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민선 7기, '촛불'은 태풍에도 꺼지지 않는다
[데스크 칼럼] 민선 7기, '촛불'은 태풍에도 꺼지지 않는다
  • 고우현 기자 (straightnews@gmail.com)
  • 승인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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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속 민선 7기 안전부터 챙기기
균형추 실종에 일방 독선 행정 우려
'제3의 정치인' 시민의 참정권 확대 긴요

지난 6・13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민선 7기 지방정부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 243개 광역 및 기초단체에서 새롭게 출발했다.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재난안전상황실 방문으로 민선 7기 첫 업무를 시작했다. 빠르게 북상 중인 장마전선과 태풍 쁘라삐룬으로 서울시 전역에 호우특보가 발령돼서다. 박 시장은 2일 아침 현충원을 참배한 후 취임식 없이 곧바로 업무에 들어간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도 태풍과 장마에서 주민 안전을 최우선하는 도백으로 출발, 취임식을 생략하거나 간소하게 치르면서 ‘탈권위’로 도민에게 자세를 낮췄다. 서울 지역 구청장들 역시 확대간부회의, 주민설명회 등으로 대체하며 취임식 간소화 흐름에 동조하고 있다. 예전에 보기 힘들었던 풍경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 오전 중구 기자실에서 취임식 대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박시장의 취임 일성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 오전 중구 기자실에서 취임식 대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박시장의 취임 일성은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었다. ( @서울시)

새로 출범하는 각 지방정부 앞에는 조직개편과 공공기관장을 포함한 각급 직위에 대한 인사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신임 자치단체장에게는 조기 행정 파악이 급선무다.

재정이 빈약한 7기 민선 지자체의 ‘발등의 불’은 올해 정기 국회에서 내년 국고 보조금 확보다. SOC에서 ‘쪽지 예산’이라는 비난이 오가기도 하나 지방 정부의 핵심 사업인 일자리, 교육, 환경, 복지 등 지역 내 주요 현안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고 지원이 절대 긴요한 게 지자체의 현실이다.

주권재민의 민도는 높아지는 데 반해 지방정부의 곳간은 비어가는 상황에 출범하는 7기 민선 지자체에게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지방 정부 탄생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정치의 균형추 실종은 여야 모두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이는 7기 민선 지자체 기간 내내 논란을 불러일으킬 핵심 쟁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압승으로 인한 집행부의 일방 독주는 선거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 정치집행부의 행정을 견제와 감시할 의회가 여당 일색이다 보니 향후 4년 간 균형추 상실로 인한 7기 민선의 실정은 지방정치판의 ‘단골의 메뉴’로 자리할 전망이다.

이재명 경기도 신임 도지사는 2일 취임식을 취소, 태풍대비 재난안전종합상황실에서 취임 선언했다. 이 지사는 "억울함이 없는 세상, 공정한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 경기도청
이재명 경기도 신임 도지사는 2일 취임식을 취소, 태풍대비 재난안전종합상황실에서 취임 선언했다. 이 지사는 취임사에서 "억울함이 없는 세상, 공정한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 경기도청

실제 서울시는 서초구를 제외하고 서울시장과 모든 구청장, 서울시 의회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접수했다. 서울시 의회 110석 중 102석이 여당 소속이다.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정부도 서울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경기도 의회는 142석 중 135석이, 부산시 의회는 47석 중 41석이 여당 의원들로 채워졌다. 지방 의회가 견제와 감시의 고유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을 때 여당이나 해당 자치단체장의 일방적 행정이 가능한 형국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견제와 균형’이다. 견제는 행정부와 의회 간에 발동되는 감시의 상호작용이고, 감시를 위해서는 세력 간 균형이 요구된다. 결국 견제와 균형은 한 몸이다.

