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혜택 못받자 원망하는 내용 담아
"파렴치 인간들...고맙다는 인사도 없어"
"이상주에 내가 준 8억 청구 소송할 것"

7일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공개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이날 서증조사(검찰의 채택된 증거 설명)를 통해 공개된 이 전 회장 비망록에는 이 전 회장이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앉지 못하자 이 전 대통령을 원망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이 전 회장의 실제 메모와 이 내용을 그대로 정자(正字)로 옮겨 쓴 화면을 띄워가며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2008년 3월28일 "이명박과 인연을 끊고 다시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하는지 여러가지로 괴롭다. 나는 그에게 약 30억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 그 족속들이 모두 파렴치한 인간들이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썼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만큼의 돈을 지원했는데도 (자신이 원하는) 인사상 혜택이 없어 이에 대한 분개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2008년 2월2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 당선인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대선 전에 최선을 다해 자금 지원을 해드렸다"면서 "금융위원회 위원장, 산업은행 총재, 국회의원 공천까지 의향이 있다"며 구체적인 인사 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이상득 부의장과 얘기해보겠다"는 등 이 전 회장 청탁대로 인사권을 행사해주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전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취임 후인 같은 해 3월 7일 당시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은 이 전 회장에게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선임을 제안했고, 이 전 회장은 자신이 원했던 자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수행비서인 임재현 선임행정관을 통해 이 전 회장에게 연락, 이 자리를 직집 제의해 이사장 공모절차에 신청하도록 했다.

이 전 회장의 비망록 속 내용은 시기 상 이 때의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같은 달 23일에는 "이명박에 대한 증오감이 솟아나는 건 왜 일까"라고 쓰기도 했다. 

아울러 3일에는 "왜 이렇게 배신감을 느낄까. 이상주 정말 어처구니 없는 친구다"라며 "나중에 한 번 따져봐야겠다. 소송을 해서라도, 내가 준 8억원 청구 소송할 것임. 나머지는 어떻게 하지"라고 썼다.
 
이 전 대통령이 이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조사된 금액 중에는 2007년 8월부터 12월까지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를 통해 받은 8억원이 포함돼 있다.

이번 비망록 공개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이 전 회장 인사 청탁 등 대가로 약 22억6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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