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매도' 사태와 관련해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팔아치운 삼성증권의 전·현직 직원 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금융조사1부(단장 부장검사 문성인)는 삼성증권 전 과장 구모(37)씨 등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컴퓨터 등 사용사기,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 하고 전 주임 이모(28)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6일 전산 실수로 우리사주 283만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배당, 존재하지 않는 유령 주식 28억1000만주를 입고한 바 있다. 이를 파악한 직원 21명이 오전 9시 35분부터 10시 6분 사이에 주식 501만주(약 1820억원)의 매도 주문을 낸 여파로 삼성증권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12%까지 폭락했다. 이 중 5명은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검찰은 대차비를 제공하고 주식을 빌리는 등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주식의 매매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삼성증권이 92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산정했다. 또 갑작스러운 주가 폭락으로 일반 투자자의 손해도 컸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매매 규모가 200억원을 넘고 주문 횟수가 2차례 이상인 피의자들은 의도성이 있다고 보고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피의자들 대부분은 검찰조사에서 "욕심이 났다"고 진술하며 자신의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이 다른 직원이 계약을 체결한 모습을 본 뒤 매도에 나서거나 수익률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수차례 분할 매도를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부 피의자들 간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에는 '팔고 나서 회사를 그만두면 되지 않을까' 등의 내용이 발견됐다. 

구씨를 포함한 기업금융본부 소속 4명은 아침 회의를 위해 회의실에서 모여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면서 휴대전화로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들은 '30억원 이상의 매도 주문을 실행할 것이냐'는 주식 거래 프로그램의 경고 메시지를 보고 30억원 이상은 거래가 불가능하다고 오인했다. 이후 30억원 이하로 수 차례에 나눠 매도했다. 특히 구씨의 경우 14차례에 걸쳐 매도 주문을 내면서 111만8977주를 합계 414억5188만6550원에 처분했다. 

또 다른 영업점의 전 과장 최모(33)씨는 2차례의 주문으로 무려 511억6916만5050원어치를 매도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5월16일 매도 주문을 낸 직원 21명을 배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같은 달 28일 삼성증권 본사 및 지점 4곳을 압수수색하고 컴퓨터, 노트북, 휴대전화 등 3박스 분량의 전산자료를 확보해 분석해왔다. 수사 결과 금감원으로부터 고발당한 21명 중 매도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계약 체결 직후 상사에게 보고하는 등 의도성이 작은 것으로 보이는 13명은 불기소 처분됐다. 실제로 주문이 제출되는지 보려고 1주를 매도한 대리 안모(30)씨 등 2명은 혐의없음 처분됐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기간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 계좌와 삼성증권 임직원의 계좌를 모두 확인했다"며 "공매도, 선물매도, 미공개 정보 이용 세력과 연계된 시세조종 등에 관해서도 면밀히 수사했지만 혐의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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