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메타팩트] 뻐꾸기-휘파람...평양 달리는 북한산 자동차
[김작가의 메타팩트] 뻐꾸기-휘파람...평양 달리는 북한산 자동차
  • 김태현 작가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8.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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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자동차, 매년 1,600여 대 차량 생산
평양 려명거리 밤풍경은 라스베이거스 방불
비핵화 신뢰 구축에 국민들도 나서야 할 때


경제발전을 위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장기 현지지도가 이어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월 말 평안북도 신도군 일대를 현지 지도한 이후 지금까지 약 두 달 보름여 간 원산, 신의주, 청진 등 20여 곳 이상을 돌면서 경제발전 분위기를 띄우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화장품공장, 발전소 건설현장, 양식장, 국제관광특구, 식료품공장, 가방공장 등을 다녀왔다.

김 위원장은 현지 지도를 위해 남북통일농구 경기 관람도 포기하고,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만나지 않았다. 심지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사망 24주기 추모행사도 건너뛰었다.

북한이 새로 개발한 무궤도전차(자료:SBS화면 갈무리=연합뉴스)
북한이 새로 개발한 무궤도전차(자료:SBS화면 갈무리=연합뉴스)

경제발전 총력전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김 위원장의 방문지에는 대중교통 관련 공장들도 빠지지 않았다.

“전차의 질이 월등히 개선됐다. 손색없이 잘 만들어졌다.”

지난 4일 평양무궤도전차공장을 찾은 김 위원장이 신형 트롤리버스를 시승해보고 한 말이다. 송산궤도전차사업소에서는 부품 국산화 비율이 높은 데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개인적인 교통 사정은 어떨까? 북한에도 자동차 공장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차종을 어느 정도나 생산할까?

종교단체의 북한 자동차시장 진입과 철수

미국에 제너럴 모터스(GM)가 있고, 독일에 폭스바겐(VW)이 있고, 일본에 토요타(Toyota)가 있다면, 북한에는 평화자동차(Pyonghwa Motors)가 있다.

“공산주의는 반대합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과 한반도 분단 이후 긴장된 대치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한에 평화와 화해를 촉진해야 합니다.”

통일교 고 문선명 목사가 한 설교다. 이런 기조에 따라 통일교 교단은 1999년 북한 정부가 운영하는 리온봉 제너럴(Ryonbong General Corp.)과 파트너십을 체결, 자동차 제조사인 평화자동차를 설립했다.

서해항 인접지에 위치한 평화자동차 남포공장(자료:by Ray Cunningham)
서해항 인접지에 위치한 평화자동차 남포공장(자료:by Ray Cunningham)

평화자동차는 휘파람, 뻐꾸기, 준마, 창전, 내나라 등의 브랜드를 단 차량들을 생산 중이다. 주로 승용차와 중소형 버스, 소형 트럭들이다. 이 제품들의 기술적 사양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연료소비: 리터 당 20~23km(승용차, 버스), 리터 당 17km(트럭)
▲ 최대속도: 120~180km/h
▲ 최대출력: 55~80kW

차량의 크기에 비하면 연비가 매우 좋다. 웬만한 승용차에는 에어컨이 장착되어 있고, 서보스티어링 기능, 자동 창문 기능이 탑재돼 있다. 사이드 미러는 모터로 작동되고, 후방 알람기능 같은 컨트롤시스템도 장착돼 있다.

평화자동차 평양 쇼룸(자료:by Ray Cunningham)
평화자동차 평양 쇼룸(자료:by Ray Cunningham)

평양 중심가에는 평화자동차 독점 딜러가 운영하는 쇼룸이 있다. 방문객들을 위해 제품의 라인업이 갖춰져 있다. 방문객들은 테스트 드라이브를 해 볼 수 있고, 각종 부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2015년, 쇼룸을 방문한 마셔블아시아(Mashable Asia)紙 존 파워(John Power) 기자와 비영리 조사중앙국 북한조사담당관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Andray Abrahamian)씨는 쇼룸 관계자로부터 25종의 모델이 담긴 브로슈어를 제공받았다. 일단 평화자동차의 주요 생산 모델부터 살펴보자.

준마2008 모델(자료:Mashable Asia by Andray Abrahamian)
준마2008 모델(자료:Mashable Asia by Andray Abrahamian)
뻐꾸기2405 모델(자료:Mashable Asia by Andray Abrahamian)
뻐꾸기2405 모델(자료:Mashable Asia by Andray Abrahamian)
뻐꾸기2405 모델(자료:Mashable Asia by Andray Abrahamian)
뻐꾸기2405 모델(자료:Mashable Asia by Andray Abrahamian)
휘파람1610 모델(자료:Mashable Asia by Andray Abrahamian)
휘파람1610 모델(자료:Mashable Asia by Andray Abrahamian)
내나라 브랜드 모델들(자료:Mashable Asia by Andray Abrahamian)
내나라 브랜드 모델들(자료:Mashable Asia by Andray Abrahamian)

모델들의 외양으로만 봐서는 어디에 내놔도 뒤떨어질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모델들이다. 준마2008 모델은 폭스바겐을, 뻐꾸기2405 모델은 기아(Kia)를, 휘파람1610 모델은 현대(Hyundai)나 토요타(Toyota)를 심하게 닮았다.

