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와 기후변화의 관계, 인정까지 188년 걸려
미국은 지구온난화 음모론에 의지해 기후변화 부정
남한면적 절반 만큼 북극 빙하 매년 사라져
‘인류세’ 멸종 막을 강한 국제 거버넌스 구축 나서야


한반도의 기온이 연일 기록 경신이다. 22일 서울 한낮 기온이 38℃까지 치솟아 7월 기온으로는 1994년 이후 역대 세 번째를 기록했다. 같은 날 경기도 여주는 39.7℃로 전국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더위에 지쳐 얼음을 끌어안고 잠든 판다(자료:chinadaily)
더위에 지쳐 얼음을 끌어안고 잠든 판다(자료:chinadaily)

그런데 폭염이 8월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 사이 온열환자가 천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속출했다. 정부는 이번 폭염을 계기로 폭염을 재난안전법상 자연 재난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우리뿐만이 아니다. 중국과 베트남, 일본, 미국, 유럽 등지도 기상이변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겨울에 영하 30도의 평균 기온으로 혹한이어야 할 북극은 한때 영상 2도를 기록했다. 북극의 기온이 오르자 찬 공기가 남하, 미국의 경우 아열대지역인 하와이를 포함 50개 주에 눈이 내렸다. 기상 관측 사상 처음이다.

기상 이변은 21세기 이후 돌발 상황이 아닌 상시 상황으로 변했다. 지난 136년 동안 가장 더웠던 열여덟 해 가운데 17번이 2001년 이후에 발발했다. 지구촌의 기상이변은 '이변'이 아닌 '보편적' 현상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기상이변의 원인은 크게 자연적 원인에 의한 ‘기후변동성’과 인위적 원인에 의한 ‘기후변화’로 나눈다.

그중 문제가 되는 것은 기후변화다. 그 배경에 온실가스가 있다. 문제가 발견됐으니 해결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좀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 왔으며,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사람들의 주장은 무엇인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1827년 온실가스가 지표 온도 올린다는 이론 첫 발표

온실가스를 최초로 언급한 사람은 프랑스의 과학자 장-밥티스트 푸리에(J. B. Joseph Fourier)다. 1827년, 그는 온실가스가 지표 온도를 올린다는 온실효과이론을 발표했다. 그러나 귀 기울이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65년 후인 1891년, 스웨덴의 화학자 스반트 아르헤니우스(S. A. Arrhenius)는 “산업화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두 배로 증가해 지구의 평균기온이 5℃ 정도 올라갈 수 있다”며 화석연료 사용을 비난했다. 12년 후 그는 노벨화학상을 수상했지만, 이산화탄소 문제는 곧 잊혀졌다.

(자료:NOVA)
(자료:NOVA)

그로부터 다시 60여 년이 더 지난 1950년대, 미국 과학자 찰스 데이비드 킬링(C. David Killing)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매년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이산화탄소는 과학자들의 연구 목록에 오르기 시작했다.

1979년에는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가 온실가스의 심각성을 알렸고, 1988년에는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기후변화를 공식 의제로 설정하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를 발족시켰다.

학자들은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연구에 매달렸다. 각종 데이터가 급속도로 축적됐다. 1992년,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체결됐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싱가포르 유스 펠로우쉽 현장(2015.07.05)(자료:UNFCCC)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유엔기후변화협약 싱가포르 유스 펠로우쉽 현장(2015.07.05)(자료:UNFCCC)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UNFCCC는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과불화탄소, 수소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6종을 온실가스로 규정하면서 첫 번째 지구적 대응책을 제시했다. “세계 각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라”는 것이었다.

한편, 2차, 3차, 4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온실가스를 언급했던 IPCC는, 5차 평가보고서(2014년)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등 인간의 활동이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일 확률이 95% 이상으로 매우(extremely) 높다”며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했다. 푸리에의 온실가스이론 이후 188년 만이었다.

그러나 위 문장에서 거론한 확률은 100%가 아니다. 95%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기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그 5%를 파고든다.

5%에 기댄 반지구적 부정

1997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가 일본 교토에서 열렸다. 거기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국가 간 이행협약인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채택됐다. 교토의정서는 (탄소)배출권거래제도와 공동이행제도, 청정개발제도 등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반지구적 부정이 노골화됐다.

