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북] 세기의 밀당을 잘못 이해했구나?
[뉴스인북] 세기의 밀당을 잘못 이해했구나?
  • 김세헌 기자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18.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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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고 나왔을 때, 한국과 미국의 많은 언론은 경제제재를 견디지 못해 김정은이 굴속에서 기어 나와 항복을 선언하는 것에 비유해 설명했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물론 북한이 중국까지 참여하는 경제제재로 고통을 받는 것도 협상에 나서는 한 원인이지만, 그 후 전개되는 북미 간의 밀고 당기기 과정에서 북한이 고집하고 있는 협상 원칙과 당당한 모습은 그것만으로는 결코 설명되지 않는다.

결정적인 것은 북한이 핵무장을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비로소 한국의 진보정권뿐 아니라 미국과 세계가 북한을 진지한 협상 상대로 인정하고 있음을 뜻한다. 

핵무장을 완성한 북한 앞에서는 북한 붕괴론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도 참수작전론도 정치적 타당성과 설득력을 이미 상실했다. 북한 핵무장의 완성이라는 사태를 냉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초에 이르기까지도 한미 양국 모두에서 정설은 북한이 체제생존 수단으로서 핵무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북한의 핵무장 포기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주장이었다. 이삼성 교수는 그러한 관점을 ‘근본주의 시각’의 함정으로 비판해왔다. 오늘날 완성에 이른 북한의 핵무장의 근본 원인에 대해 이 교수는 근본주의 대신 상호작용주의라는 인식론적 시각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해왔으며, 실제 3월 이후 전개되고 있는 남북회담과 북미대화는 그런 인식론적 전환에 의해서만 설명이 가능해진다. 

북한 핵무장 과정에 대한 상호작용주의적 인식은 1994년 가을에 성립한 제네바합의가 8년 후인 2002년 폐기되기에 이른 원인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더욱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간 한미 양국의 정치권, 학계, 언론은 대부분 그 모든 책임을 북한의 맹목적인 핵무장 욕구에 전가해왔다.

그러나 이 교수는 미국 정부 문서들과 미국 주요 정책결정자들의 회고록, 그리고 미국의 언론과 의회 보고서, 무샤라프 파키스탄 전 대통령의 회고록 등을 기초로 해 부시 행정부가 불충분한 정보를 근거로 서둘러 북미 합의를 폐기함으로써 핵 합의로 최대한 억지되어오던 북한 핵프로그램의 군사적 전용 잠재성이 오히려 본격화되고 마침내 북한 핵무장 완성이 촉진되기에 이른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규명한다.

이 교수는 특히 북한 핵무장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동아시아와 세계적 차원의 핵무기의 국제정치라는 맥락에 위치시켜 분석함으로써 북한 핵문제 분석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심화했다.

전후 세계에서 미국이 비핵국가들을 상대로 전개한 핵무기테러주의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비핵국가들의 핵무장과 그것이 용인되었던 권력정치의 지정학, 그리고 핵무기 확산이 세계정치에서 초래하는 결과에 대한 상충하는 시각들에 대한 이론적 조명은 그 몇 가지 예들이다.

북한 핵문제는 평화적 해법만이 유일하게 타당한 접근인 이유를 명확히 하기 위해 한국의 독자핵무장론이나 전술핵무기 재배치론이 갖는 논리적·현실적 맹점과 함정들을 지적하고, 나아가 북한붕괴론에 기대는 한반도 통일론이 애써 외면해온 한중관계의 지정학을 심도 있게 논한다.

군사적 압박이나 대북한 경제제재 강화로 실제 북한이 붕괴할 경우 초래될 중국의 한반도 군사개입과 북한 북부에 대한 영토적 장악으로 인한 한반도 재분단의 위험 등을 이 맥락에서 냉철하게 논의한다.

이 지정학적 분석을 통해 이 교수는 2018년 3월 이전까지 한미 양국의 이른바 ‘전문가들’ 사이에 정설이 되어 있던, 중국은 사실상 북한과의 군사동맹을 폐기하기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왜 완전한 착각인지를 설명한다. 

지난 5월에 들어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적어도 궁극적인 북한 핵문제 해법으로서 미 의회의 비준을 확보하는 평화협정(조약), 그것도 남북한과 함께 미국과 중국 등 4국이 모두 정식 당사자로 참여하는 조약의 체결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이는 이삼성 교수가 1990년대부터 일관되게 그 필요성을 주창해온 것이다.

한국 언론은 마치 미국은 ‘일괄타결’을 주장하고 북한은 ‘단계적 해법’을 주장하여 그 둘이 다른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오류다. 북미 모두 일괄타결에 합의한 것이며 그 일괄타결(package deal)된 합의사항들을 단번에 이행할 것인지 아니면 단계적으로 실행할 것인지를 두고 ‘밀당’이 있었던 것에 다름아니다.

이 교수는 이 책에서 북한이 수용할 평화협정은 첫째 일괄타결, 둘째 그 타결된 내용의 단계적 실천, 그리고 셋째 미 의회의 비준을 획득해 초당적 구속력을 가진 조약 형태의 협정일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핵무장을 완성한 북한의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것이 불가피한 동시에 바람직한 해법이라는 사실은 시간이 가면서 그 타당성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이 교수는 이러한 평화적 해법을 가능케 하는 출발점으로서 한국의 균형외교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한국의 균형외교는 북한이 경제, 외교 및 군사안보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미국과의 대타협을 포함한 자주외교의 공간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한국의 균형외교와 북한의 자주외교는 서로를 가능하게 만들면서 한반도 평화체제의 역사적 가능성을 열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이삼성 지음(한길사·2018)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이삼성 지음(한길사·2018)

이 책은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해법에 의한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바탕으로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할 동아시아의 미래상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를 전개한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 평화를 기반으로 하여 동아시아 전반에 공동안보의 질서를 확장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이 교수는 그 출발점을 '동북아 비핵무기지대' 건설에서 찾는다. 그것은 남북한과 일본 등 세 나라가 핵무기의 제조와 반입 등을 배제하는 비핵무기지대를 만들고, 미국, 중국, 러시아는 이 지대 안에서 핵무기의 사용, 반입, 통과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조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로써 동아시아에서 핵무기 보유국가들도 그들의 안보전략에서 핵무기의 비중을 줄여나가게 된다. 6자회담은 그러한 노력을 뒷받침할 조건이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아울러 한반도 평화체제의 일환으로 추진될 서해평화지대의 동아시아적 확장을 논의한다. 2007년 여름부터 이 교수가 주창해온 ‘동아시아 대분단선의 평화벨트화’가 그것이다. 이 교수의 동아시아론의 핵심의 하나인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론’과 그 연장선에서 논의해온 ‘동아시아 평화벨트 상상하기’가 이 맥락에서 논의된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동아시아 공동안보의 진작과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 서로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북한 핵무장의 현실에 대한 직시로부터 출발해 한반도 평화협정과 동아시아 공동안보의 길에 대한 총체적인 조망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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