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세 플라스틱, 획기적 발명이 낳은 전 지구적 재앙
| 먹고 마시고 숨 쉬는 모든 곳에서 함께하는 플라스틱 가루
| 문제 해결에 분주하나 환경기준조차 없는 국제사회
| 분해에 450년 걸려... 해결책은 의외로 손쉬운 곳에 있어


플라스틱 쓰레기가 전 지구적 환경 현안으로 부상했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유연하고 탄력적이다. 타 재질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 산업용품과 소비재로 폭넓게 사용된다. 플라스틱이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란 유토피아를 상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플라스틱의 시초는 1868년 코끼리 상아로 제작되는 당구공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셀룰로이드’다. 이후 1907년 미국 화학자 리오 핸드릭 베이클랜드가 페놀계 합성수지 ‘베이클라이트’를 발명하면서 본격 플라스틱의 시대가 열렸다.

남태평양 해안의 바다거북과 비닐봉지(자료:NGO, onegreenplanet.org)
남태평양 해안의 바다거북과 비닐봉지(자료:NGO, onegreenplanet.org)

1907년 이래 전 세계에서 총 90억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되었고, 그중 9%만 재활용됐다(유엔 세계 환경의 날 보고서 2018.07.05). 무려 81억9천만 톤이 쓰레기로 버려졌다는 얘기다. 이중 약 31억 9천만 톤은 매립장으로 향했지만, 약 50억 톤은 ‘좋게 말해서’ 자연으로 돌아갔다.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플라스틱 생산량도 늘어나 2017년 한해에만 4억6천만 톤이 생산되기에 이르렀다. 씨엔엔(CNN)은 2050년까지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3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예측대로라면 매년 13억8천만 톤이다. 실로 엄청난 생산규모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획기적인 발명에는 자연의 희생이 뒤따랐고, 이제 인류와 지구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분해도 잘 되지 않고 잘 썩지도 않기 때문이다. 비닐봉지가 썩는 데는 최소 20년, 플라스틱 생수병이 썩는 데는 450여 년이 걸린단다.

발명된 지 111년 만에 엄청난 지구적 재앙으로 다가선 플라스틱, 경각심은 1960년대에 이미 제기됐다. 하지만 지금은 사태의 심각성에서 차원이 다르다. 플라스틱의 위험성과 대책으로 파고들어가 보자.

그 많은 플라스틱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일단 세계 각국에 매립된 약 31억9천만 톤은 무시하고 생각하자. ‘자연으로 돌아간’ 약 50억 톤의 플라스틱은 다 어디에 있을까? 일부는 여전히 생활환경 주변을 떠돌고 있으며, 일부는 배수구와 하천을 타고 바다로 흘러들었다.

유엔이 발간한 각종 보고서에 의하면, 매년 최소 480만 톤에서 최대 1,27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된다. 학자들은 현재 3,500만 톤가량의 ‘형체 있는’ 플라스틱이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것으로 추산한다. 50억 톤에 비하면 3,500만 톤은 보잘 것 없는 수치다. 나머지는 어디에 있을까?

이 대목에서 ‘플라스틱의 공포’가 드러난다.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은 거친 파도와 해류에 의해 부서진다. 태양이 내뿜는 자외선(UV)도 플라스틱을 너덜너덜하게 만들며 해체작업에 가세한다. 잘게 부서지던 플라스틱은 크기가 5mm 미만인 ‘미세 플라스틱(micro plastics)’으로, 또 그보다 더 작은 나노입자로 모습을 바꾼다.

해류에 의해 북태평양에 생성된 쓰레기섬들(GPGP)(자료:NGO, NOAA)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해류에 의해 북태평양에 생성된 쓰레기섬들(GPGP)(자료:NGO, NOAA)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그나마 덩치가 큰 플라스틱들은 바다를 떠돌다 북태평양 해상에 한반도의 7배가 넘는 155만㎢ 규모의 쓰레기섬(GPGP)을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는 해류 탓에 북태평양으로 모인 것일 뿐,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36~38%에 불과하다. 오대양 도처에는 이처럼 크고 작은 쓰레기섬이 널려 있다.

문제는 크기가 5mm 미만인 미세 플라스틱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어류의 비늘에 박히거나 호흡을 통해 어류의 체내로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먹이로 오인한 어류와 조류가 스스로 삼키기도 한다.

