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의제는 남북관계 지속 발전과 북미대화 중재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 카드로 북미대화 촉진 나설 듯
핵 관련 리스트 제출 스케줄 등 뚜렷한 진전 있어야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오는 18~20일 평양에서 개최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두 정상이 논의할 의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한 발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 남북 간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공동선언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미 간의 군사적 긴장과 적대관계 해소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목표를 ‘남북관계의 계속적인 발전’과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의 중재와 촉진’으로 전제한 후, “이번 정상회담에서 휴전선과 비무장지대(DMZ),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과 긴장을 종식시키는 것을 구심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9월 18일 올해 들어 세 번째로 평양에서 만날 예정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오는 9월 18일 올해 들어 세 번째로 평양에서 만날 예정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이는 북한의 핵 리스트 신고 등 비핵화 진전 상황에 따라 ‘북미 간 종전선언과 비핵화 로드맵의 맞교환’을 중재해 온 그간의 구도에,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종전선언 촉진의 주요 동력으로 추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비핵화와 2차 북미대화를 추동할 새로운 돌파구로 군사적 긴장 완화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의도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같은 날 서울안보대화(SDD) 개막식에서 한 기조연설에서도 드러난다.

“남북 간에 전쟁 위험 요소를 근본적으로 해소해 나가기 위해 지상, 해상, 공중에서의 상호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문제와 함께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와 안전한 어로활동 보장을 위한 서해 평화수역 설치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략) 남북 간 긴장완화는 북한 비핵화를 촉진할 것입니다.”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을 단장으로 한 3차 남북정상회담 선발대가 16일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육로를 통해 평양으로 향했다. @뉴시스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을 단장으로 한 3차 남북정상회담 선발대가 16일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육로를 통해 평양으로 향했다. @뉴시스

실제로 문 대통령은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에 의외로 강력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부딪쳐 남북경제발전은 물론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종전선언마저 어려워지는 상황과 맞닥뜨린 바 있다. 이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군사적 긴장 완화 카드를 들고 나선 배경이라는 평가다.

이와 관련,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군사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봤지만, 문 대통령이 군사문제를 통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여건을 만들 수 있다고 인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4・27 판문점선언의 진행 경과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만났다. 4개월 20여일이 지난 지금, 4・27 판문점선언은 어느 정도 진전됐을까?

판문점선언의 주요 내용은 ▲남북관계개선(협력・교류 활성화, 10・4선언 합의사업 추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등), ▲군사적 긴장 완화(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화, 군사당국자회담 개최 등),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단계적 군축 실현, 연내 종전선언 추진,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등)이다.

이중 이산가족 상봉과 문화체육 부문 등에서 각계의 교류가 진행됐고, 개성공단 내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설치됐다. 지난 13일 오전 10시부터 14일 새벽 3시까지 17시간 마라톤협상을 벌인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 사격금지’와 ‘군사분계선 인근 비행금지구역 확대’가 합의됐다.

남북군사실무회담 장면(양측은 17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 끝에 서해 북방한계선 주변 사격금지 및 군사분계선 인근 비행금지구역 확대에 합의했다)(자료:SBS화면갈무리)
남북군사실무회담 장면(양측은 17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 끝에 서해 북방한계선 주변 사격금지 및 군사분계선 인근 비행금지구역 확대에 합의했다)(자료:SBS화면갈무리)

특히 남북 군 당국은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를 위해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와 병력 축소, 근접 감시초소(GP) 10여 개씩 철수, 철원지역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 등의 실천방안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의 중재와 촉진’을 위한 주요 의제로 이미 군사적 긴장 완화를 염두에 두고 북한과 접촉해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회담 성공의 긍정적인 신호들

이번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늠할 포인트는 미국이 인정할 수 있을 만큼의 성의 있는 ‘비핵화 초기 조치’를 문 대통령이 받아내느냐다. 미국과 북한이 현재 ‘초기 조치’를 두고 충돌하고 있어서다.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을 자발적으로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기 또는 부분 폐쇄하면서 비핵화 초기 의지를 보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핵 생산 중단 및 보유 중인 핵 폐기 외에는 실질적인 비핵화가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서로 다른 속내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서로 다른 속내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미국은 종전선언과 맞바꿀 수 있는 비핵화 초기 조치로 플루토늄・고농축 우라늄 등 핵물질과 핵무기 생산시설의 수와 위치, 이미 생산된 핵물질과 핵탄두의 수 등이 담긴 리스트를 원한다.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뤄내야 할 ‘뚜렷한 진전’은 바로 이 리스트 또는 리스트 제출 관련 스케줄을 확보하는 것이다.

때마침 중국도 거들고 나섰다. 중국은 그동안 종전선언을 한반도 평화체제수립의 주춧돌로 인식,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주장해왔다. 한국전쟁 당사국임과 동시에 정전협정 체결 당시 서명국이었음을 감안하면, 중국의 주장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 1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한반도의 평화체제는) 국제사회가 함께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문제를 해결할 당사자로 북한과 한국, 미국을 지목했다. 종전선언 당사국을 남북미중 4자에서 남북미 3자로 인정하면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악수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2018.09.12) ⓒ스트레이트뉴스=taringa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악수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2018.09.12) ⓒ스트레이트뉴스=taringa

긍정적인 신호는 또 있다. 지난 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사단이 문 대통령의 중재안을 들고 방북했을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단계적 핵 리스트 신고 또는 핵시설 동결 검증과 같은 양보안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 중인 점도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북한이 미국에 어느 정도의 명분만 제공해 준다면 미국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을 풀고 종전선언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정상회담을 준비할 선발대는 16일 육로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200여 명의 대표단은 18일 서해 직항로를 통해 방북하며, 양 정상이 만나는 순간과 주요 일정은 생중계될 예정이다.

5개월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세 차례 방북을 통해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이끌어냈다. ‘초기 조치’를 두고 서로 상대가 먼저 움직이기를 바라면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지만, 북미 양측 모두 ‘성과 압박’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카드로 북미 양측의 이견을 좁히며 접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이번 회담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전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다시 한 번 한반도로 쏠리고 있다.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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