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과 총수,'이례적 광경' 관심
2박 3일간 전세계 외신 사로잡아

한반도 평화와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여정의 중요한 길목으로 여겨졌던 3일간의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남북평화를 앞당기고 교착상태의 북미정상회담에 물꼬를 여는 등의 성과를 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현대차 김용환 부회장 등 대한민국의 재계 총수가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참가, 북측 경제 인사와 활발하게 만나면서 향후 비핵화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대북 주요 사업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평양공동선언의 주요 내용은 ▲비핵화 노력 공동인식 ▲남북간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 ▲경제·인도(이산가족 상봉 등)·문화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 증대 등이다. 20일 남북정상회담 대국민 보고에서는 이 외에 남북 국회회담 개최와 금강산 남측 시설 몰수조치 해제와 같은 추가 합의 사안도 공개됐다.

21일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일본의 언론들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남북 정상의 속출하는 이례적 회담과 대한민국 재계 총수의 활동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외신들은 평양공동선언 발표로 남북이 처음으로 구체적 비핵화 합의에 도달했다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역사적인 회담으로 평가했다.

비핵화 긍정적 신호탄...기대 못 미친다는 우려도   

전세계 외신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기 약속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BBC 방송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및 발사대의 영구적 폐지, 영변 핵시설 폐쇄 및 국제 사찰단 입국 허용 등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며 "평양 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큰 승리"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하기위해 평양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하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하기위해 평양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하는 모습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남북정상회담이 북미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이 됐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남북이 전쟁 없는 시대(era of no war)를 열었다고 평했고 일본 산케이 신문은 "사실상 '남북 종전'을 선언한 셈"이라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남북 양 정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도 서명했다"며 "지금까지 정상간 합의가 있어도 이행 단계에서 군사 당국자에 의해 협의가 결렬돼 남북관계 악화로 이어졌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라고 보도했다.

한편 일부 매체들은 비핵화 관련 합의 부분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구체성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즈(NYT)는 "북한이 기존의 무기로 무엇을 할 것인지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북측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핵무기 폐기가 아닌 핵동결로 미국의 제재 완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AFP통신 역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설 폐기의 실현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재계 총수 평양행에 관심..."비핵화 이후 경제 청사진 제시"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현대차 김용환 부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를 비롯한 경제인들도 20일 오후 귀경길에 올랐다.

민간기업 차원의 남북경협과 대북사업은 가시적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대북사업에 대한 4대 그룹 총수들의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에 향후 경협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0일 경협 성과에 대한 질문에 "당장의 성과를 내기 위해 방북했다기보다는 앞으로 전개될 한반도의 새로운 지형에 대비해서 간 것"이라며 "앞으로 여건이 조성됐을 때 경제인들이 정말 많은 역할을 해주실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답했다.

외신들은 국내 대기업 총수의 방북과 18일 남측 경제인들과 북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당국자와의 면담 등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또 무게감 있는 경제인의 방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이 한반도의 새로운 경제상을 제시하고 북한이 추진하는 경제 정책에 신뢰감을 불어 넣었다고 분석했다.  

북한 관계자들과 남북 경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입장하는 그룹 총수들
북한 관계자들과 남북 경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입장하는 그룹 총수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재계총수의 방북은 한국 재계가 남북경협을 지지하고 있음을 어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WP는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잠재적인 경제 보상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한국 재계총수의 방북은 비핵화 진전이 보다 큰 규모의 경제협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의도라고 전했다. 

CNN은 "문재인 정권이 남북 경협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며 "이는 삼성을 비롯한 한국 대기업들에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남북한의 경제협력은 깊이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노력이 북한이 세계 무역과 금융에서 계속 고립되기를 원하는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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