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부가 하는 일이 갑자기 달라진 게 없다. 지난 20년 간 보수 또는 진보 성향의 정부가 했던 신자유주의 틀 안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장하준(55)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17일 '나쁜 사마리아인들' 10주년 특별판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장 교수는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기업과 혁신생태계 특별대담'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학점으로 매겨달라고 하자 "보류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장 교수는 "촛불 혁명으로 이번 정부가 갑자기 선출됐다. 시간이 없었던 것에 비해서는 잘 하고 있지만 경제정책만 놓고 보면 혁명적인 일은 없다"며 "뭔가 다르게 해보려고 하지만 그게 안 보인다. 그래서 학점을 보류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지금 정부는 형편이 되는대로 복지를 조금씩 늘리자는 식인데, 이래서는 안 된다"며 "발상의 전환을 통해 바꾸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될 수가 없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일주일에 52시간이면 중진국 이상 되는 나라에서는 최장 시간 일하는 것"이라며 "그것보다 더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임금 구조를 만들어놓고, 과도하게 일하고 있으니 노동시간을 단축하자고 한 것이다. 구조적으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고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를 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갈등에도 우려를 표했다. 장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자영업자 비율이 12% 수준인데, 한국은 너무 높다"며 "전체 근로자 중 25% 이상이 자영업자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생산성이 낮은 치킨집이나 편의점을 하고 있는데, 지금의 최저임금 인상은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나라 같으면 자본가가 될 수 없는 사람인데 자본가로 만들어놓았다"고 지적했다.
2017년 10월 출간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20개국에서 70만부가 판매됐다. 신자유주의, 즉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론이 금과옥조로 여겨지던 때 신자유주의 담론을 정면으로 비판한 책이다.
당시 장 교수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전에,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계속 유지된다면 대규모 경제 위기, 나아가 제2차 대공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