교토의정서 서명 및 비준 현황(자료:UNFCCC, 2012)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교토의정서 서명 및 비준 현황(자료:UNFCCC, 2012)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당시 미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23.1%로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었다(2000년). 하지만 2001년 취임한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의정서 탈퇴를 선언했다. 교토의정서가 과학에 기반을 두지 않았고,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는 말은 188년의 연구 결과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개발도상국의 의무” 운운한 것 또한 책임 회피에 불과했다. 5%의 확률에 기댄 반지구적 부정이었다. 온실가스를 태운 덕에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된 국가가 할 소리는 아니었다.

부시 전 대통령이 교토의정서를 거부한 이유는 미국이 입을 경제적 손실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책임의식조차 기피하는 행태, 미국의 이런 무책임한 행태는 교토의정서에만 그치지 않았다.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가 파리에서 열렸다. 2020년에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해서였다. 무려 196개국, 사실상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참여한 총회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Climate Change Accord)이 채택됐다.

파리기후협약 서명 및 비준 현황(자료:UNFCCC, 2017)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파리기후협약 서명 및 비준 현황(자료:UNFCCC, 2017)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협약의 골자는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수단을 제시한 것이었다. 이 협약은 2015년 11월 14일 공식 발효됐으며, 미국의 버락 오마바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지구를 살리는 범 지구적 합의는 이내 깨졌다. 장본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그가 취임하면서 5%에 기댄 반지구적 부정이 되살아났다.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비준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탈퇴를 선언해 버렸다. 명분은 “협약이 미국에 불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탄소배출 총량제는 ‘일자리 죽이기’다. 2016년에 발표한 <미국 우선 에너지정책, America First Energy Plan>에서, 그는 탄광 개발 활성화를 공언했다. 해양 석유・가스 시추 관련 메탄 규제도 철폐할 예정이고, 셰일 가스 시추 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수압파쇄공법도 허용할 방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경제와 지구 환경 중 자국 경제를 택했다. 5%에 기댄 반지구적 부정으로 지구의 숨통을 조이겠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만들어낸 날조극”이라는 그의 주장에 이르고 보면, 뻔뻔한 부정과 근시안적 합리화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환경 보존을 위한 전 지구적 노력에서 비켜 선 미국(교토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자료:WP)
환경 보존을 위한 전 지구적 노력에서 비켜 선 미국(교토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자료:WP)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는 음모다?

5%에 기댄 반지구적 부정의 행렬에 미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과 호주도 가세했다. 그들은 이산화탄소의 영향뿐 아니라 지구온난화 이론 자체를 부정한다. 특히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이 더하다.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자.

▲ 1970년대만 해도 빙하기가 온다고 했던 과학자들이 지금은 온난화를 주장한다.
▲ 극한기후현상과 인위적 기후변화 사이에 과학적 상관성은 없다.
▲ 기온 측정 장소가 상대적으로 뜨거운 지역에 몰려 있다.
▲ 극한기후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았다.

그들의 주장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1980년과 2012년에 촬영한 사진 두 장으로 간단히 뒤집을 수 있다.

1980년의 북극 빙하(자료:NASA)
1980년의 북극 빙하(자료:NASA)
2012년의 북극 빙하(황색 실선 내부는 지난 30년 동안 빙하가 사라진 지역)(자료:NASA)
2012년의 북극 빙하(황색 실선 내부는 지난 30년 동안 빙하가 사라진 지역)(자료:NASA)

한눈에 봐도 엄청난 규모의 빙하가 사라졌다. 지금도 매년 평균 50,000㎢가량이 줄어들고 있다. 50,000㎢라면 남한면적(9.9만㎢)의 절반에 달한다. NASA는 그 원인으로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지목했다.

이밖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추이와 지구의 평균온도 추이만 살펴봐도 지구온난화 음모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억지주장인지 알 수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추이(4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자료:NOAA)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추이(4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자료:NOAA)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지구의 평균온도 추이(1880년부터 현재까지)(자료:WMO)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지구의 평균온도 추이(1880년부터 현재까지)(자료:WMO)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시선을 이산화탄소에서 메탄(열을 가두는 능력이 이산화탄소보다 28배 강한 기체)으로 옮기면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 양상이 보다 뚜렷이 드러난다.

