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사태를 계기로 국토교통부가 뒤늦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면피용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늘고 있다.

국토부가 최근 도입한 '한국형 레몬법'(신차 동일 하자 반복시 교환·보상해주는 자동차관리법)처럼 껍데기만 그럴싸하고, 실제 소비자 피해 구제는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8일 오후 경기도 화성의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찾아 기자들에게 BMW 차량화재 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와 리콜 제도개선 등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8일 오후 경기도 화성의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찾아 기자들에게 BMW 차량화재 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와 리콜 제도개선 등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에 소재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늑장 리콜 또는 고의로 결함 사실을 은폐·축소하는 제작사는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할 정도의 처벌을 받도록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고의·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제조사가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피해자에게 물게 하는 제도다. 

국토부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때 국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관련 법안이 잇달아 발의됐지만 3년 째 표류하고 있다. 국토부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 소비자들은 미국 소비자의 10%에도 못 미치는 배상을 받았다.

그러나 BMW 차량 화재 사고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자 정부가 뒤늦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검토에 들어갔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면, 제조사의 늑장 대응에 대해 철퇴를 가할 수 있다. 

BMW는 2016년부터 유럽에서 비슷한 엔진 화재 사례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 최근까지도 원인 분석을 위한 테스트를 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늑장 리콜'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 같은 기업들의 행태에 재갈을 물릴 수 있게 된다. 

주요 관건 중 하나는 배상액 규모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늑장 리콜에만 적용되고 있는 매출액 1%의 과징금 부과를 차량 결함 은폐나 축소시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법을 만들어도 벌금이 약하면, 소비자를 무시하는 기업 행태를 바꿀 수 없다는 얘기다. 

미국은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에는 피해액의 최대 8배까지 배상해야 하고, 유럽도 천문학적인 배상을 규정하고 있다. 

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정부가 징벌적 배상제도를 만드는 시늉은 했지만, '레몬법'과 같이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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