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 연성수 공동대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개헌 연계 두고 맞선 정치권
개헌을 고리로 한 권력구조와 선거제 거래 가능성 있어
시민단체, 국민주권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헌 요구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주권재민 위한 개헌은 시대적 소명이다"

연성수 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 공동대표는 "국민이 개헌 논의에 배제된 채 정치권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며"선거제도 개편이 먼저냐 개헌과 연동할 것이냐 하는 프레임 탓에 개헌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국민주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헌하려면 국민들이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권 싸움에 휘둘리지 말고 현명하게 판단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제도 개편(개혁)은 시대 정신, 지역주의와 계파 갈등, 공천권 파동 등 구태정치를 청산하는 방향으로 거론된다. 대통령과 국회의장, 여야 5당 대표들도 이구동성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MMP, Mixed-Member Proportional)로의 개편을 말한다.

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의 연성수 공동대표 ⓒ스트레이트뉴스
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의 연성수 공동대표 ⓒ스트레이트뉴스

그런데 현재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의 연계 여부를 두고 양쪽으로 갈려 팽팽히 맞선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선거제도부터 바꾸자”는 쪽이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편을 개헌과 연계하자”는 쪽이다.

정치권이 이처럼 양분된 이유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소수정당에 유리하고 거대정당에는 불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을 연계하기보다는 선거제도 개편이 우선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해득실을 따지기에 바빠 자칫 두 사안 모두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의 성공 여부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물밑거래, 야3당과 거대 양당 간의 논리 대결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 개헌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의 연성수 공동대표를 만났다.

-운동권 출신에 투옥도 되면서 시민사회 활동을 오래 해왔다고 들었다.

“예,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상임위 부위원장 시절에 활동하다 '민청련사건'으로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과 함께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서 고문을 받았습니다. 그 후에 생활문화연구소 소장직을 맡았고, 서울시 민주시민교육 학교 교장,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대표도 지냈습니다. 지금은 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과 정의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민주평화당과 함께 ‘촛불혁명 완성을 위한 개헌과제’ 토론회를 공동 개최한 이후 7개월 만에 뵙는다. 개헌과 관련해 지금 상황을 평가한다면?

“촛불혁명 직후에는 정치권이 모두 ‘국민개헌’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민이 강조됐는데,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수평적인 논의가 아니라 국민이 포함되는 수직적 논의여야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정치역학에 따른 논의만 있을 뿐이라 매우 아쉽습니다.”

민주평화당과 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이 공동주최한 ‘촛불혁명 완성을 위한 개헌과제’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천정배 의원과, 연성수 공동대표, 박주현 의원(자료: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민주평화당과 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이 공동주최한 ‘촛불혁명 완성을 위한 개헌과제’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천정배 의원과, 연성수 공동대표, 박주현 의원(자료: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개헌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보는지?

“개헌이 가능한 경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혁명이나 쿠데타처럼 한쪽의 힘이 강할 때 개헌할 수 있습니다. 4・19 때는 혁명이라서 가능했고, 5・16 때는 쿠데타라서 가능했죠. 두 번째는 한쪽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서로 주고받을 게 있을 때 가능합니다. 87년 6월항쟁에 이은 민주화가 좋은 사례입니다. 당시 상황은 혁명은 아니지만, 여야가 다급한 상황에 주고받을 것이 명확했기 때문에 개헌이 가능했던 거죠. 지금은 두 번째 경우와 비슷하고, 그래서 가능하다고 봅니다.”

-현재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의 연계 여부를 두고 거대양당과 야3당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당의 입장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당시 개헌에 관해 여론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그 결과를 토대로 대통령 연임제로 개헌하면 하겠다고 했습니다. 야권이 대통령 연임제를 받으면 개헌도 받겠다는 입장이죠. 설령 받지 않아도 민주당으로서는 급할 게 없습니다. 소선거구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 훨씬 유리하니까요.”

국민개헌서 ‘국민’ 빠져서는 안돼

주권재민 개헌은 촛불혁명의 엄명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김병준 체제의 혁신이 미진하다면 오는 2020년 총선에서도 대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는 거죠. 그렇다고 소수정당에 유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을 생각도 없습니다. 한국당에서 중대선거구제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당에 제일 좋은 상황은 중대선거구제와 분권형 책임총리제를 얻는 겁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를 맞바꿀 거라는 예측인가?

“그렇습니다. 민주당은 대통령 연임제를 원하기 때문에 분권형 책임총리제는 받을 수 없습니다. 그걸 한국당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딜(deal)을 하기 위해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 연계 카드를 들고 나온 거죠. 서로 밀고 당기다가 중대선거구제와 대통령 연임제를 교환하려 할 것으로 봅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가만히 있을까?

“선거제도 개편은 여야 간의 싸움이 아니라, 거대정당과 소수정당 간의 싸움입니다. 당연히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소수정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니 야3당은 가만히 있지 않겠지요. 그렇지만 이 사안과 관련해서는 야3당이 쓸 카드가 별로 없는 형편입니다. 결국 야3당은 국민을 유일한 카드로 간주해야 합니다.”

국회 정론관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함께 ‘시민사회 개헌안 입법청원’ 기자회견 중인 연성수 공동대표(2018.02.26) ⓒ스트레이트뉴스=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
국회 정론관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함께 ‘시민사회 개헌안 입법청원’ 기자회견 중인 연성수 공동대표(2018.02.26) ⓒ스트레이트뉴스=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

-선거제도 개편 연대단체들과 국민개헌 연대단체들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나?

“올해 초까지만 해도 두 연대단체들이 함께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여당이 촛불 동력과 문 대통령 지지율에 힘입은 동력을 살리지 못하는 바람에 현 단계에서는 개헌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개헌 연대단체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선거제도 개편 연대단체들은 야3당처럼 선거제도 개편을 먼저 하자는 입장입니다.”

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 등 직접민주제가

복원 또는 강화하는 개헌이 촛불혁명의 완성이다

-국민개헌의 방향은 어때야 하는지?

“연인원 1,700만 명이 참여한 촛불혁명의 목표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민생복지 강화이고 또 하나는 직접민주제 강화였습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민생복지 강화지만, 그걸 가능하게 하려면 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 등 직접민주제가 복원 또는 강화돼야 합니다.”

-방금 ‘복원’이라고 했는데, 그전에 우리 헌법에 그런 요소들이 있었나?

“있었습니다. 국민발안은 이승만 전 대통령(2차 개헌) 때 만들어져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 직전까지 18년 이상 유지됐었고, 국민소환제는 2공화국 당시 4・19혁명 직후 ‘공무원 파면 청구권’이 헌법에 명시됐었습니다. 그게 바로 국민소환제였죠. 지금은 없습니다. 그 두 가지는 반드시 복원해야 합니다.”

-국민개헌의 방향을 마무리 하면?

“예, 그래서 국민주권이 복원 또는 강화되려면 정치권뿐 아니라 시민들도 참여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논의는 국민이 배제된 채 정치권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선거제도 개편이 먼저냐 개헌과 연동할 것이냐 하는 프레임 탓에 개헌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민주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헌하려면 우리 국민들이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권 싸움에 휘둘리지 말고 현명하게 판단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선거제도 개편만 해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등으로 갈려 협의할 사안이 많고, 개헌 역시 권력구조를 포함해 다양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선거제도 개편부터 하자는 진영은 각 사안의 무게감이 적지 않은 마당에 두 현안을 연계시킨다면 그만큼 성사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두 사안을 연계시키자는 진영은 개헌을 고리로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를 맞바꾸려 할지도 모릅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모두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의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2020년 총선 전 개헌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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