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기획-극한기후①] 지구촌 '비명'…문명이 재앙 불렀다
[ST 기획-극한기후①] 지구촌 '비명'…문명이 재앙 불렀다
  • 김태현 선임기자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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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기후로 몸살 앓는 유기체 가이아
온난화, 자연 변동과 문명 기후변화 '동시 야기'
자연적 원인에 의한 기상이변을 강화하는 인류
‘평균’이 돼가는 ‘극한’을 자연 그대로 ‘극한’으로 돌려야


지구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 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다. 현대적인 의미의 가이아는 지구에 사는 생물들과 육지, 바다, 대기, 그리고 지구 자체를 모두 포함하며, 스스로 작동하고 자가 치유능력을 가진 유기체다.

그런 가이아에 기상이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변의 강도가 ‘통계적으로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다. 기상학자들은 이런 기상이변을 ‘극한기후현상(extreme climatic phenomena)’이라 부른다.

폭설에 뒤덮인 요르단 암만. 기상관측 이래 세 번째 내린 폭설에 눈싸움을 즐기는 요르단 사람들(2018.01.31)(자료:Reuters/Telegraph)
폭설에 뒤덮인 요르단 암만. 기상관측 이래 세 번째 내린 폭설에 눈싸움을 즐기는 요르단 사람들(2018.01.31)(자료:Reuters/Telegraph)

가이아 곳곳이 극한기후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집중호우와 홍수, 폭염에 따른 가뭄과 열대야, 한파, 더욱 막강해진 열대성 저기압(태풍, 허리케인 등), 극지방 이상고온과 해빙에 따른 해수면 상승, 초대형 산불, 해수 산성화, 생물 다양성 감소 등이 그런 것들이다.

사하라 사막 우아르글라(Ouargla) 지역의 기온이 기상관측 이래 최고인 51.3℃를 기록했다. 오만의 쿠리야트 지역은 한밤 기온이 42.6℃까지 올라 역대 최고 열대야를 기록했다. 일본은 연이은 폭우와 폭염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지난 겨울에는 북극 한기(제트기류)가 북미와 유럽, 동북아시아를 덮쳐 폭설을 동반한 살인 한파와 겨울 폭풍을 쏟아냈다. 사하라 사막에 40cm의 눈이 쌓이고, 남극대륙 동부 고원의 기온이 사상 최저인 -97.8℃까지 내려가기도 했다(지구물리학연구회보). 지지난 겨울에는 북극의 11월 기온이 평년보다 20℃나 치솟아 1900년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한때 극한기후로 불렸던 현상들이 차츰 극한의 의미를 잃어간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00년 간 한반도의 기온은 1.5℃ 상승했다. 지구 전체 평균 상승폭인 0.6℃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올 여름에는 짧은 장마로 더위가 예년보다 열흘가량 빨리 찾아온 데다, 티베트 고원에서 넘어온 뜨거운 바람과 제트기류의 하강을 막아선 북태평양 고기압이 달궈진 공기를 지상에 가두는 열돔(heat dome) 현상 탓에 평년보다 4~7℃ 높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늘마저 구름 한 점 없이 뻥 뚫려 자외선이 그대로 쏟아져 내린다.

‘극한’이 ‘평균’이 되어가는 가이아, 왜 이럴까? ‘기상이변’ 하면 언뜻 떠오르는 게 있다. ‘인간 활동에 의한 지구온난화’다. 이것이 기상이변의 진짜 주범일까? 그 외에 다른 원인은 없을까? 기상이변은 지속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그저 일과성 이변일 뿐일까?

폭염에 아지랑이 피어오른 활주로(자료:AP/dailymail)
폭염에 아지랑이 피어오른 활주로(자료:AP/dailymail)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 사이의 연관성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기상이변의 주범이 아니라는 진영의 논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개별적인 기상이변과 기상이변의 총량을 과학적으로 연결하기가 쉽지 않고, 자연적 원인과 지역적 특성, 인위적 원인을 따로 분리해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흡연-폐암의 관계와 비슷하다.