지구 탄생 이래 지질시대의 특성을 알려주는 지표들이 있다. 고생대는 삼엽충이, 중생대는 공룡이 그런 것들이다. 인류가 사라진 후, 지구의 주인들은 인간이 살았던 지질시대의 지표로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캔을 꼽을 것이다. 닭뼈나 소뼈, 돼지뼈도 중요한 지표들이다.

80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만으로도 메탄 배출량은 위협적이다. 거기에 돼지와 양 각 10억 마리, 소 13억 마리가 식용을 위해 인간과 함께 산다. 닭은 무려 600억 마리가 살고 있다.

이 동물들이 매년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7기가(giga)톤 정도로 추산된다. 온실가스 총량의 14%에 해당하고, 전 세계 자동차가 내뿜는 온실가스와 비슷한 규모다.

밀식 사육 당하는 육계(자료:thebureauinvestigates by Andrew Wasley)
밀식 사육 당하는 육계(자료:thebureauinvestigates by Andrew Wasley)

지구 평균온도 2oC 더 오르면 빙하 완전히 사라져

지질학자들은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캔, 가축들의 뼈가 지질시대 지표로 작용할 이 시기를 ‘인류세’라고 부른다. 지구에 사는 생물들은 지금까지 자연적 원인으로 총 5차례의 대멸종을 겪었고, 그 과정에 99%의 생물이 사라졌다.

기후변화와 극한기후현상은 사실 개인이나 한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기는 불가능한 인류사적 거대담론이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두고 전 세계가 대비해 보자는 설득도, 그래서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그러나 6번째 대멸종은 분명 다가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멸종의 순간을 인간이 스스로 앞당기고 있다. 온실가스를 뿜어대면서 말이다. 현재 지구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1℃가량 높다. 지금보다 2℃가 더 오르면 남북극의 빙하가 완전히 사라지면서 멸종이 시작된다. 3.5℃가 오르면 해수면이 7m 정도 상승하고, 6℃가 오르면 대멸종이 완성된다(IPCC 5차 평가보고서).

지구촌 곳곳에서 보이는 극한기후현상이 별것 아닌 것처럼, 일회성 이변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각종 과학적 데이터들은 극한기후현상이 인위적 원인에 의한 기후변화의 대표적 징후이며, 6번째 대멸종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암시한다.

CNN의 칼럼니스트 존 셔터(John D. Sutter)가 6번째 대멸종을 경고하며 제시한 그래프. 셔터는 6번째 대멸종으로 생물종의 1/3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자료:CNN)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CNN의 칼럼니스트 존 셔터(John D. Sutter)가 6번째 대멸종을 경고하며 제시한 그래프. 셔터는 6번째 대멸종으로 생물종의 1/3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자료:CNN)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세계적인 환경기구와 경제기구들이 이구동성으로 인류의 ‘올바른’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95%의 확률을 두고 5%의 확률에 기댄 채 외면하거나 반지구적 부정을 선택할 수는 없다.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거버넌스 구축에 나서야 한다. 각국이 산업 경쟁력에 심대한 타격을 입지 않는 선에서, 기후와 에너지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전 지구적 시스템을 하루빨리 가동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4차산업이든 뭐든 모조리 끌어와야 한다. 미국이 자국 경제를 핑계 대며 끝끝내 부정으로 일관한다면, 버리고 가는 수밖에 없다.

‘1990~2012년 사이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1위(OECD)’와 ‘2016년 기후 불량 4대국(CAT)’, ‘58개국 중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54위’라는 불명예를 차지한 우리나라도 내부적인 노력과 함께 선도적 위치에 어울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온실가스 배출 제어에 실패한다면, 각국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한 국가 또는 한 경제 블럭의 몰락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인류세 생물들의 대멸종이 현실화할 것이다. 현명하다는 인류,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류가 지구 최악의 바이러스로 작용해서야 되겠는가.
김태현bizli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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