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푸조 등 다국적 기업 탈출 러시
'세컨더리 보이콧' 우려 작용한 듯

독일의 자동차 기업 다임러AG가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 재개 후 이란 진출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유럽연합(EU)이 유럽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미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다국적 기업들이 속속 이란을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CNN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다임러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해당 제재에 대한 추가 발표가 있을 때까지 이란 내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다임러AG는 "아직 이란에서 트럭 및 승용차를 판매 또는 제조하지 않았다"며 "핵협정의 미래와 관련한 정치적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임러는 지난 2016년 이란 시장 복귀를 밝혔지만,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이란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트럭 등 자사의 주력상품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유럽의 다국적기업들은 2015년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타결로 경제 제재가 완화되자 앞다퉈 이란 진출을 선언했다. 이후 유럽과 이란 사이의 교역은 100억 달러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 제재를 재개하면서 다임러 외에도 프랑스 토탈, 르노, 푸조, 독일 지멘스 등이 이란에서의 철수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는 미국의 제재가 이란과 거래한 제3국 기업에게도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란과 사업을 하는 그 누구도 미국과 사업을 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11월에는 (제재)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U는 제제무역화 규정 등을 통해 기업들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유럽의 다국적 기업들에게는 미국과의 금융·무역 거래가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6일 TV 연설을 통해 "내가 유럽과 중국,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그들은 모두 제재에 대해 신경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면서도 "하지만 문제는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그들의 회사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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