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환율 무기화...위안화 7월 2.5% 넘게 하락
美 금리 인상으로 자금 이탈 겹쳐 불안감 가중

미국과 중국이 무역에 이어 환율 문제로 정면 충돌할 조짐을 보이면서 신흥국 경제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올해 들어 통화 가치 급락과 자금 유출을 걱정해온 신흥국들은 미중 '환율 전쟁'이라는 불안감까지 떠안게 됐다.

24일(현지시간)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전날 6.78위안 수준에서 움직이던 달러당 위안화 시장환율은 이날 6.8 달러 선을 넘어섰다. 현재 역내 시장에서는 6.82 위안, 역외 시장에서는 6.84 위안까지 환율이 급등했다.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대폭 절하한 영향이 컸다.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기준치를 1달러=6.7891달러로 고시했다. 전일(1달러=6.7593위안) 대비 통화 가치를 0.44% 떨어뜨린 셈이다.

올해 들어 위안화 가치는 5% 이상 내려갔다. 이달 들어서만 통화 가치가 2.5% 이상 떨어질 정도로 최근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중국 당국이 미국에 대한 무역 보복 차원에서 환율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안화 약세로 신흥 시장에 투자했던 자금 전반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면서 신흥국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이달 들어 1.5% 가량 떨어졌다. 파키스탄 루피(-5.7%), 터키 리라(-3.9%), 인도네시아 루피아(0.6%) 등도 불안한 모습이다.

올 들어 신흥국 통화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통화정책을 들 수 있다.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신흥국에 투자했던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가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환율 전쟁'을 벌일 조짐을 보이면서 신흥국들은 한층 더 복잡한 상황을 맞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통화 약세는 물론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에까지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환율 문제로 전선을 확대한다면 글로벌 신흥국 외환 시장은 다시 롤러코스터를 타게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 재무부는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오는 10월 발표하는 반기 환율보고서를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는데 있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은 주요 무역 상대국이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200억 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흑자(GDP의 3% 초과) ▲지속적 일방향 시장개입(연간 GDP 대비 2% 초과, 8개월 이상 순매수)의 요건 중 몇 가지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다. 3개 모두 해당되면 '심층분석대상국(환율조작국)', 2개에 해당되면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된다.

중국은 이 요건 중 1개(현저한 대미 무역흑자)에만 해당되지만 2016년부터 매번 관찰대상국으로 나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계속 견제하기 위해 '대미 흑자 규모와 비중이 큰 국가의 경우 1개 요건만 충족해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다'는 새로운 기준까지 도입해서다.

미국이 중국을 더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기준을 바꾸거나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다면 한국, 대만,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들이 함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