렌트카업체의 출장정비 서비스 중단, 폐타이어 처리비용 전가 철회, 작업범위 확대 등을 요구했다.

■ 자동차 전문수리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법제화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자동차 전문수리업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종료기한이 2019년 5월로 다가오고 있어, 이후에는 대기업의 자본과 시스템에 잠식될 위기에 처해 있다. 카포스는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법제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반성장위원회의 공익광고(자료:동반성장위원회)
동반성장위원회의 공익광고(자료:동반성장위원회)

그러나 자동차 제작사, 정유사, 보험사 등 관련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선정하는 것 자체에 반발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에 의한 골목상권 잠식이 사회문제로 부각됐을 때 익히 봐왔던 해묵은 논쟁이다.

현재 이와 관련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정계 안팎의 사정으로 통과가 요원한 실정이다.

■ 카드 수수료 인하 및 단체교섭권 명문화

자동차 부품의 모듈화가 가속되면서 매출 대비 부품비용이 최소 60%에서 최대 90%까지 인상된 상황이다. 손에 쥐는 작업비가 줄어든 것이다. 줄어든 수입에서 인건비와 임대료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거기에 높은 카드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한다.

이 사안은 자영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모두가 맞닥뜨린 사회문제다. 일예로 대형마트인 코스트코가 지불하는 카드 수수료는 매출의 0.7%인데 비해, 정비업체 가맹점은 평균 2.5%의 카드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정비업체 가맹점의 연 매출이 4조 원이나 됨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유지되는 이유는 수수료 협상에 나설 수 있는 단체교섭권이 없기 때문이다. 카포스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통한 단체교섭권 명문화를 강력 요구하고 있다.

신년기자회견에서 법정최고금리 및 카드 수수료 인하 구상을 밝히는 문재인 대통령(자료:경향신문)
신년기자회견에서 법정최고금리 및 카드 수수료 인하 구상을 밝히는 문재인 대통령(자료:경향신문)

■ 노후 경유차량 조기폐차 유도정책의 정비업계 위임

“경유차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없애야죠. 그런데 차가 늙어야 우리도 먹고 살 것 아닙니까? 경유차 조기폐차를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미세먼지 많이 나는 차는 당연히 폐차해야죠. 근데 자동차를 만든 제작사 책임은 묻지도 않고 무조건 퇴출시키는 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평택에서 회원 70여 명과 함께 버스로 상경한 평택서부지회 이현호 지회장의 성토다.

이 사안과 관련해 카포스가 요구하는 것은, 노후 경유차를 무조건 퇴출시키는 대신, 배출가스 검사제 강화, 일부 차종에 한정된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차종 확대 등을 통해 선별적인 폐차를 유도하고, 내연기관 클리닝작업과 같은 관리체계를 정비업계에 위임해 달라는 것이다.

■ 대기업 장기렌트카 출장정비 서비스 중단

현재 롯데렌터카를 비롯한 4~5개 업체가 소모품 교환 서비스를 중심으로 법인 등을 방문하는 순회정비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주요 서비스 대상은 엔진오일, 배터리, 브레이크패드 등이다. 이 서비스는 주차장과 골목, 도로 등에서 렌트카 소속 직원에 의해 실시된다.

그런데 법이 희한하다. 전문정비업 등록을 하고 영업장에서 영업하는 정비업체는 영업장 이외의 장소에서 엔진오일이나 배터리, 브레이크패드 등을 교체하면 영업정치 처분을 받는다. 렌트카업체들은 “국토부로부터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더욱 희한한 것은 환경부의 유권해석이다. 폐유, 에어앨리먼트, 오일필터, 폐배터리 등은 지정폐기물관리법상 정식허가를 득한 후에 수집 및 운반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렌트카업체의 순회정비에 대해 “소량이라서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 사안은 누가 봐도 ‘대기업 봐주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롯데렌터카 홍보 영상(자료:롯데렌터카)
롯데렌터카 홍보 영상(자료:롯데렌터카)

■ 폐타이어 처리비용 전가 철회

3~4년 전만 해도 정비업계는 폐타이어 처리 부담 없이 타이어를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폐타이어가 수입되면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연간 14만5,000톤가량 수입되는 폐타이어로 인해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타이어의 소모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비업계는 개당 200~300원의 처리비용까지 물어가면서 폐타이어를 처리하는 실정이다. 카포스의 요구는 환경부와 대한타이어산업협회가 폐타이어 수입을 전면 중단해주거나 PL법, 즉 제조물책임법에 의거 타이어 제작사의 예치금을 상향 조정해 조합원에게 전가되는 처리비용을 없애달라는 것이다.