견제와 균형이 사실상 실종된 채 출발하는 민선 7기에 보수적인 정책은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지방정부가 한해 사용하는 예산은 300조 원 규모다. 야당이 제 아무리 훌륭한 법안을 제출한다 해도 시쳇말로 “여당의 허락을 받지 못하면” 예산을 배정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당이 시기상조이거나 추세를 거스르는 복지예산을 제출한다 해도 예산을 받지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2일 취임식을 생략,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시민행복시대를 위해 미래 먹거리 창출에 진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일  직원조회에서 취임선서하는 데 이어 재난우려 시내 현장을 방문했다. @ 부산시청·경북도청
오거돈 부산시장은 2일 취임식을 생략,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시민행복시대를 위해 미래 먹거리 창출에 진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일 직원조회에서 취임선서하는 데 이어 재난우려 시내 현장을 방문했다. @ 부산시청·경북도청

이런 상황이라면 “전횡을 일삼는다."는 비난에 직면할 지방정부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라서 그렇다. 그렇다고 견제와 균형을 위한답시고 지방선거를 다시 치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7기 민선 지자체 집행부와 의회는 무능과 부패를 드러낸 보수 야당의 견제력 상실로 인해 상당수 당선자의 행정과 감시 능력과 내세운 공약 등의 검증 부재 속에 탄생됐다. 향후 혈세를 제대로 집행하고 필요한 곳에 쓸 것인지를 시민이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이 도래된 것이다.

1일 출범한 지자체의 단체장과 의회 의원들의 공약은 장밋빛 일색이다. 취약한 재정상황에서 구두선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도로와 다리를 놓는 토건족성의 공약이 넘쳐난다. 실제 7기 지자체 단체장과 의원들이 약속한 사업들 가운데 굵직굵직한 것을 합치면 10조원이 넘는다는 게 지방행정 전문가의 분석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2일 시청 재난종합상황실에서 취임식을 갖고 "300만 시민 모두가 인천의 주인으로 시장에 취임하는 날이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특별도지사는 취임식 대신 기자간담회를 갖고 "도정의 주인인 도민을 소통으로 섬기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인천시청·제주도청 제공)
박남춘 인천시장은 2일 시청 재난종합상황실에서 취임식을 갖고 "300만 시민 모두가 인천의 주인으로 시장에 취임하는 날이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특별도지사는 취임식 대신 기자간담회를 갖고 "도정의 주인인 도민을 소통으로 섬기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인천시청·제주도청 제공)

취임 단체장들은 서둘러 주민과 약속한 프로젝트 시행을 위한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다. 단체장은 일자리와 복지 등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후생 향상을 위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현실성이 없거나 선심성으로 예산을 낭비, 중장기적으로 재정파탄을 야기할 사업이 적지 않다는 게 지방행정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7기 지방정부가 내건 공약에는 김포와 의정부, 서울 서북부 등의 경전철 등 지방 재정을 악화시키는 ‘물먹는 하마’와 같은 제2의 경전철 사업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게 사실이다.

올해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50% 이상인 지자체는 단 21곳으로 전체의 9%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방세로 공무원 인건비를 충족치 못한 지자체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은 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금 등 중앙정부의 지원규모를 확보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을 통해 해당 사업의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 이는 지방 재정난이 심화되는 반복의 악순환 구조다.

촛불 민심으로 지방 정부와 의회에 입성하게 된 정치인은 민심을 오독, 선심성 정책 실행의 유혹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 깨어있는 민심이 눈을 부릅떠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영진 민선 7기 대구시장은 2일 태풍 상황 긴급점검에 나서는 데 이어 이날 오후 취임식을 취소했다. @ 대구시청
권영진 민선 7기 대구시장은 2일 태풍 상황 긴급점검에 나서는 데 이어 이날 오후 취임식을 취소했다. @ 대구시청

지방 행정과 의회 활동에서 지역과 동네의 공동체 목표에 반하는 정치인에 대한 견제와 감시 장치를 확고하게 마련하고 이를 십분 활용해야 할 때가 바로 7기 민선 지자체 시기다.

