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새 7% 넘게 하락...美재무부, 10월 환율보고서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지속되고 있는 위안화 하락세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최근 3개월 동안 급격히 하락했다. 중국 역내 외환시장에서 지난 4월 말까지 달러당 6.3 위안 수준이었던 위안화 환율은 27일 현재 6.8 위안까지 급등했다. 석달 동안 달러화 대비 통화 가치가 7% 넘게 하락한 것이다.

위안화 하락세는 인민은행이 고시하는 기준환율의 움직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에서 시장 환율은 기준환율의 상하 2% 범위에서 움직인다.

인민은행은 지난 25일 위안화 기준치를 1달러=6.8040위안으로 설정 고시했다. 위안화 기준환율이 6.8 위안을 넘어선 것은 2017년 6월28일 이후 처음이다. 인민은행은 26일 위안화를 0.56% 절상했지만 하루만인 27일 다시 0.41% 하락시켰다.

미국은 위안화의 급격한 하락세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중국이 무역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는 매년 4월과 10월 발표된다. 중국은 보고서가 발표되기 시작한 2016년 4월 이후 매번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이는 '환율 조작국'(심층분석 대상국)은 아니지만 환율 조작 여부를 계속 모니터링하겠다는 경고다.

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정될 경우 1년간의 협의를 통해 통화 저평가와 무역 역조 해소 등을 요구받는다. 이후에도 문제가 시정되지 않으면 금융지원 금지, 조달시장 진입 금지 등의 제재를 받는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가 시장의 수급에 의해 결정되고 있으며, 최근 기준환율의 조정도 정상적인 경제 정책의 일환이라는 반론을 펴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와 언론들도 중국이 무역 경쟁력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최근 경기 둔화 우려에 대응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쓰면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데 공통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5일 위안화 가치 하락이 미국을 겨냥한 인위적 환율정책의 결과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23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5020억 위안(약 83조4900억원)을 중국 금융시장에 공급했다. 은행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금융 시장의 신용 경색 우려가 커져서다.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의도가 크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달러가 고평가돼 있는 것이지 위안화가 저평가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IMF는 지난 24일 발표한 연례 대외부문 보고서에서 미국 달러의 가치가 약 8~16% 높게 평가됐다고 판단했다. 이와 달리 중국 위안화는 대략적으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미중 무역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미국이 위안화 절하를 문제삼으며 전면전에 나설 여지는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는 3개 요건(▲현저한 대미 무역흑자 ▲상당한 경상흑자 ▲지속적 일방향 시장개입) 중 3개 모두에 해당하면 심층분석 대상국, 2개에 해당하면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1개 요건(현저한 대미 무역흑자)에만 해당되는데도 지난해 4월 보고서에서 새로운 기준까지 도입하며 중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이는 그만큼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크고, 임의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의지도 충분하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이 이번 보고서에서 3개 요건에 모두 해당될 가능성은 미미하다. 그렇지만 미국이 1988년 도입된 종합무역법을 활용하면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중국은 이 법에 따라 1992년과 1994년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기간 중에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 공세를 통해 1985년 플라자합의 같은 결과를 바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최근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어 작은 충돌이 환율 전쟁으로까지 번질 위험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이 계속해서 보복할 경우 관세 조치를 5000억 달러 규모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대미 수입액은 연간 1300억 달러 규모여서 같은 규모의 관세 보복을 하기 어렵다. 미국이 관세 조치의 규모를 늘릴 경우 중국은 계속해서 위안화 절하와 같은 비관세적 보복을 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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