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부대 집회를 취재할 때마다 궁금한 게 있었다. 태극기를 흔드는 건 이해하겠는데,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 국기를 배낭에 꽂고 다니는 시위자들에게 물어봤지만, 고개를 끄덕일 만한 대답은 없었다. 대다수 언론과 뉴스 패널들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어떤 패널은 성조기를 “도와 달라”는 신호라고 했고, 어떤 패널은 이스라엘 국기를 비뚤어진 종교관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정도의 대답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또 다녀왔다.

지난 25일 오후 2시, 대한애국당(대표 조원진)이 주최한 제76차 태극기집회가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누군가가 대한애국당이 매주 발행하는 A4지 4쪽짜리 뉴스 팜플렛을 건넸다.

건국절 관련 기사가 게재된 첫 페이지를 빼고는 모두 문재인 정권 비판기사로 가득했다. “문 정권, 국민을 궁민(窮民)으로 만들다”, “정신 못 차린 문재인”, “서민경제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이 옳았다”, “드루킹 몸통, 문재인이 직접 밝혀라”, “국방개악 안보실종뿐이다!”

무대에 오른 연사들의 목소리는 한 달 전보다 훨씬 더 격앙돼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영향의 탓인 듯했다.

“박근혜 대통령 석방하라! 좌파 독재 문재인은 하야하라!”

주최 측 추산 1만 명, 경찰 추산 2,000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열심히 구호를 제창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70대, 적어도 60대 이상으로 보였고, 간간이 중년들도 눈에 띄었다.

세 사람과 인터뷰했다.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보도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그대로 옮긴다.

“기자 양반, 지금 공정 보도가 된다고 보세요?”

가장 큰 문제가 뭐냐는 질문에 안양에서 왔다는 김흥교(63, 자영업)씨가 되받았다.

“기자 양반, 2월 4일에 사람들 엄청나게 많이 왔는데, 그 날짜 KBS 보도와 jtbc 보도를 한번 비교해 봐. KBS는 건물 꼭대기에서 전체를 다 찍어서 보도했는데, jtbc는 안 그랬다니까. 2월 24일자 jtbc 보도는 더 해. 프레임도 한쪽 귀퉁이만 보내고, 사운드는 촛불 때 찍었던 사운드라니까. ‘박근혜는 하야하라’, 뭐 그런 거.”

함께 있던 안양에서 왔다는 박찬석(59, 건설업)씨도 차분히 거들었다.

“MBC는 말이죠, 그 전에 시청률이 17%였는데, 최승호 들어오고 1%로 떨어졌잖아요.”

“집회는 언제부터 참석하신 거죠?”

“저는 작년 1월 7일 테헤란로 집회 때 처음 참석했어요. 그동안 참석을 미루다가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4%밖에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여론조작이 있었잖습니까, 그것 때문에 참을 수가 없어서...”

“성조기는 왜 들고 나오시는 겁니까?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와달라는 겁니까?”

“우릴 도와서 박근혜 대통령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건 언론에서 하는 소리고. 지금 청와대는 주사파가 장악했지 않습니까, 그놈들은 한미동맹에 균열이 가기를 원합니다. 한미동맹만 없어져 봐요, 당장 김정은이하고 붙어먹을 수 있잖아요. 이건 트럼프한테 도와달라는 것보다는 스케일이 훨씬 큰 문젭니다.”

“그럼, 이스라엘 국기는 왜 들고 나오는 거죠? 언론에서는 일부 기독교계 얘기를 하던데.”

“그것도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이란이 핵개발하는 것 때문에 트럼프가 탈퇴했잖습니까. 시리아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북한이 이란, 시리아 돕고 있죠? 자, 그러면 북한이 핵개발을 하면 이란이나 시리아가 핵개발한 것과 같게 되죠? 그렇게 되면 중동이 말 그대로 화약고가 될 거 아닙니까. 그거를 미국이 싫어해요. 그래서 이스라엘 국기는 북한 핵개발을 저지해야 한다는 그런 뜻입니다. 아시겠죠?”

부산에서 왔다는 이성애(68)씨에게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려와야 하는 이유는 뭐죠?”

“문재인이 그XX는 드루킹이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니까 불법 아닝교. 쪼매만 기다리보소. 그기(그것이) 밝혀지면 문재인이는 쫓기나고, 박근혜가 다시 복귀할 끼(게) 확실하다 카이.”

“법적으로 그건 어렵지 않을까요?”

“무신(무슨) 소리 하노! 아직 다 못했는데 내리왔다(내려왔다) 아이가! 잘못된 기(것이) 확실하모(확실하면) 임기를 다 마치는 기(게) 맞다 아이요!”

“집회에는 언제까지 나오실 생각이세요?”

“내 죽을 때까지 계속 댕길 끼요. 나라가 이래 잘못 돌아가고 있는데, 이거를 우째 집구석에서 가만히 보고 있는다 말잉교. 여개(여기) 있는 양반들이 아까 얘기하는 거 다 들었어요. 지발(제발) 더하고 빼고 하지 말고, 들은 고대로(그대로)만 쫌 보도해 주소. 나라가 안 있능교, 이기(이게) 나라가 아이라 카이(아니라니까요). 기자도 애국해야 할 꺼 아잉교!”

김태현bizlin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