실제로 평화자동차가 생산하는 차종들은 대부분 이탈리아 메이커 피아트(Fiat)나 중국 메이커 슈구앙(SG Automotive)의 모델들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단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비슷한 모델들이 160~200마력인 데 비해 평화자동차가 생산하는 모델들은 대부분 80마력 언저리다. 그럼에도 가격대는 1,120만 원~3,360만 원(달러 당 1,120원 기준)에 형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인구가 빈곤에 허덕이는 상황이라, 일반 인민들로서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엄청난 가격이다. 그러나 설령 밀무역으로 돈을 벌어 차를 살 수 있다 해도 실제로 차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 정권이 승용차 소유를 일부 선택된 소수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생산량 역시 2011년 1,450대, 2014년 1,600대 수준으로 적다. 그런 탓에 투자 규모 대비 지극히 빈약한 판매량과 수익으로 통일교는 2013년에 북한시장에서 철수하고 말았다. 이후 회사 관련 정보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평양의 도로는 텅텅 비었다?

북한 사정에 어두운 우리 국민들은 평양 시내 도로가 한산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남북한 체제의 우월성에 민감한 군사정권 하에서 언론을 통해 ‘못사는 북한’만 접하며 살아온 노년층은 더 그렇다.

“평양에 도로가 막힌다고? 아이고, 그놈들 못사는 거 텔레비전에 많이 나오잖어. 온통 민둥산 천지고 먹을 것도 없는데 무신 돈이 있어가꼬 차를 산대?”

“6・25 때 쓰던 도락꾸(트럭)만 굴러댕기것지. 도로가 맥힐 정도로 차가 많으믄 김정일이가 핵개발을 시작했것어?”

평택 오성면의 한 마을회관에서 만난 이전자(81), 박심례(79) 할머니는 북한의 경제상황이 남한의 70년대 정도쯤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방송에서 북한과 관련된 최근 화면을 잘 볼 수 없으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일부 방송사들이 북한 조선중앙TV로부터 뉴스 콘텐츠를 구입하고 있고, 일부 방송프로그램이 탈북자 등을 패널로 내세워 북한의 현재 상황을 전하고는 있지만, 정확한 사실 전달까지는 아직 먼 느낌이다. 평양은 정말 남한의 70년대쯤에 머물러 있을까?

이참에 뢰우벤 테오, 스테판 쉬닝, 레이몬드 커닝햄 등 서방 기자들이 찍은 사진으로 평양 시내관광부터 하고 보자.

하늘에서 바라본 대동강변(자료:by Reuben Teo)
하늘에서 바라본 대동강변(자료:by Reuben Teo)
평양의 스카이라인(자료:by Stefan Schinning)
평양의 스카이라인(자료:by Stefan Schinning)

대동강변 풍경이 마치 한강을 따라 춘천방향으로 가다 보면 만나는 서울 외곽 팔당이나 미사리처럼 보인다.

평양의 야경1(자료:by Reuben Teo)
평양의 야경1(자료:by Reuben Teo)

사진 저 먼쪽 빌딩들까지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는 모습이 국내 여느 대도시의 야경 못지않다. 다만 노출 카메라에 찍힌 자동차의 빨간색 동선이 우리나라 대도시 야경에 비해 매우 약하다.

평양의 야경2(자료:by Raymond Cunningham)
평양의 야경2(자료:by Raymond Cunningham)
평양 려명거리의 밤풍경(자료:sogwang.com)
평양 려명거리의 밤풍경(자료:sogwang.com)

평양에서 가장 번화하다는 려명거리의 밤풍경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호텔들을 방불케 한다.

대동강변에 위치한 과학기술센터(자료:Helenthedestroyer)
대동강변에 위치한 과학기술센터(자료:Helenthedestroyer)

이 정도 풍경이면 확실히 남한의 7~80년대는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평양만큼은 남한의 90년대 또는 2000년대 초입에 와 있을지도 모른다.

도로 사정은 어떨까? 지난 4・27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가을 문재인 대통령을 초대할 의사를 내비치면서 “북한의 도로(포장) 사정이 좋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최소한 평양의 도로 사정은 예외처럼 보인다.