지난 2월 스페인 카보데팔로스 해변에서 사체로 발견된 체장 10m 고래의 위장에서는 29kg이나 되는 플라스틱 비닐이 나왔다. 위장에 각종 플라스틱이 가득 찬 채 폐사한 알바트로스도 발견됐고, 플라스틱 빨대가 콧구멍에 단단히 틀어박힌 바다거북도 발견됐다. 플라스틱에 노출된 해양생물들은 영양실조, 복막염을 비롯한 각종 염증으로 서서히 죽어간다.

하지만 이 정도 피해라면 이기적인 인류가 발 벗고 나설 리 없다. 쓰레기섬이 있건 없건, 비닐 먹은 고래가 죽건 말건, 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이 고분자라서 인간의 세포막을 통과할 수 없고, 설사 섭취하더라도 그대로 배출된다는 생각도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데 일조한다.

폴리스티렌(polystyrene) 조각을 먹이로 착각하고 삼킨 동물성 플랑크톤(자료:NGO, nrdr)
폴리스티렌(polystyrene) 조각을 먹이로 착각하고 삼킨 동물성 플랑크톤(자료:NGO, nrdr)

그러나 그런 생각은 ‘단단한’ 착오였다. 인류가 나선 이유는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들이 인간을 직접적으로 노리기 때문이다. 그 플라스틱의 아명은 ‘나노 플라스틱(nano plastics)’이다.

한 연구팀이 일회용 컵의 플라스틱 뚜껑으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뚜껑을 1㎠ 크기로 자른 다음 물에 띄워놓고 자외선에 노출시켰다. 8주 후, 평균 224nm(나노미터, 1nm=1/10억m) 입자가 물 1ml당 무려 1억 개 이상 관찰됐다.

이 정도 크기면 어류의 먹이인 플랑크톤도 삼킬 수 있다. 해수에 '용존(dissolved)'된 상태와 유사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게다가 플라스틱의 특성상 바다에 존재하는 독성물질까지 흡착할 수 있다. 플라스틱에 의한 역습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실제로 플라스틱이 플랑크톤보다 180배나 많은 바다가 발견됐다(NGO 오션클린업). 호주 머독대 엘리차 저마노브 교수팀은 천연소금과 크릴새우, 굴 등에서 다량의 플라스틱 성분을 검출해 내기도 했다(학술지 Trend in Ecology & Evolution, 2018.04). 미역이나 김과 같은 해조류와 조개류는 물론 인간의 식탁에 오르는 어류에서도 플라스틱 성분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생굴의 조직에 깊이 박힌 미세 플라스틱 섬유들(자료:NGO, waterpros)
생굴의 조직에 깊이 박힌 미세 플라스틱 섬유들(자료:NGO, waterpros)
천연소금에 섞인 미세 플라스틱 섬유들(자료:NGO, organic lifestyle)
천연소금에 섞인 미세 플라스틱 섬유들(자료:NGO, organic lifestyle)

인류가 버린 약 50억 톤의 플라스틱은 이처럼 쓰레기섬으로, 미세 플라스틱으로, 또 나노 플라스틱으로 모습을 바꿔가며 지구상 모든 바다 표면의 88%를 떠돌고 있다(학술지 PNAS). 그러나 플라스틱의 여행지는 바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먹고 마시고 숨 쉬는 모든 곳에 존재하는 플라스틱

2017년 9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수돗물에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14개국의 수돗물 중 83%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우리나라 24개 정수장 중 3곳에서도 리터당 0.2~0.6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전 세계에서 시판 중인 유명 생수 중 93%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됐다는 미국의 한 연구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먹는 샘물 1개 제품과 서울시의 ‘아리수’에서도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됐다. 맥주와 청량음료도 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토양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CNN은 화장품, 목욕제품, 샴푸와 린스, 팩, 마스크, 치약, 폼클렌징 등에 사용되는 ‘마이크로 비즈(micro beads, 1mm 이하 플라스틱 알갱이)’, 화학섬유의 미세 입자 등이 뒤섞인 하수 오니(sewage sludge)를 농작물 거름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토양이 오염됐다고 전했다.