지금으로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상이변이 발생하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거기에 인위적인 원인이 점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최선이다. 흡연이 폐암의 확률을 높이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확률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지구온난화, 왜 따뜻해지나? : 자연적 원인

먼저 용어부터 정리하자. 기상이변은 원인에 따라 달리 부르는 이름이 있다. 자연적인 원인에 의한 기상이변은 ‘기후변동성’, 인간의 활동에 의한 기상이변은 ‘기후변화’라고 부른다(UNFCCC, 유엔기후변화협약).

지구의 기온은 늘 오르내린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과거에는 운석 충돌이나 지각 변동, 태양의 흑점 활동, 화산 폭발, 엘니뇨, 라니냐, 태평양 10년 주기 변동, 제트기류 등 자연적인 원인 탓에 기상이변이 발생했다. 기후변동성이다. 세 가지만 살펴보자.

① 엘니뇨

적도 무역풍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어나간다. 그런데 이 바람이 약해져 따뜻해진 해수를 서쪽으로 밀어내지 못하면서 페루와 칠레 앞바다 등 태평양 적도 부근 남미해안에서 중부 태평양에 이르는 넓은 바다의 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진다. 주로 9월에서 다음해 3월 사이에 발생하는 이 현상을 엘니뇨라고 한다.

 

평년과 엘니뇨가 발생한 해 해류 비교(자료:NOAA/NASA)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평년과 엘니뇨가 발생한 해 해류 비교(자료:NOAA/NASA)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엘니뇨는 태평양의 에너지 분포를 교란시킨다. 해양과 대기는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대기의 흐름도 바뀐다. 바뀐 대기 흐름은 페루와 칠레뿐 아니라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 등지에 가뭄과 폭염, 한파 등 기상이변을 일으킨다.

2016년은 인류가 기상을 관측한 이래 가장 더웠던 해이자,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 해다. 1965년 이후 최고 기록을 15차례 갈아치우는 동안, 엘니뇨는 12번이나 영향을 미쳤다. 엘니뇨와 기상이변의 깊은 상관관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에도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이 절반 이상이란다. 세계기상기구(WMO)와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이 확률을 최소 50%, 최대 65%로 전망했다.

② 태평양 10년 주기 변동(PDO)

2017년은 2016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더웠던 해다. 하지만 엘니뇨는 없었다.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기는커녕 라니냐가 발생해 평소보다 더 차가웠다. 학자들은 그 이유로 태평양 10년 주기 변동(PDO)을 꼽는다.

PDO는 15~20년 주기로 바닷물이 따뜻해졌다가 시원해지기를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온난화 휴지기’로 불리는 2001~2014년 동안, 태평양은 시원했고, PDO 수치는 ‘마이너스’를 가리켰다. 그런데 PDO 수치가 ‘플러스’로 돌아서자마자 더위가 찾아왔고, 2016년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7년에는 엘니뇨 없이 사상 두 번째 무더위가 찾아오기도 했다.

③ 제트기류

제트 기류는 대기 상층부 서쪽에서 동쪽으로 마치 강물처럼 띠를 이루며 빠르게 이동하는 바람을 말한다. 두께와 폭이 수 km에서 수백 km에 달하고, 시속 90km 이상의 속도로 이동한다. 아열대 제트기류와 한대 제트기류가 있다.

북반구의 제트기류(자료:NASA)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북반구의 제트기류(자료:NASA)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제트기류는 고위도와 저위도 간 기온 차로 유지되는데, 어떤 이유로 극지방 기온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올라가면 위도 간 기온 차이가 줄어들고, 그로 인해 제트기류가 서행하거나 멈추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럴 경우, 같은 날씨가 지속되면서 약한 더위는 폭염으로, 이슬비는 호우로 뒤바뀐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을 뒤덮은 폭염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요인 중 하나다.

지구온난화, 왜 따뜻해지나? : 인위적 원인

그러나 20세기 초반 이후 기상이변은 기후변동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자연적인 원인만으로는 데이터 설명이 불가능하다. 산업화와 도시화 등 인간의 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더해야만 수치가 맞아떨어진다. 현재 세계가 주목하는 기상이변은 온실효과에 의한 지구온난화, 바로 기후변화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지구온난화를 촉발하는 온실가스 6종을 규정했다.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과불화탄소, 수소불화탄소, 육불화황이다. 이중 이산화탄소의 경우, 2016년 현재 아래 11개국이 총 배출량의 68%를 차지한다(Statista).

