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국 페미니즘,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
[데스크 칼럼] 한국 페미니즘,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
  • 김세헌 기자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18.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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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우월주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남성들의 비판은 물론 여성들 사이에서도 실망과 우려섞인 시선이 늘고 있는 형국이다.

홍익대 미대 몰래카메라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성(性) 편파 수사'를 주장하는 여성단체 '불편한용기'의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 2차 집회가 열린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혜화역의 모습. 뉴시스
홍익대 미대 몰래카메라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성(性) 편파 수사'를 주장하는 여성단체 '불편한용기'의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 모습. 뉴시스

이런 여론의 방아쇠를 당긴 건 최근 일어난 '성체 훼손'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일 워마드 게시판에 '예수 XXX 불태웠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여성을 억압하는 종교는 다 꺼져라'며 붉은색 펜으로 욕설이 적힌 성체 일부가 검게 불태워진 모습이 담긴 사진이 첨부돼 논란의 불을 지폈다.

앞서 워마드는 성 소수자를 비하하거나 남성을 조롱하는 표현과 사진들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호주 남성 아동을 성폭행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지난 5월에는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사진이 게시된 게 대표적이다. 남성 화장실에서 몰래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화장실 몰카 사진도 게재돼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워마드 폐지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내 청원글도 잇따라 오르고 있다. 청원글에는 '워마드는 성평등을 가장한 사회적 테러집단"이라며 "즉각 폐지하고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상황에서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워마드가 '한국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상징적 개념처럼 통용돼서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워마드의 문제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지만 워마드를 이유로 한국 페미니즘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워마드가 한국 페미니즘을 대표하지도 않을 뿐더러, 워마드를 페미니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워마드가 제기하는 이슈들이 페미니즘과 결합돼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워마드를 '페미니즘'이라는 키워드만으로는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다수다.

워마드엔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논리가 그 기저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한국 사회 전반에 깔린 '능력주의'이자 '내가 잘났다'는 것을 표현하는 인터넷 문화가 함께 투영된 것이라는 판단이다. 

페미니즘 내부에도 래디컬(급진적) 페미니즘, 퀴어(성 소수자) 페미니즘 등 다양한 물결이 있고, 이는 '하나의 페미니즘'이 존재할 수 없다는 방증이라고 한다. 특히 지금의 '과잉대표' 되는 워마드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하나의 인터넷 게시판으로 하나의 의제를 공유하는 집단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양성 평등과 여성 인권 신장을 요구하는 페미니즘은 전 세계에서 공유되는 보편적 사상이며 이를 실현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이다. 한데 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격한 목소리가 있다고 해서 페미니즘 자체를 거부하고 반대하는 것은 '꼬투리'를 잡아 페미니즘을 매도하려는 '핑계'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페미니즘은 모든 여성에게 적용되는 '생존 기술'이다. 워마드와 한국 페미니즘을 동일시하는 것은 워마드의 과잉대표화를 통해 페미니즘을 억압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워마드를 비판하며 한국 페미니즘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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