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 경제성장률을 당초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하반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에서 급기야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추는 상황이 됐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당정협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정성호 기획재정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당정협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정성호 기획재정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생산·투자 지표가 줄줄이 꺾이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으로 '고용 쇼크'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게다가 미·중 무역 갈등으로 마지막 버팀목 수출마저 둔화 우려가 커졌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소비가 다소 살아나고 있는게 유일한 위안거리라 해도 내수밀접 소비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상반기 경제 운용도 이렇다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경제 회복 원천을 가계 소득 증대에 두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하는데, 기업 활력 약화와 이해 대립으로 체감할 만한 혁신성장 성과는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그동안 엄중한 경제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러 악재로 인해 3%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진단이 대다수였다. 

국책·민간연구소들은 3% 벽을 넘기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2.9%)을 포함해 한국금융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LG경제연구원·한국경제연구원(2.8%) 모두 2%대 후반을 예상했다. 정부 전망치에 공조하는 모습을 보여왔던 한국은행마저 3.0%에서 2.9%로 한 발짝 물러났다. 

이제 3%대 전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두 곳 뿐이다. 다만 전망치를 내놓은 시점이 미·중 무역 전쟁 본격화 되기 전이었던 점에서 조만간 하향 조정하리란 게 보편적인 시각이다. 심지어 2.9%로 낮춰잡은 전망치마저 낙관적으로 비춰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책방향은 투자 활성화와 소득분배·일자리 지원에 안간힘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약 4조원 규모의 재정 보강 예산은 초과 수요가 있는 구조조정 지역·업종과 국민생활에 밀접한 공기업 투자에 대거 투입된다. 

그러나 여타 정책은 종전과 유사하거나 곁가지가 다수다. 일례로 10년이 넘는 노후 차량을 폐차한 뒤 새 차를 사면 개별소비세를 1년간 70% 감면해준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청년들에게 월 50만원 한도로 6개월간 최대 300만원을 지급하는 '구직활동 지원금'은 모호한 심사 기준과 중복 수혜 논란을 빚는 '청년수당'과 유사하다. 

저소득 가구에 세금 환급 형태로 주는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 대상과 지급액을 늘리는 것도 일자리안정자금처럼 세금이 든다. 그러나 2~3년만 지급하면 되는 임시지출 성격의 일자리안정자금과 달리 재정사업 확대는 영구적으로 유지돼 나라 살림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정부가 3% 성장 집착증은 버렸지만 검증되지 않은 소득주도 성장론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어 경제가 더 망가질 수 있다고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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