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말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 비밀 회동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가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접촉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재판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번 수사가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2년 5월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서울고법은 앞선 대법원 판결대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일본기업 측 재상고로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당시 새로운 쟁점이 나오거나 사정 변경이 없었기 때문에 대법원에 올라가면 별도의 심리 없이 심리불속행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예상이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법원에 계류하고 있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확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법원 고위 관계자에게 판결을 최대한 지연해주고, 재판부를 전원합의체로 돌려 기존 판단을 번복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2013년 말 서울 삼청동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공관에서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과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모여 강제징용 재판 진행 상황과 관련해 회의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실장을 소환해 당시 회의에서 논의한 사항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비서실장은 대통령 직무를 보좌하는 자리로 박 전 대통령 의중과 무관할 수 없는 회의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또 강제징용 재판 진행 관련 회의가 한 차례에 그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개별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한·일 청구권 협정'은 박정희 정권 시절 체결됐다. 이 협정에 반하는 판례가 나온다면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시절 부친의 과업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검찰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 실장을 동원해 재판 거래를 한 게 아닌지 판단하고 있다.

모종의 재판거래가 이뤄지는 동안 소송을 낸 강제징용 피해자 중 대다수는 영문을 모르고 세상을 떠났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를 불러 당시 상황을 확인했다. 대법원은 이들에게 "여러 관련 사건을 통일적이고 모순 없이 처리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일축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개인간 민사소송인데 법관의 양심대로 판결하고 청와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대법원이 (청와대와) 접촉해서는 안 되고 요구가 있어도 수용하면 안되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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