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구 전 흥사단 사무총장
홍승구 전 흥사단 사무총장

1993년 2월 취임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신이 이끄는 정부가 문민정부임을 선언했다. 문민정부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정부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2주 만에 육군참모총장과 보안사령관을 하나회 출신이 아닌 군인으로 교체했다. 이어서 수방사령관과 특전사령관, 각 군 사령관과 사단장급까지 하나회 출신은 모두 교체했다. 하나회가 군부를 장악하고 있었기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하나회 숙청은 필요한 일이기는 했으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하나회 숙청을 통해 30여년이 넘도록 나라를 장악한 군사정권의 뿌리를 제거했다. 명실상부한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것이다. 하나회 숙청에 반대하거나 불만 세력이 있었으나 전두환, 노태우를 구속함으로써 군인이 무력을 사용하여 정권을 탈취하는 것이 내란죄에 해당하고 엄벌에 처해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군인이 정권을 탈취해서도 안 되고 탈취할 수도 없다는 것을 군인과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문민화의 시작일 뿐 완성은 아니었다.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 아직도 군사정권의 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7월 9일 인도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에 대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서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 고 국방부장관에게 지시했다. 이철희의원이 지난 5일에 2017년 3월 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전시 계엄과 합수업무 수행방안‘ 이라는 문서를 공개한 이후 4일이 지난 시점이다. 이철희의원의 공개 이후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반응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비교적 조용했다. ’기무사의 계엄령 계획 수립‘은 한반도 비핵화와 국회 개원, 사법 농단 등 국정 현안이 많다고 하더라도 그냥 넘어가기에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정부 수립 이후 20회가 넘는 계엄령이 있었으나 꼭 필요한 전시계엄은 한국전쟁 상황에서 발령한 것이고 나머지는 정권 유지나 탈취를 위해 주로 발령한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계엄령은 대부분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었기에 주권자인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에 공개된 기무사의 계획도 계획 수립 주체, 계엄의 목적과 절차에서 합법성을 결여하고 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 탱크 200대와 장갑차 500대, 무장병력 4800명과 특전사 1400명을 투입, 전국에 육군으로만 편성된 기갑여단, 공수특전여단, 기계화보병사단을 배치해 지자체를 장악할 것 등 구체적인 병력 동원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의 계획은 내란 계획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내란 계획 수립의 원인을 밝히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서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무사가 내란 계획을 수립하게 된 원인은 국방부가 문민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하나회를 척결하면서 문민정부임을 선언하고 25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정치군인들은 그들이 무력을 장악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문민정부를 뒤엎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가 문민화 되지 않았기에 국방부장관은 문건의 존재를 보고 받고도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방부를 군인이 장악하고 있는 한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다.

국방부의 문민화를 위해서는 첫째, 민간인을 국방부장관으로 임명해야 한다. 사복 입은 군인을 민간인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문민정부를 선언했음에도 지금까지 주로 합참의장이나 육군참모총장을 국방부장관으로 임명했다. 그들의 신분은 민간인이나 정신세계는 군인이다. 즉 사복 입은 군인인 것이다. 둘째 국방부의 주요 직책은 민간인으로 교체해야 한다. 군인은 일선 현장에 배치하고 국방정책, 예산, 인사, 군수체계 등은 민간인을 임용해야 한다. 국방부 본부를 군인으로 채워서는 안 된다.

내란 계획에 대한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하되, 즉시 국방부장관을 민간인으로 교체하라. 이것이 국방부 문민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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