중국(28%) > 미국(16%) > 인도(5.8%) > 러시아(4.8%) > 일본(3.8%) > 독일(2.2%) > 한국(1.8%) > 캐나다(1.7%) > 이란(1.6%) > 브라질(1.4%) > 인도네시아(1.3%)

온실가스 6종의 발생 유인(자료:greenandgrowing.org)ⓒ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온실가스 6종의 발생 유인(자료:greenandgrowing.org)ⓒ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온실가스가 늘어나면 지구에 복사된 태양열이 대기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간다. 해수가 팽창하고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올라간다. 난류와 한류의 순환이 교란되고 제트기류가 약해져서 혹한이 닥친다. 대기(이동성 고기압과 저기압)의 흐름이 비틀어져 엘니뇨와 허리케인, 태풍이 더 강해진다. 지역에 따라 강우량이 늘어나고 사막화가 가속화하고, 폭염과 지진이 잦아진다.

실제로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가 시작된 1750년 이후 평균 1℃가 올랐다. 중위도와 저위도보다 북극지방의 기온이 두세 배 더 올라서 빙하를 녹였고, 그에 따라 1901년부터 2010년까지 110년 동안 해수면이 19cm나 높아졌다. 그 사이 온실가스 농도는 40%가량 증가했다.

2016년 현재 대기 중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는 402.9ppm이다. 지구에 인류가 등장한 이래 최고 수치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13년에서 2017년까지 5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기간이었다.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높아지는 확률, ‘극한’을 다시 ‘극한’으로

기상이변의 주요 원인은 자연적인 기후변동성과 인위적인 기후변화다. 기후변동성, 즉 자연적 원인에 의한 기상이변에 대해 이견을 다는 학자는 없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다르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 2위인 미국이 인위적 원인에 의한 지구온난화를 부정하고 있다.

인위적 원인에 의한 지구온난화 찬성론자들은 기상이변을 지속적인 현상으로 보지만, 반대론자들은 그저 일과성 이변일 뿐이라며 거부한다.

그러나 우리가 컴퓨터를 작동 중인 지금 이 순간에도 가이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TV 또는 스마트폰을 보거나 플라스틱 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는 순간에도, 더위를 식히기 위해 청량음료 알루미늄 캔을 따는 순간에도, 자동차를 몰고 휴가를 떠나는 순간에도 그렇다.

온실가스의 주요 발생 루트(자료:유엔 IPCC 제5차 보고서, 2014)ⓒ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온실가스의 주요 발생 루트(자료:유엔 IPCC 제5차 보고서, 2014)ⓒ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이제 더 이상 진위를 따지며 외면할 단계가 아니다. 문제는 흡연-폐암에서 유추할 수 있는 상관관계처럼, 인위적 원인에 의한 지구온난화, 즉 기후변화의 확률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활동이 엘니뇨나 태평양 10년 주기 변동, 제트기류를 보다 강력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온실가스를 무더기로 배출하는 인류의 일상 탓에 극한기후현상을 버텨 내는 가이아의 자정능력이 날이 갈수록 임계치로 다가서고 있다. 윌 스미스와 그의 아들이 열연한 영화 ‘애프터 어스(After Earth)’는, 환경을 오염시킨 후 도망쳤다가 다시 찾은 ‘인류’라는 바이러스를 가이아가 얼마나 적대적으로 몰아붙이는지 잘 보여준다.

인위적 원인의 확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기후변화, 국제사회는 공통편익에 기초한 대응 수단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 ‘평균’이 돼가는 ‘극한’을 다시 ‘극한’으로 되돌려야 한다. 별들의 세계로 돌아간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예언대로, 오늘 태어난 아이가 청・장년이 되는 30~50년 후, 인류의 터전인 가이아가 인류라는 이기적인 바이러스에 얼마나 적대적일지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태현bizli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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