치약에 함유된 마이크로 비즈(micro beads)(자료:blue-growth.org)
치약에 함유된 마이크로 비즈(micro beads)(자료:blue-growth.org)

플라스틱은 공기 중에도 떠돈다. 지표면에 존재하던 미세 플라스틱이 바람에 날려 대기 중에 떠도는 것이다. 대기 중에 떠돌던 플라스틱은 비나 눈에 섞여 땅으로 내려온다. 실제로 대표적 청정지역인 남극에서도 대기를 떠돌다 눈과 함께 내려앉은 미세 플라스틱이 확인됐다(그린피스 <남극지역의 미세 플라스틱과 유해화학물질>2018.06.07).

미세 플라스틱은 일상 생활환경에도 다량 존재한다. 인조 섬유로 만들어진 옷이나 이불, 카펫 등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이다. 이처럼 미세 플라스틱은 해수와 담수, 흙, 공기, 어디에나 있다.

플라스틱에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 살충제 성분인 DDT와 절연재인 PCBs(폴리크로리네이티드비페닐), 유연재인 프탈레이트, 화염방지제인 유기브롬화합물 등이다.

이 성분들은 제조 과정에 첨가된 것들인데, 자연 상태에서는 환경호르몬과 갖가지 화학성분들을 내뿜어 생물의 단백질과 DNA를 손상시킨다. 나노 플라스틱은 인체에 흡수되면 내분비 장애, 생식기능 저하, 피부・호흡기 질환, 뇌 발달장애, 간 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암까지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어떤 종류의 플라스틱이 어디에 어느 정도의 농도로 존재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아는 것이 너무 없다. 그게 더 큰 문제다.

미세 플라스틱, 도대체 어디에서 오나?

미세 플라스틱은 대부분 플라스틱 포장재, 자동차 타이어, 합성섬유, 가정 세탁, 선박 수송 등에서 나온다. 지역적으로는 전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90%가량이 양쯔강, 황허강, 하이허강, 인더스강, 갠지즈강 등 아시아 지역 8개 강과 아프리카 지역 2개 강에서 나온다. 그중 중국이 단연 압권이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해양 유입 경로 추정치(자료:IUCN)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플라스틱 쓰레기의 해양 유입 경로 추정치(자료:IUCN)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우리나라 연안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는 어떨까? ‘죄송하게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 머지~어웰강에 이어 인천~경기 해안과 낙동강 하구가 미세 플라스틱 농도 2, 3위 지역이다(네이처 지오사이언스 2018.03).

특히 우리나라는 1인당 플라스틱 원료 소비량에서 세계 1, 2위를 넘나든다(유럽플라스틱및고무산업제조자협회). 한 사람이 연간 132.7kg(2015년)~98.2kg(2016년)을 쓴다. 연간 사용하는 비닐봉지만 해도 핀란드의 100배가 넘은 420개다. 이는 일본(65.8kg), 중국(57.9kg)의 두 배가 넘는다. 심지어 미국도 93.8kg 정도다.

분주히 움직이는 세계 각국

문제의 심각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데 비해, 국제사회는 환경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미세, 나노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나 노출 경로에 대한 연구가 매우 미흡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성을 검토하겠다”고 한 게 불과 두 달 전일 정도다.

그럼에도 각국은 이미 관련 규제에 나섰다. 유럽이 가장 적극적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달 다음 내용이 담긴 <순환경제를 위한 유럽의 플라스틱 배출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 2021년까지 빨대, 면봉, 나이프, 포크, 숟가락, 테이크아웃 용기, 일회용 식기 등 10종의 플라스틱 제품 금지, ▲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병의 재활용 수거율 90%로 상향, ▲ 2030년까지 음료수 빨대, 유색 플라스틱 병, 일회용 컵 등 일회용품 대폭 축소 ▲ 플라스틱 제품 생산업체에 쓰레기 폐기와 재활용 비용 부담, ▲ 플라스틱 대체 친환경 제품 개발자에 인센티브 제공

이 계획이 실제로 이행되려면 28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하며, 정식 발효까지 2년 더 기다려야 한다. 채택된다면 향후 12년 동안 220억유로(약 27조5천억 원) 규모의 환경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케냐 나이로비 유엔환경계획(UNEP) 본부에서 열린 유엔환경연합회의. 유엔환경연합이 올해 다루는 테마는 해양 쓰레기와 미세 플라스틱이다.(2018.07.09)(자료:versatileadventures.com)
케냐 나이로비 유엔환경계획(UNEP) 본부에서 열린 유엔환경연합회의. 유엔환경연합이 올해 다루는 테마는 해양 쓰레기와 미세 플라스틱이다.(2018.07.09)(자료:versatileadventures.com)