■ 전문정비업 작업범위 대폭 확대

“현대 5톤 트럭이나 기아 4.5톤 트럭 실린더 교환작업은 기름밥 먹는 사람은 다 할 수 있어. 그런데 그걸 못해. 무슨 특별한 장비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고, 우리는 실린더 교환 작업은 할 수 있지만, 그걸 하려면 챔버에 부착된 볼트를 풀어야 할 거 아냐. 근데 그걸 못하게 돼 있거든. 자동차관리법에. 이게 뭐냐고. 목욕하라면서 옷은 절대로 벗지 말라는 거 아냐!”

서울 성북구청 인근에서 영업하는 조합원 김시옥(54)씨의 불만이다. 수년전에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이 소규모 정비업체의 작업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어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엔진의 실린더실 ⓒ스트레이트뉴스
자동차 엔진의 실린더실 ⓒ스트레이트뉴스

이밖에도 카포스는 자동차보험 미수선수리비제도 개선, 언더코팅 도장작업의 재정의, 수입차 제작사들의 정비 정보 제공을 위한 국토부 행정명령 등을 요구했다.

부산 북구에서 카센터를 운영한다는 정모인(58)씨는 "정부가 영세한 정비업체를 위해 좀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며 자동차 업계에 불어 닥친 변화를 걱정했다.

“작년에 제주도에서도 전기차로 싹 바꾼다꼬 난리가 났다 아이가(아니냐). 나는 인자 은퇴할 때도 다 됐고 해서 그런데, 지금 저기 단상에서 하는 얘기도 좋지마는, 전기차 대책이 나와야 되능기라(되는 것이다). 뭐하고 있는가 모르겠다. 조금 있으면 전기차가 판을 칠 거 아이가. 지금 전기차 충전소가 구청 같이 관공서 같은 데 있는데, 일단 그거를 정부가 지원을 좀 해가꼬(해서) 영세업체에다가 딱 갖다 놔봐라. 충전하면서 점검도 해주고, 그라다가 보면 장사도 되고 그럴 낀데... 그라모(그러면) 우리가 요구하는 기 될 때까지, 그 뭐라 카노... 완, 완, 완충 역할, 그거를 좀 해 줄 꺼 아이가. 머리를 쫌 돌려가면서 일을 해야지, 쯧쯧...”

카포스의 요구사항 중에는 현실화되기가 쉽지 않은 것들도 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자동차 전문수리업만 법제화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법제화로 해결될 문제였으면 애초 이명박 정부 당시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할 때 강력한 권한을 가질 수 있었겠지만, 전경련과 경총, 기업중앙회 등 경영자 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에 의해 좌절된 바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민간단체일 뿐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한 단체교섭권 명문화도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소상공인을 위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카드사, 즉 금융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위가 보다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수리로 먹고사는 시민들의 생계는 보장돼야 한다. 서울시 등 노후 경유차량 조기폐차정책을 시행중인 지자체들은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정비업계, 특히 생계형 정비업체들의 참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법 따로 해석 따로’인 대기업 장기렌트카 출장서비스 문제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로 축소하는 한편, 영업장 허가를 가진 생계형 정비업체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조정되어야 한다.

폐타이어 처리비용 역시 PL법(제조물 책임법)에 의거, 원칙적으로 제조사가 처리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하고, 시쳇말로 ‘옷 입고 목욕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전문정비업 작업범위 역시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기조는 ‘성장’보다 ‘분배’와 ‘복지’에 맞춰져 있다. 생계형 정비업자들의 모임인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카포스, CARPOS)의 나이는 젊지 않다. 구성원 다수가 ‘성장’이 아니라 ‘안정’에 방점이 찍히는 나이대라는 말이다. 그들에게 직업적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보다 더 큰 복지비용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카포스의 외침은 메이저 언론이 소홀히 다룰 정도로 크지 않다. 그러나 이런 작은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힘에 의한 경제구조가 더욱 고착화되어 성장이 분배와 복지를 누르는 ‘자본의 갑질’만 견고해 질 것이며, 그 끝에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할 것이다.
김태현bizli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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