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입장차 재확인했지만 대화 동력은 유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 한반도 주요 당사국 간 종전선언 협의는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다만 주요 당사국들은 남북·북미 정상회담 이행 의지를 표명하며 대화 동력을 유지한 뜻을 재확인했다.

ARF 참석차 지난 3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틀간 총 11개국과의 양자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한국, 미국 등 한반도 문제 주요 당사국과의 양자회담 제의에는 응하지 않고, 환영만찬과 회의 참석 등을 계기로 짧은 대화만 나눴다.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아세안외교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아세안외교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강경화 외교장관은 모든 회의 일정을 마치고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일 환영만찬 때 있었던 리 외무상과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강 장관은 "'갈라만찬' 계기에 자연스럽게 리 외무상과 만나 한반도 정세 진전 동향과 향후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짧지만 허심탄회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매우 진솔한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그러나 강 장관과의 만남에서 한반도 종전선언 등 정상회담 결과 이행에 관한 의견, 특히 북미 간 대화 진전 상황 등을 공유하면서도 "외교당국이 나설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ARF를 계기로 종전선언 등에 관한 논의를 진전시킬 의사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전했다.

북미 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은 ARF를 계기로 북미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북한 측에 사전에 전했으나, 북한은 이에 대해 응하지 않았다. 

결국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4일 ARF 포토세션 때 리 외무상 쪽으로 찾아가 대화를 시도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카운터파트인 리 외무상과 짧지만 격식 있는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의견을 공유했는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북한은 다소 강경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리 외무상은 ARF 연설에서 "미국이 우리의 우려를 가셔줄 확고한 용의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우리만이 일방적으로 움직이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근본 열쇠는 신뢰조성"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연설문에서 자신들이 핵실험장 폐기와 도발 중단 등의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조치까지 했음에도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기조를 유지하며, 핵시설을 선제적으로 신고해야 종전선언 논의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은 이번 ARF에서 미국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견만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마주 앉아봤자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북한의 입장을 도왔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이 북한의 '정당한 요구'에 호응할 것을 촉구하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한 선제적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3일 리 외무상과의 양자회담 후 강 장관과 양자회담을 진행하며 종전선언 당사자이자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요구하기도 했다. 

ARF를 계기로 종전선언과 관련한 가시적 진전은 없었으나, 각국은 여러 계기로 대화 동력을 유지했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미국은 ARF 포토세션 때 대북 실무협상팀을 이끌고 있는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이 든 서류봉투도 전달했다.

강 장관은 결산 브리핑에서 리 외무상과의 조우 때 "언젠가는 남북 외교당국이 협의의 대상이 서로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은 연설문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조선반도와 그 주변의 평화적 환경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 약속 이행 의지를 역설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