서구 국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를 마련해 놓았다. 둘 다 직접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이며, 시민들의 참정권, 즉 불합리를 시민이 직접 나서서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국민소환제는 시민이 정치인을 끌어내릴 수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에 한한다. 단권성동 법사위원장을 위한 방탄국회에서 보듯, 시민들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릴 수는 없다. 지방의회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소환제는 유권자가 재임 중 부적격한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투표로 파면시키는 제도다.  국민파면(國民罷免) 또는국민해직(國民解職) 등으로 불린다. 일부 유권자들은 함량 미달의 선출직 공무원을 파면시키는 이 제도를 국민 '리콜제'라고 말하기도 한다. 7기 민선 시대에 국민 리콜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그래픽 : 백천진 스트레이트뉴스 디자이너)
국민소환제는 유권자가 재임 중 부적격한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투표로 파면시키는 제도다. 국민파면(國民罷免) 또는국민해직(國民解職) 등으로 불린다. 일부 유권자들은 함량 미달의 선출직 공무원을 파면시키는 이 제도를 국민 '리콜제'라고 말하기도 한다. 7기 민선 시대에 국민 리콜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그래픽 : 백천진 스트레이트뉴스 디자이너)

국민발안제는 시민이 직접 법안을 제출할 수 있는 제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제도는 이승만 정권 당시 시민 50만 명의 동의를 받을 경우 시민이 직접 법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헌법에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국민발안제의 위력을 알고 화들짝 놀란 박정희 정권에 의해 삭제되고 말았다.

대부분의 선진국 시민들은 국민소환제에 따라 정치인들을 심판하고, 정치인들이 일을 안 한다 싶으면 스스로 모임을 만들고 서명을 받아서 법안을 만든다. 스위스가 그렇고, 덴마크가 그렇고, 미국, 프랑스, 독일이 그렇다. 그래서 시민들을 ‘제3의 정치가’라고 부른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날아간 지금,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당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속셈으로 개헌을 들고 나섰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참으로 후안무치한 국민 눈속임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 해도 개헌의 당위가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야당은 지금이라도 국민의 참정권이 확대될 수 있도록 개헌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정치는 정치인이 한다.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으로 당리에 집착한 개헌, 머릿수나 따지는 개헌을 추구한다면, 민심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시민의 참정권을 외면하거나 회피한 지금의 여의도의 책임은 차기 총선에서 심판받을 수밖에 없을 게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춘천시 효자동 몸짓극장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 지사는 " 향후 4년 간 도민소득 3만 달러 돌파와 함께 복지예산을 도 전체 예산의 33%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 강원도청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춘천시 효자동 몸짓극장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 지사는 " 향후 4년 간 도민소득 3만 달러 돌파와 함께 복지예산을 도 전체 예산의 33%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 강원도청

여당 역시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가 포함된 개헌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틈만 나면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의 당위를 주장했던 사실, 우리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다. 만약 지방선거 승리의 달콤함에 취해 자신들의 주장을 소홀히 한다면, 언제든 지금의 자유한국당 처지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민선 7기 지방정부가 자리 잡고 민주주주의 성숙되기 위해서는 시민의 참정권 보장이 절대 요구된다.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이 사안의 중대성을 직시한 상태에서, 제3의 정치가들을 위한 입법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모 정치인은 “혁명은 저절로 떨어지는 사과가 아니다. 떨어뜨려야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유권자는 무능한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한 ‘무혈 혁명’의 주역이다.

장마와 태풍이 함께한 출범 첫날, 7기 지방정부는 몸을 낮췄다. 향후 지방정치의 기상도에 장마와 태풍은 간단이 없을 전망이다. 지방정치에 폭풍우 몰아칠 때 추풍낙엽처럼 ‘떨어지지 않으려면’, 건강한 사과나무를 길러야 한다. 참여권 확대는 민주주의라는 나무를 튼튼하게 하는 둘도 없는 영양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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