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하는 손학규 대세론 … 협치 관심사
7공화국 정계개편, 중도개혁통합 '자임'
급부상 올드보이들 大회전 성사에 '주목'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격돌했던 정동영, 이해찬, 손학규, 3인방의 정치 전면 재등장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은 지난 5일 유성엽, 최경환 의원 등 타 후보를 제치고 일찌감치 당대표에 선출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해찬 전 총리가 1위를 달리고 있다. 거기에 지난 8일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까지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대통합민주신당 시절 당내 대선 후보로 나섰던 이해찬, 손학규, 정동영(호칭 생략)(자료:한겨레/뉴시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대통합민주신당 시절 당내 대선 후보로 나섰던 이해찬, 손학규, 정동영(호칭 생략)(자료:한겨레/뉴시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손 전 위원장이 무언가를 하려 할 때마다 더 중요한 일이 생겨 뉴스에서 사라지는 이른바 ‘손학규 징크스’는 너무 유명해 더 이상 화젯거리도 아니다. 2006년, 경기도지사 퇴임 후 나섰던 100일 민심대장정 결과를 발표하는 날,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는 바람에 징크스가 생겨났다.

2년여 동안 칩거했던 전남 강진 만덕산의 토담집을 뒤로 하고 정계 복귀를 선언할 때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통에 그는 뉴스에서 사라졌다. 지난해 국민의당 입당 발표 때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징크스는 ‘과학’으로 탈바꿈했다.

민심대장정 복귀 후 기자회견하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전 상임선대위장(자료:뉴시스)
민심대장정 복귀 후 기자회견하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자료:동아시아미래재단)

그러나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지난 8일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징크스의 유효기간이 끝난 것일까? 아니면 손 전 위원장의 정치 유효기간이 끝난 것일까?

확산하는 손학규 대세론, 일성은 당내 통합

바른미래당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인물은 현재까지 총 12명이다. 그중 하태경 의원이 부상하는 가운데, 사실상 ‘손학규 對 비 손학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유승민, 안철수, 두 명의 대주주가 사라진 마당에 안심(心)이 작동하고 있다는 당 안팎의 추측도 선거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손 전 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진 국회 정론관에는 국민의당 출신 지역위원장이 30여 명이나 함께했다. 그만큼 강력한 차기 대표주자다. 바른미래당은 물론이고 정계 안팎에서도 손 전 위원장의 당선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나이로 보나 정치 경력으로 보나 올드보이 맞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치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개혁 의지입니다.”

그가 출마의 변으로 가장 먼저 밝힌 것은 당내 통합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해 탄생한 바른미래당은 통합 후에도 사무처 직원을 따로 쓰는 등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아 크고 작은 내홍에 시달려왔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후보자토론회에서 공방을 벌이는 유승민, 안철수 후보(자료:SBS화면 갈무리)
지난 19대 대선 당시 후보자토론회에서 공방을 벌이는 유승민, 안철수 후보(자료:SBS화면 갈무리)

당내 통합에 관해, 손 전 위원장은 ‘완전한 화학적 결합’을 언급하면서 “당대표를 두 번(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하면서 야당 통합을 이뤄낸”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7공화국 정계개편 가능할까?

“7공화국 건설로 우리 정치의 새판짜기가 이뤄져야 합니다. 바른미래당을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으로 만들어 내겠습니다.”

손 전 위원장이 내세운 두 번째 출마의 변은 7공화국 정계개편이다. 7공화국 얘기는 2016년 정계복귀를 선언할 때 손 전 위원장이 이미 언급한 바 있다. 핵심은 다당제와 협치의 제도화 및 연립정부 구성이다.

다당제와 협치가 가능하려면 승자독식,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제왕적 대통령제와 같은 폐해의 산실인 현행 소선거구제를 득표수만큼 의석수를 얻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혁하고, 이를 기반으로 독일식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제7공화국 정계개편의 골자다.

중도개혁통합정당으로 거듭나기

“민주당은 이념 지향적 낡은 진보이고, 자유한국당은 반공냉전이데올로기, 성장지상주의에 갇힌 낡은 보수입니다. 바른미래당은 미래형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개혁통합정당으로 우뚝 서야 합니다.”

손 전 위원장이 말한 중도개혁통합정당은 낡은 진보 대신 국민생활과 국가의 미래를 추구하는 실용적이고 미래적인 진보세력과 낡은 보수 대신 국민의 삶을 위해 진보적인 정책을 과감히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하고 개혁적인 보수세력을 합친 정당이다.

그는 바른미래당이 가야 할 정치노선으로 그동안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제3의 길’과 함께 ‘시장주의’, ‘평화주의’, ‘민주주의’를 분명히 했다.

2016년 정계복귀를 선언할 당시의 손학규 전 위원장(자료:ytn화면 갈무리)
2016년 정계복귀를 선언할 당시의 손학규 전 위원장(자료:ytn화면 갈무리)

그러나 손 전 위원장을 향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우선,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같은 당 장성민 전 의원은 손 전 위원장을 “6・13지방선거에서 참혹한 실패를 초래한 책임 당사자”로 지목하며 “(당대표 출마는) 국민들이 바라는 책임정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라고 성토했다. 지난 6・13지선에서 바른미래당은 4,000명이 넘는 후보를 내고도 고작 26명 당선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받아든 바 있다.

손 전 위원장의 출마 뉴스를 다룬 기사에는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댓글들이 수도 없이 달려 있다. 특히 “올드보이가 세대교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댓글들, “이제 그만 쉬라”는 댓글들이 많이 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뼈아픈 지적은 “손 전 위원장의 주장에는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떤 목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 거라는 계획이 부족한 탓에 추상적이고 사변적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대통합민주신당 3인방의 귀환 가능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학규 대세론이 쉽게 꺾일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당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후보,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후보가 ‘올드보이’라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동영 대표에 이어 이해찬 후보가 이달 25일 개최되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다면, 손학규 대세론은 한층 더 굳어질 전망이다. 귀환한 2명의 올드보이를 카운터파트로 상대할 만한 인물은 손학규뿐이라는 인식이 당내에 확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올드보이들의 귀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변화와 혁신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72세 정객의 세 번째 당대표 도전은 성공할까? 강력한 카운터파트인 정동영, 이해찬(당선 시)에 맞서 협치를 제도화해내고, 문재인 정부와 연립정부를 구성해낼 수 있을까? 그래서 그간 늘 외쳐왔던 ‘저녁이 있는 삶’에 우리 정치를 보다 가까이 위치시킬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구호에 그치고 말까?

‘또 다른 도전’이라는 의미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따른 협치와 연정 등 합리적 정계개편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올드보이들의 한판 대회전이라는 면에서, 손학규 전 위원장이 나선 바른미래당의 9・2전당대회가 기다려진다.
김태현 bizli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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