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안희정 무죄 판결에 비친 ‘미투’와 jtbc 보도
[뉴스&] 안희정 무죄 판결에 비친 ‘미투’와 jtbc 보도
  • 김태현 선임기자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8.0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무죄 선고
jtbc뉴스룸의 김지은씨 인터뷰는 선정적이었나?
고조되는 김지은씨에 대한 비난 여론
차분하고 정제된 미투운동 방향성 찾을 때


법원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증거 조사 결과에 따를 때, 피고인이 도청 내에서 피해자에게 위력을 일반적으로 항시 행사하고 남용하는 등 이른바 위력의 존재감 자체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만한 증거는 부족하다. 또한 간음, 추행 상황에서도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피해자가 제압당했다고 볼 상황은 드러나지 않는다.”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혐의에 대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4일 안 지사에게 적용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재판부는 또 “사회에서 말하는 성폭력 행위와 법에서의 성폭력 범죄가 일치하지 않아 괴리가 다수 나타나고는 있지만, 국민적 합의에 의해 구성된 입법 행위를 통해 정비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사법적 판단은 현행법을 엄격히 해석해 결론 내려야 한다”며 “피해자가 나름의 방식으로 거절했다 하더라도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 처벌 체계에서는 성폭력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등 일부 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판결이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부정하고, 업무상 위력에 대한 판단은 좁게 해석했다”며 재판 결과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제 1심에 불과하지만, 이번 선고에 따라 언론의 보도행위, 그리고 ‘미투운동’의 미래, 이 두 가지 면에서 적지 않은 논쟁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jtbc의 김지은씨 인터뷰는 선정주의 보도였다?

이번 사건은 충남도청 정무팀에서 정무비서로 근무하던 김지은(33)씨가 지난 3월초 jtbc뉴스룸에 전격 출연해 안 전 지사를 상대로 ‘미투’를 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김지은씨의 폭로 이후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안 전 지사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러시아, 스위스, 서울 등지에서 김지은씨를 네 차례 성폭행한 혐의, 다섯 차례에 걸쳐 기습 강제추행한 혐의 등이 있다고 봤습니다.

이에 검찰은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 성특법 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세 가지 혐의로 안 전 지사를 불구속 기소한 후, 징역 4년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김지은씨를 인터뷰 중인 손석희 앵커(자료:jtbc뉴스룸 화면 갈무리)
김지은씨를 인터뷰 중인 손석희 앵커(자료:jtbc뉴스룸 화면 갈무리)

1심 무죄 선고 후 김지은씨를 출연시킨 jtbc뉴스룸에 대한 누리꾼들의 생각은 어땠을까요?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jtbc 오늘 저녁뉴스 기대하겠습니다.” -지구****-

“질투에 눈이 먼 여성을 데려다놓고 떠들던 jtbc는 책임 없나?” -gdr***-

“도대체 그 짓을 하고도 간판 뉴스에 나와서 떠들었을까요? 손석희 앵커, 검증도 없이 보도한 죄는 어쩔 겁니까?” -나***-

“jtbc 사상 최악의 방송이었다. 확인도 하지 않고 미투로 앉혀놓고 인터뷰한 방송, 다시는... 진실만 알리는 방송이 되어주세요.” -둥**-

jtbc뉴스룸에 대한 일부 누리꾼들의 반응은 김지은씨가 처음 미투를 할 때보다 조금 더 강해진 듯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김지은씨 인터뷰를 ‘황색언론(yellow journalism)’에 비유했습니다. 시청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안 전 지사의 성적 추문과 범죄를 검증 절차 없이 보도했다면서 말입니다.

또 어떤 이들은 ‘경마 저널리즘(horse race journalism)’이라고도 했습니다. 마치 승패에만 초점을 맞춰 선거 관련 보도를 하듯, 미투운동이 한창이던 때 흥미 위주로만 김지은씨를 인터뷰했다는 의미입니다.

jtbc뉴스룸을 향한 일부 누리꾼들의 비난은 옳을까요? 어느 정도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언론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센세이셔널리즘(선정주의)’입니다.

9・11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을 실시간, 시간대 별로 보도한 언론들은 범죄와 비극이라는 측면에서 센세이셔널리즘을 대표하지만, 센세이셔널리즘이 이미 일반화되어 있어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자료:world_visit)
9・11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을 실시간, 시간대 별로 보도한 언론들은 범죄와 비극이라는 측면에서 센세이셔널리즘을 대표하지만, 센세이셔널리즘이 이미 일반화되어 있어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자료:world_visit)

1830년대, 미국에서는 저널리즘의 혁명이 일어납니다. 신문 한 부에 6센트나 해서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는데, 그걸 1센트에 판매하는 신문사들이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이때부터 저널리즘은 엄청난 경쟁체제로 들어서고, 범죄, 섹스, 비극 등을 담은 흥미성 기사들이 대량 제작되기 시작합니다.

