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도예연구센터, '2018 아시아현대도예전' 개최
세계도자예술계에 영향력 확대하는 동아시아 도예의 힘
국책 연구재단 지원, 연예계나 음식 한류 등에 집중돼
현대도예가 육성・발굴 시스템과 작품 판로 개척 요구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아시아 현대도예의 흐름을 한 자리에서 조감할 수 있는 전시회가 이랜드 문화재단 협찬으로 서울 마포구 소재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관장 주태석)에서 열렸다.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소장 원경환 교수)는 한국, 중국, 타이완, 일본 등 아시아 4개국 47개 대학의 교수와 작가, 대학원생 등 320여 명이 참여한 제15회 '2018 아시아현대도예전, Contemporary Ceramic Art in Asia'을 개최 중이라고 밝혔다.

이 전시회는 홍익대학교와 일본 아이치현립예술대학이 지난 2004년 처음 시작했다. 이후 중국예술대학과 국립타이완예술대학이 합류,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면서 전통과 역사의 무게가 큰 아시아 4개국 현대도예작가들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국제적인 전시회로 발돋움했다.

전시를 총괄 기획한 홍익대 도예유리과 우관호 교수는 “아시아현대도예전은 4개국이 돌아가면서 매년 개최하는데, 이번 한국 전시까지 15회 동안 국가나 공공기관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교수들, 작가들, 학생들, 그리고 대학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전시회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중・일・대만 4개국 패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2018 아시아현대도예전' 좌담회에서 좌장을 맡아 발언 중인 우관호 교수(2018.09.09) ⓒ스트레이트뉴스
한・중・일・대만 4개국 패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2018 아시아현대도예전' 좌담회에서 좌장을 맡아 발언 중인 우관호 교수(2018.09.09) ⓒ스트레이트뉴스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를 묻는 질문에, 우 교수는 “선택과 집중보다는 현대도예의 확산과 동기부여에 무게를 뒀고, 전시 기간 동안 다양한 모색과 논의를 통해 동시대적인 가치와 각국 간 우의, 그리고 학문적인 교류가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했다.

전시는 한국 11개 대학, 중국 15개 대학, 타이완 12개 대학, 일본 9개 대학 등 47개 대학의 도예전공 교수, 작가, 대학원생 등이 출품한 총 320여 점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이번 '2018 아시아현대도예전'의 실무를 총괄한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 부소장 김현숙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홍익대 도예과를 졸업한 후 일본 타마미술대학교를 거쳐 홍익대에서 공예디자인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내외 그룹전 84회와 초대개인전 20회 경력을 가진 도예작가이기도 하다.

전시 기획자 우관호 교수와 디스플레이(공간연출) 회의 중인 김현숙 교수 ⓒ스트레이트뉴스
전시 기획자 우관호 교수와 디스플레이(공간연출) 회의 중인 김현숙 교수 ⓒ스트레이트뉴스
국내외 참여 작가들・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문화교류 프로그램을 브리핑 중인 김현숙 교수 ⓒ스트레이트뉴스
국내외 참여 작가들・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문화교류 프로그램을 브리핑 중인 김현숙 교수 ⓒ스트레이트뉴스

_먼저 이번 전시를 주최한 홍익대 도예연구센터를 간단히 소개하면?

“우리 센터는 도예연구뿐 아니라 국내외 전시를 기획하고 도예 관련 전문서적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또 도예 전문 포털사이트인 ‘클레이파크(claypark.net)’를 운영 중이고, 그 외에도 공공기관들과 협력해 국가 프로젝트 등 다양한 도예 관련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_아시아현대도예전이 시작된 계기는?

“현대도예는 1950년대에 미국에서 시작됐는데요, 그게 70, 80년대에 아시아로 들어오면서 동아시아 도예가 상대적으로 주춤했습니다. 오랜 도예 역사에 강한 자부심을 가진 한국과 일본, 또 세계 도예 주도국을 자처하는 중국 등이 위기감을 느꼈고요, 그래서 동아시아가 가진 도예의 힘을 한데 모아 세계에 알리자는 목적으로 2004년에 시작됐습니다.”

_아시아현대도예전이 세계 도자예술계에서 가지는 무게감은?

