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 빨간불..국내 경제 타격 불가피
이란 제재 피해 원유거래 물물교환 검토
모건 스텐리, 하반기 국제유가 85달러 전망

고유가에 물가가 치솟는 한국에 미국의 대(對) 이란 경제제재의 여파로 이란산 원유수입이 중단 위기에 직면,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트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합의(JPCOA) 탈퇴 이후 이란 제재의 재개를 표명, 이란 원유 수입을 11월 4일부터 전면 중단하도록 각국에 요청 중이어서 우리에게는 '발등의 불'이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오는 9월 3년래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량 TOP 4개국 가운데 하나로 특히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 수입량은 세계 최대 수준이다. 국내 관련 업계는 그간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석유화학제품 주원료인 나프타를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란산을 선호해왔다. 한국이 수입하는 이란산 원유 70%는 콘덴세이트다.

◆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에 정유·석유화학 업계 비상

미국이 동맹국을 대상으로 이란산 원유수입의 전면 중단을 요구하면서 정부는 수입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업계와 논의하고 있다. 한국의 정유·석유화학 업계에게는 일대 타격이다. 현재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현대오일뱅크, 현대케미칼, 한화토탈 등 5개사가 이란산 원유를 수입 중이다. 특히 이란산 원유 비중이 높은 SK인천석유화학,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이 적지 않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대(對) 이란 제재로 우리 기업의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는 한국-이란 간 원화결제시스템을 인정받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4일 밝혔다. 수입 감축은 불가피하지만 감축을 통한 국내 경제의 타격은 최소화하면서 원화결제시스템에 대한 예외 인정이 협상의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정부는 이란으로부터 원유 등을 수입하는 국가들에 대해 사례별로 예외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지난달 18일 이란 제재복원 관련 '한-미 제1차 협의'를 진행했으며 2차 협의는 7월 중 이뤄진다. 외교부 당국자는 2차 한미 협상 결과를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원화결제시스템을 인정받지 못할 때 국내 경제에 타격이 얼마나 있을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지난해 3월 1850만 배럴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올해 5월 600만 배럴로 감소했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카자흐스탄 원유 수입량이 연초 이후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하는 등 이란산 원유를 대체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 이란 "중동 전체 원유수출 위험" 경고...물물교환도 검토

스위스를 방문 중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혁신 및 산업 포럼에서 앞으로 중동 전체의 원유수출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을 재차 비판하며 "(이란산 원유수출 금지) 시나리오는 미국이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해 제국주의적 정책을 이행하겠다는 의미"라며 "이란산 원유수출을 막는다면 중동산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어 국제 원유 시장이 교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정부는 원유수출 봉쇄를 회피할 방안의 하나로 농산물과 일용품 등 자국 수입품을 원유와 맞교환하는 물물교환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 4일 보도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측근인 에샤크 자한기리 이란 수석부통령은 "원유수출을 줄여서는 안된다"며 "제재를 피하기 위해 원유와 농산물 등과의 물물교환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언급했다. 로이터 통신은 물물교환이라면 제재를 피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란이 2012년에도 원유와 금괴 등의 물물교환을 통해 쌀과 홍차 등을 수입한 바 있다고 전했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유럽 방문을 코앞에 둔 2일(현지시간)에는 프랑스에서 열린 이란 반체제 집회를 겨냥한 테러 계획이 밝혀져 벨기에 검찰이 오스트리아 대산관에서 일하는 이란 외교관 등 이란계 4명을 체포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이들은 벨기에 국적 이란계 부부와 오스트리아 주재 이란 외교관 등이다. 집회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문 변호사를 맡고 있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도 참석했으며 수천 명의 이란 정권 반대파들이 대거 몰려 있었다. 

◆ 원유공급 우려에 국제유가 들썩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제제가 시작되는 11월부터 내년까지 이란산 원유 생산량이 일일 70만배럴 감소해 국제유가가 올 하반기 8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다른 산유국의 산유량이 늘겠지만 이란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유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0.20달러 상승한 배럴당 74.1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 브렌트유 가격 역시 배럴당 77.76달러로 전일보다 0.46달러 가격이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는 국내 공업제품과 교통물가 등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0.0% 상승하면서 전제 소비자 물가지수를 0.44%p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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