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외환보유액 사용 효과 미지수"
아르헨, 100억달러 쓰고도 올해 페소화 34% 급락

신흥국들이 미국 달러 강세의 여파로 외환보유액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글로벌 무역전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미국의 금리 정상화가 맞물리면서 달러가 오르고 신흥국 통화들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성장 덕분에 신흥국에 쌓인 외환보유액은 6조 달러에 달한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40억달러가 더해졌다. 2014년 이후 가장 가파르게 외환보유액이 쌓인 셈이다. 

하지만 미 달러 강세와 무역긴장 고조로 신흥국의 통화, 주식, 채권이 급락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데이터 분석업체 엑스안트 데이타에 따르면 신흥시장의 중앙은행들은 지난달 외환보유액에서 570억달러를 소진했다. 월간 사용액으로는 2016년 말 이후 최대다. 물론, 신흥국들의 외환보유액은 아직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이후 오른 달러 강세로 인한 시장 변동성에 잘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외환보유액은 중앙은행들이 통화시장에 개입하는 여러 가지 수단 중 하나다. 문제는 외환보유액을 통한 시장 개입이 항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올해 MSCI 이머징통화지수는 3% 떨어졌다. 특히 아르헨티나, 터키, 중국의 통화가 가장 크게 타격을 받았고 각국 정부들은 외환보유액과 같은 수단들을 통해 시장 개입에 나섰다. 하지만 외환보유액 사용에 따른 효과는 단기적이라고 벤 스테일 외교협회 시니어펠로우는 지적했다. 스테일 펠로우는 "중앙은행들이 지역 통화를 지지하기 위해 달러를 팔아 치울 수 있지만, 충분한 달러 보유액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례로 브라질은 올해 시장 개입을 통해 외환보유액에서 440억달러를 썼지만 헤알화는 올 들어 14% 급락했다. 인도는 170억달러를 쓰고도 루피화가 7.1% 밀렸다. 아르헨티나가 더욱 극단적 실례다. IIF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지난 4월과 5월에만 100억달러 넘는 외환보유액을 사용했지만 올 들어 페소화는 34% 밀린 상황이다. 

신흥국의 외환보유액 소진 여부는 미 달러의 향방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미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WSJ 달러인덱스는 올 2분기 5% 올라 1년 넘게 만에 처음으로 분기 상승세를 기록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달러 랠리가 조만간 흐트러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미국의 성장이 둔화하고 글로벌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미국 시장에서 자본이 이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선자 기브스 IIF 글로벌자본시장 시니어 디렉터는 "이머징 중앙은행들이 달러 향방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질지에 달렸다"며 "최근 달러 강세가 일시적이라고 믿는다면 이머징은 현재 상황을 잘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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