사방이 차량으로 꽉 막힌 평양 중심가 교차로(자료:humanitybesideus)
사방이 차량으로 꽉 막힌 평양 중심가 교차로(자료:humanitybesideus)

“제 생각에는 평양에 굴러다니는 차량 중에 적어도 10~20%는 평화자동차 모델 아닐까 생각합니다.”

북한 여행사인 고려여행사(Koryo Tours)의 총책임자로 16년 넘게 북한 여행산업을 이끌고 있는 시몬 코커렐(Simon Cockerell)이 마셔블아시아(Mashable Asia)紙와 한 인터뷰 내용이다.

2011년 당시 평양 시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자료:by Eric Lafforgue)
2011년 당시 평양 시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자료:by Eric Lafforgue)

서울의 우면산도로와 비슷한 풍경 속으로 평화자동차에서 생산된 자동차들, 수입된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다. 7년이 지난 지금은 더 많은 차량들로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자동차들과 함께 달리는 평양 택시(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8월 4일 평양 무궤도전차공장과 버스 수리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중교통 수단이 열악해 택시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자료:AFP)
수입자동차들과 함께 달리는 평양 택시(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8월 4일 평양 무궤도전차공장과 버스 수리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중교통 수단이 열악해 택시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자료:AFP)

“북한의 교통원들은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합니다. 하나는 교통 통제이고, 또 하나는 평양 거리를 밝게 하는 것입니다. 평양을 다녀가는 사람들 중에 교통원을 사진에 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고려여행사(Koryo Tours)의 총책임자 시몬 코커렐(Simon Cockerell)이 영국 데일리메일紙와 인터뷰 중 한 말이다.

평양의 최중심부인 장전교차로 인근 교차로에서 교통정리 중인 북한 교통원(자료:AFP)
평양의 최중심부인 장전교차로 인근 교차로에서 교통정리 중인 북한 교통원(자료:AFP)

교통원은 평양의 상징이다. 총 300명이 교통원으로 근무 중인데, 모두 보안부대 소속 정규군 장교이며, 공식 명칭은 교통보안원(traffic security officer)이다. 교통원들은 평양 거리에 차가 거의 없던 1980년대에 처음 나타나 텅 빈 대로를 향해 열심히 손짓을 해댔다.

차량 대수가 늘어나 대부분의 교차로에 신호등이 도입된 지금도 교통원들은 1시간 근무에 1시간 휴식을 취하며 수도 평양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교통원은 결혼하거나 26세가 되면 강제퇴직 당한다. 내년에 퇴직하는 리명심(25) 대위는 AFP 통신원 켈리 맥랩린(Kelly Mclaughlin)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거친 훈련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소모적인 반복행동을 수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느낍니다. 매순간 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일 년 내내 우리 민족의 행복만을 돌보시는 우리의 령도자께서 제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계신다는 것을 말입니다. 지금은 퇴직 후에 선생님이 되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비핵화 위한 신뢰 구축, 국민들도 나서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발전을 위한 김 위원장의 광폭행보는 평창올림픽을 언급했던 올해 신년사에서부터 이미 드러난 바 있으며, 한반도 평화분위기로 이어져 4・27남북정상회담, 5・26남북정상실무회담, 그리고 미 트럼프 대통령과의 6・12싱가포르회담까지 성사됐다.

6・12싱가포르회담 이후 북한 당국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고 미군 유해를 송환하고 서해위성발사장(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해체에 들어가는 등 나름의 성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강한 대북제재와 압박 기조를 풀지 않고 있어 일부에서는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남북한의 경협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떻게든 국제사회와 미국의 대북제재를 풀어야 한다. 두말할 것 없이 북한이 가장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 행동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 첩경이다. 신뢰의 실마리가 보인다면, 미국 역시 단계적인 대북제재 해제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관계를 풀어내기 위해 각국 관계자들뿐 아니라 국민들 역시 ‘세밀함’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경제발전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북한의 경제 실상은 어떤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고,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다. 정치적, 군사적 의중과 별개로, 우리 국민들이 북한에 대해 70년대식, 80년대식 사고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정전협정과 평화협정, 비핵화 로드맵 전체가 틀어질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무려 70년이나 왕래가 없었던 남북한이고 보면, 정치, 군사, 외교는 물론 문화사회적으로도 그만큼 세밀하게 접근해야만 서로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이 평화의 초석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지름길이 서로에 대한 ‘앎’이다. 우리부터 북한을 제대로 알아가야 한다. 국민이 오해하거나 심드렁하게 생각하는 사안에 국제사회가 긍정적으로 움직일 리 없기 때문이다.

신뢰가 모든 것이다. 이제는 북한을 바라보는 안경을 빨간색에서 분홍색 정도로 바꿔봄직하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국제사회에 지금보다 더 많은 요청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아니다 싶으면 붉으락푸르락하며 다시 빨간색 안경을 끼면 될 일 아닌가.
김태현bizli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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