“무게감이라는 표현은 조금 이른 것 같아요. 그렇지만 15년 동안 동아시아 도예의 힘이 축적됐고, 미국이나 호주 등 몇 개국이 참여 의사를 타진해 오는 걸 보면, 이 전시회가 ‘신진작가들의 장’으로써 세계 도자예술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다는 생각입니다.”

해상 운송된 작품을 전시장에 설치 중인 대만 작가들 ⓒ스트레이트뉴스
해상 운송된 작품을 전시장에 설치 중인 대만 작가들 ⓒ스트레이트뉴스

_4개국이 매년 돌아가며 개최한다는데, 전시회가 거둔 국제적인 성과를 꼽는다면?

“성과가 적지 않죠. 먼저, 전시를 통해서 많은 신진작가들이 배출됐고요, 그 작가들이 해외기관이나 학술연구모임 등에 초청돼 활동하는 사례가 늘어나 작가의 산실로써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고 보고요, 의견이 엇갈리긴 하지만, 초기에는 4개국 작가들의 작품 성향이 전혀 다르고 전통에 묶인 듯했는데, 전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전체적으로 전통에서 벗어나고 수준도 현대화된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_이 전시회에 대한 4개국의 평가는?

“중국과 타이완의 평가가 높습니다. 중국에서는 이 전시회를 통해 전통을 벗어난 작가들이 현대도예가 자리를 잡는 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전시회 공동주관단체인 중국미술대학이 출품 작품을 꼼꼼히 선별해서 보낼 정도로 공을 들입니다.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겠죠. 또 항저우 비엔날레를 포함해서 전보다 더 많은 전시회가 중국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대만의 경우 굉장히 적극적인데, 상당수 대학들이 전시회 참여를 원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2018 아시아현대도예전'이 열리고 있는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2관 전시장 ⓒ스트레이트뉴스
'2018 아시아현대도예전'이 열리고 있는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2관 전시장 ⓒ스트레이트뉴스

_세계 도자예술계에서 한국도예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도예를 전통도자와 현대도예, 산업도자, 이렇게 구분하면요, 현대도예는 중간자적인 위치 정도로 보고요, 전통도자와 산업도자 분야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이 노력한 덕에 국제전시회가 많이 열리면서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_이번 전시 실무를 총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예산도 부족하고, 인력도 모자라고... 이건 저뿐만이 아니라 4개국 실무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 국책 연구재단에서 연구비를 지원하는데요, 도예는 4차산업이나 다른 분야에 밀려 ‘극소수’로 분류되고, 그나마 지원받는 대학도 서울대학교 등 극히 일부대학에 한정된 형편이라 더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어려운 건 규모가 큰 국제 전시회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적으로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겁니다.”

_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문화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우리 사회가 아무래도 유행에 민감하다 보니까, 연예계나 음식 등 시류에 어울리는 걸 ‘한국의 문화’라고 여기고 그런 쪽에 지원이 많습니다. 거기에 비해서 예술과 관련된 전통적인 의미의 문화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소홀합니다. 홍보의 경우, ‘한국도예’ 하면 해외에서는 아직도 청자나 백자만 얘기할 정도이니까요. 결국 또 예산 얘기가 돼버렸네요.”

_끝으로 도예작가로서 국내 현대도예 발전을 위해 한마디 한다면?

“현대도예는 아직도 국내에서 생소한 분야입니다. 시장이 너무 좁고, 또 작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도 적습니다. 잘 훈련된 신진작가들조차 생계 때문에 도예를 포기하고 디자인 분야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모로 참 쉽지 않은 얘기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쟁력 있는 현대도예가들을 발굴해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됐으면 좋겠고요, 예술성이 담보되는 판로도 개척됐으면 합니다.”

중국미술대학과 국립타이완예술대학, 아이치현립도자미술관이 공동주관하고 홍익대 도예연구센터가 주최한 '2018 아시아현대도예전'은 4년 전 전시를 맡았던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협력하고, QR ATR, 시가라키 도예의 숲 등 4개 기관이 후원을, 이랜드 문화재단이 협찬을 맡았다.

출품된 320여 점의 작품들은 공동주최자인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홍문관 1층, 2층)에서 만날 수 있으며,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계속된다.bizlink@straightnews.co.kr

'2018 아시아현대도예전' 포스터 ⓒ스트레이트뉴스=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
'2018 아시아현대도예전' 포스터 ⓒ스트레이트뉴스=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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