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노스 "서해위성발사장 건물-크레인 절반 해체"
남북미간 사전 교감 가능성...북미대화 재개 기대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의 해체 작업에 돌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38노스 홈페이지 캡쳐
38노스 홈페이지 캡쳐

지난 20일과 22일에 촬영한 위성사진 판독 결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미사일과 위성발사체 등을 조립해 이송하는 궤도식(rail-mounted) 건물에 대한 해체가 시작된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23일(현지시각) 전했다.

20일 위성사진에는 세워져 있던 건물과 크레인이 이틀 뒤인 22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절반 가량 해체 돼 바닥에 놓였다는 점을 미뤄볼 때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는 게 38노스 분석이다.

38노스는 서해위성발사장 모습 변화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약속을 이행하는 중요한 첫 단계"라며 "북한의 주요 핵시설을 해체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북한 내에 이동식 발사대(TEL)를 제외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장거리 미사일을 쏠 수 있는 공식 발사장은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2곳 뿐인 것으로 군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이 가운데 북한이 '서해로켓발사장'이라 부르는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은 2009년 4월 완공된 것으로 전해진다. 무수단리 발사장과 비교해 규모가 커 은하-3호, 광명성-4호,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장으로 활용돼 왔다. 2015년 60m 이상의 대형 로켓의 발사가 가능토록 증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서해위성발사장이 자신들의 본토를 위협할 ICBM 개발의 핵심시설로 판단하고 있다. 38노스는 "서해위성발사장은 북한의 ICBM 프로그램 기술개발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북한 스스로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서해위성발사장의 해체가 다른 비핵화 조치보다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신들을 향한 미래 잠재 위협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김정은 위원장이 구두로 약속한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를 곧바로 공개한 것도 미국 내 비핵화 회의론자를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의 조치가 한미 간 다양한 대화채널이 가동되던 때와 맞물린다는 점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재개와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0일(미국 현지시각) 각각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

정 실장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귀국 자리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이 선순환적이고 성공적으로, 가급적 빠른 속도로 추진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안들에 대해서 매우 유익한 협의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실장이 불과 이틀 전 빠른 속도의 북미 비핵화 협상 추진을 언급한 뒤 처음 나타난 북한의 첫 움직임이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정황이라는 점에서 한미 간 또는 남북미간 모종의 사전 교감을 나눈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기하는 것이 비핵화 협상의 선순환과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한 첫 단계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명확한 의도 분석을 통해 변화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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