이후 지나친 선정주의적 성향을 가리키는 황색언론이라는 용어가 등장했고, 곧이어 경마 저널리즘이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특히 영국에서 판형이 작은 타블로이드 신문이 극심한 선정주의로 치달으면서 이를 따라하는 '타블로이드 텔레비전'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jtbc뉴스룸을 향한 일부 누리꾼들의 비난은 결국 “김지은씨 인터뷰에 관한 한, jtbc뉴스룸은 타블로이드 텔레비전이었다”는 정도로 압축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꼭 그렇게 볼 수만은 없습니다. 센세이셔널리즘(선정주의)에는 비윤리적이고 선정적인 보도, 왜곡 또는 날조된 보도뿐 아니라, 독자나 시・애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정상적인 보도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센세이셔널리즘이 탄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범죄 관련 보도는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일상이 됐습니다. 911테러에 대한 실시간 보도도 그렇고, 손흥민 선수의 여친 관련 보도도 그렇습니다. 센세이셔널리즘이 독자들의 흥미를 대중화하면서 발전해 온 탓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jtbc뉴스룸의 김지은씨 인터뷰 역시 센세이셔널리즘에 기초한 정상적인 보도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검증에 대한 불만은 여전히 남습니다. 그런데, 검증에 대해서도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jtbc가 최순실의 태블릿PC를 입수했을 때, 그 즉시 단독보도를 내는 대신 검증 작업에 들어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최순실 태블릿PC 관련 보도(자료:jtbc뉴스룸 화면 갈무리)
최순실 태블릿PC 관련 보도(자료:jtbc뉴스룸 화면 갈무리)

아마 모르긴 몰라도, 검증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그랬다면 역사는 어떤 식으로든 지금과 달라져 있겠지요. 3월 당시 jtbc뉴스룸의 김지은씨 인터뷰는 섹스와 범죄, 비극이라는 흥미성 소재를 두루 갖춘 대형 뉴스거리임에 틀림없었습니다.

문제는 “센세이셔널리즘 시대에 언론이 수행해야 할 기능 중, 검증 작업은 어느 선까지 이뤄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일 것입니다. 애덤 스미스의 고전적 자유주의로부터 출발한 세계경제시스템이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신자유주의에 이르렀듯, 센세이셔널리즘 역시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학계에서조차 검증 한계에 대한 답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지 않은 지금, 검증 문제로 jtbc뉴스룸을 비난하는 것은 어딘지 조금 성급해 보입니다.

조금 더 어두워진 ‘미투운동’의 앞날

안 전 지사의 전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jtbc뉴스룸에 출연한 이후, 약 5개월 만에 무죄라는 첫 법적 결론이 나왔습니다. 김지은씨에 대한 비난은 당시에도 거셌지만, 지금은 그 강도가 훨씬 더 높아졌습니다.

“외로우시죠? 맥주 2병 사갈까요? 지사님은 순두부 좋아해서 꼭 드셔야 해요. 지사님 곁에 6개월만 더 있게 해 주세요. 이래놓고 성폭행 주장, 소수의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다수의 국민은 못 속입니다.” -co****-

“성폭행이었다면 방송국 아닌 경찰서를 찾아야 했다. TV에 나와서 횡설수설한 것 하며, 그 새벽에 호텔에 본인 발로 들어간 거 하며, 세 살 먹은 아이도 이 건은 미투가 아니라 질투라는 걸 안다.” -ha*****-

“불륜은 맞아 보이지만, 무고로 사람을 잡으면 무고죄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게 국민의 생각입니다.” -ex***-

(자료:chicagonow)
(자료:chicagonow)

미투운동은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한국 사회에 일파만파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그간 미투운동은 일부 페미니스트들과 잘못 결부되기도 하고, ‘남자 대 여자’의 틀에 갇히기도 하고, 미투를 가장한 고소고발이 이루어지는 등 애초의 목적이 다소 상쇄된 측면이 있습니다.

이번 판결로 그런 분위기가 한층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안 전 지사의 부인이 입은 2차 피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하는 것도 미투운동의 미래를 어둡게 합니다.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넓게 퍼져 있는 폭력과 위압, 강압에 대한 미투라는 이름의 저항은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미투운동의 당위에 흠집을 낼 수 있는 이른바 ‘짝퉁 미투’는 엄격히 걸러져야 할 것입니다.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온 대한민국의 미투운동이 이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입니다. 페미니즘 이후 거의 처음 겪다시피 하는 ‘사회 변혁을 위한 노력’이고 보면, 옥석을 가리는 일에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될 것입니다.

사회 변혁에는 사회적 노력이 수반돼야 하고, 사회적 노력은 고루한 전통을 타파하는 데 대한 공감대에서 옵니다. 전통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한때 열정으로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차분하고 정제된 미투운동의 방향성을 찾아가야 할 때입니다.
김태현bizlink@hanmail.net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