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상임대표
김용택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상임대표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위수령·계엄 검토와 세월호 유족 사찰에 대해 독립수사단을 구성,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때맞춰 여당은 기무사 개혁에 메스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데 이어 군인권센터는 계엄령 준비 문건의 책임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 사령관 등을 내란예비음모죄로 고발했다.

촛불혁명이 한창일 때 기무사의 위수령 발령과 계엄령 선포 계획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3월 기무사가 작성했다는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을 폭로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될 경우 위수령 발령→계엄령 선포를 계획했고, 위수령 하에서 군이 폭행을 당했거나 진압할 수단이 없을 땐 시위대를 향해 발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계엄령 발동 뒤, 군이 정부부처·수사기관을 장악하고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제하는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마련해 놓고 있어 마치 1980년 광주항쟁을 진압한 전두환 일당의 작전명령 ‘화려한 휴가’를 연상케 한다.

기무사(국군기무사령부)란 ‘군 및 군 관련 보안대책 수립ㆍ개선을 지원하고, 군사보안에 관련된 인원에 대한 신원조사와 보안조사 등 제반 보안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한편, 대간첩·대테러 작전 지원 등 방첩활동을 통해 외부의 각종 위협으로부터 국민과 군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부대’다. 특무부대→방첩부대, 보안부대→국군보안사령부→국군기무사령부라는 이름의 역사가 말해주듯 국가 방위의 임무를 위해 설립된 기무사가 본연의 임무는 뒷전이요, 정치공작을 일삼았으니 어떻게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군부대라 할 수 있겠는가?

기무사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이후 유족들 간의 분열을 조장하고 민심을 왜곡하기 위해 치밀한 공작을 벌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광우병 소고기 파동’으로 정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청와대에 ‘댓글 여론공작’을 처음 기획·제안했고, 댓글부대도 별도 운영했다. 그들은 예비역·보수단체 등 이른바 관변단체를 동원해 ‘친정부 시위’를 주도했고,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뒤에는 기무부대원 60명으로 구성된 티에프(TF)를 조직해 유가족들을 사찰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은 마치 1980년 전두환 일당이 광주항쟁을 진압하기 위해 조직된 작전명령 ‘화려한 휴가’를 연상케 한다. 문건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진압을 위해 서울 시내에 탱크 200대와 장갑차 550대, 특전사 1400명 등 대규모 무장병력을 투입해 서울시민 천만명 학살도 가능한 탱크와 장갑차로 지역을 장악, 공수부대로 시민들을 진압하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이 문건은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한 대규모 시위대가 서울을 중심으로 집결해 청와대·헌법재판소에 점거를 시도하고, 일부 시위대가 경찰서에 난입해 방화·무기탈취를 시도하는 등 심각한 치안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국정 혼란이 가중될 경우 국가안보에 위기가 초래될 수 있어 군 차원의 대비가 긴요하다”는 시나리오를 만들기도 했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에 대해 특별수사를 실시하라는 지시와 관련, 앞으로 수사단이 관련 보고를 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잇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뉴시스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에 대해 특별수사를 실시하라는 지시와 관련, 앞으로 수사단이 관련 보고를 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잇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뉴시스

기무사가 지금까지 한 일을 보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군부대가 아니라 정권보위부대다. ‘군사에 관한 정보 수집 및 군사 보안, 방첩, 범죄 수사’를 목적으로 설립된 군부대가 어떻게 5·18 민주화운동 유족 간의 분열을 조장하고 민심을 왜곡하는 공작을 벌일 수 있는가? 기무사는 이명박정권 시절 ‘광우병 소고기 파동’으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을 때 댓글부대를 운영하고 기무사에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이 양심선언을 통해 밝혔듯이 ‘보안사(현 기무사)의 민간인의 조직적인 사찰,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댓글공작, 보수단체 지원 등 정치공작을 벌이기도 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온국민이 비통에 빠져 있을 때 기무사는 TF팀을 구성, 실종자 가족 및 가족대책위 대표 인물의 성명, 관계, 경력 등을 정리하고 각 인물들의 성향을 '강경', '중도' 등으로 분류하는 '실종자 가족 및 가족대책위 동향'이라는 문건을 생산하기도 했다. 광화문광장에서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펼치는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해 계엄령 발동, 유혈 진압을 하고 정부·언론을 장악하는 ‘쿠데타’ 시나리오를 기획한 기무사다. 말이 ‘군사에 관한 정보 수집 및 군사 보안, 방첩, 범죄 수사’이지 사실은 정권보위부대다. 정부는 내란음모를 기획한 기무사의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군 본연의 임무는 팽개치고 정권보위부대가 된 기무사는 하루 빨리 해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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