미주지역도 분주하다. 캐나다의 밴쿠버市에서는 내년 6월부터 음식점 일회용 빨대가 금지될 예정이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는 이미 2007년부터 페트병 생수 판매를 금지했고, 지난해 6월부터는 스티로폼 포장과 일회용 용기 사용도 금지했다. 시애틀에서는 이달 1일부터 외식업체가 플라스틱 빨대와 식기류를 제공할 경우 250달러(약 28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스위스, 스웨덴, 이탈리아, 프랑스 등 여타 유럽 국가들도 빨대, 비닐 등의 사용을 금지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인도는 지난달 비닐봉지와 음식용기, 수저, 포크 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발효했으며, 중국은 지난해 7월부터 폐플라스틱과 폐지, 폐섬유 수입을 줄이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 5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재활용 폐기물 관리종합대책>을 내놓았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가량 줄이는 것이 골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7월부터 화장품 등에 사용되던 ‘마이크로비즈’를 전면 금지했다. 환경부는 과대포장 억제, 비닐봉투 사용 금지 등을 통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해양수산부는 해양 쓰레기 및 폐기물 정화사업, 어장환경개선사업, 폐어구와 어망 및 양식용 부표로 사용되는 폐스티로폼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등의 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해결책은 세계 협업과 세계시민의 행동

각국의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선결 과제는 역시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과 토양, 담수, 공기 등 지구환경에 미치는 위해성에 대한 연구다. 주요 유입원, 이동 및 확산 경로, 독성 평가 등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고, 생물 및 인체 위해성 연구도 필수적이다.

(자료:occupy.com by Steve Rushton 스티브 러쉬톤)
(자료:occupy.com by Steve Rushton 스티브 러쉬톤)

연구 성과가 어느 정도 축척되면 국제 환경기준 및 관리기준을 마련해 세계가 문제 해결에 공동으로 나서야 한다. 미세 플라스틱 문제의 범위와 위해성이 워낙 방대하고 세계적이기에 지구촌 일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탓이다.

국제기준이 정립되면 ‘파리기후협약’과 같은 국제적 관리시스템이 구축될 테고, 그 시스템 하에서 운송포장재에 대한 법적 기준, 생산자 책임 강화 방안, 재활용에 의한 순환경제 모델 개발, 플라스틱 대체재 개발,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또는 효소 개발, 물리화학적 분해 기술 개발 등 각국과 학계의 노력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 즉 행정기관의 노력만으로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세계시민의 문제 인식과 동참, 그리고 그것들을 이끌어 낼 국제적・국내적 관심제고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오래전, 어느 원양어선 선장으로부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지구상에서 고기를 마릿수로 제일 많이 잡는 어획 방식이 무엇인지 아세요?”

원양어선이라고 답했지만, 선장은 조금 더 범위를 좁혀보라고 했다. 연근해 어선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낚시꾼이 제일 많이 잡아간답니다. 낚시꾼 한 사람은 별 것 아니지만, 생각해 보세요. 생활낚시인을 포함해서 서울에 낚시 인구가 얼마나 많은지요. 그걸 한번 전국으로, 또 세계로 확대해 보세요. 못해도 매일 1억 마리는 잡아갈 걸요?”

(자료:NGO, polarquest2018.org)
(자료:NGO, polarquest2018.org)

그 선장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음료를 좋아하는 세계시민들이 매일 한 개씩 페트병을 버린다면 어떨까? 1907년 이후 지금까지 버려진 플라스틱 50억 톤을 금세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 문제를 지구의 자정 능력에 맡길 수는 없다. 플라스틱의 역습이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일한 해결방안은 인류의 자정 노력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세계시민 개개인의 ‘플라스틱 버리지 않기’이다. 1인당 플라스틱 원료 소비량이 세계 1, 2위를 넘나드는 우리나라에 더 크게 와 닿는 손쉬운 해결책이다.

대부분의 지구적 환경문제는 풀기가 어렵다. 그러나 플라스틱 문제는 다르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공장을 돌리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도록 버리지만 말아 달라는 것이다. 임의로 ‘자연으로 돌려보내지만 말아 달라’는 것이다. 더 이상 버리지만 않는다면야 50억 톤 해결이 무슨 문제이겠는가. 소비량 세계 1, 2위의 책임감으로 솔선수범에 나설 때다.
김태현bizli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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