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한계선(NLL) 두고 벌이는 한국당의 정치공세
대통령 정통성 부정하는 등 발언 수위 매우 높아
북방한계선(NLL) 명시를 북방한계선 포기로 둔갑시켜
‘비판 위한 비판’, ‘평화에 대한 의지’로 바꿔야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뉴욕 유엔총회 활동을 비난하고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피폭 사태를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는 피로써 지켜온 서북도서 북방한계선(NLL)의 해병대 장병 전력을 한순간에 무력화시키고도 평화, 안보만 외쳐대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미국 국민 앞에서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이 얘기를 한국에서 안 하는 것은 우리 국민을 경시하고 무시하는 태도”라고 성토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여의도 정가에서는 40%대까지 추락했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평양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 직후 70%대로 치솟고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9%대로 내려앉은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선택한 돌파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2018.09.27) ⓒ스트레이트뉴스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2018.09.27) ⓒ스트레이트뉴스

자유한국당이 NLL을 국면 전환용 카드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당 차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NLL을 선거용 카드로 활용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만났던 지난 4월,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세상이 미쳐간다”,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 적은 선언”, “위장평화쇼”와 같은 발언으로 NLL 딴지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하고 있다”는 김 원내대표의 이번 발언은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 적은 선언”이라던 홍준표 전 대표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2012년 당시 “NLL 대화록을 직접 읽어봤다”고 주장하다가 검찰조사에서 “대화록을 직접 본 일은 없고 이른바 ‘찌라시’에서 봤다”고 번복한 김무성 의원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지난 2012년 당시 “NLL 대화록을 직접 읽어봤다”고 주장하다가 검찰조사에서 “대화록을 직접 본 일은 없고 이른바 ‘찌라시’에서 봤다”고 번복한 김무성 의원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NLL에 대한 한국당의 막말 릴레이는 김 원내대표뿐 아니라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성중・백승주 의원에게까지 전이됐다.

평양정상회담 당시 김 원내대표가 긴급 의원총회에서 “속 빈 강정”, “볼모”, "몹쓸 짓"과 같은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해 문 정부를 비난하는 사이,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관련, “국가 예산을 한순간에 무력화하는 일을 했다”며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국민 70% 이상이 9월 평양공동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여론조사(CBS의뢰 리얼미터) 결과와 배치되는 주장이었다.

같은 당 박성중 의원과 백승주 의원의 막말은 이보다 두세 걸음 더 나갔다. 두 의원의 발언을 통해 한국당의 ‘NLL 사용설명서’를 들여다보자.

대통령의 정통성 부정하는 야당 의원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20일, 박성중 의원은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국가수반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지금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전개되는 과정을 보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이고, 문 대통령은 임 실장의 대북특사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임종석 실장이 임수경 전 의원에 이어 29년 만에 보낸 대북특사인가?”

정치공세에도 정도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빌자면,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다. 박 의원의 평화관은 29년 전인 1989년 전대협 당시에 멈춰 있는 듯 보인다. 문 대통령이 거쳤던 정당 대표 경력도, 두 번의 도전 끝에 국민의 압도적인 선택을 받은 사실도 그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1989년 평양에서 개최된 제13회 세계청년학생축전에 한국대표로 참가해 김일성 위원장과 만난 임수경 학생(자료:youtube) ⓒ스트레이트뉴스
1989년 평양에서 개최된 제13회 세계청년학생축전에 한국대표로 참가해 김일성 위원장과 만난 임수경 학생(자료:youtube) ⓒ스트레이트뉴스

정부 견제는 야당의 책무다. 그러나 선은 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주장에 최소한의 무게가 실린다. 하물며 상대가 대통령이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박 의원은 대통령과 비서실장을 맞바꿔놓은 것도 모자라, 현 비서실장을 전대협 의장으로, 현 대통령을 그 대학생이 보낸 특사로 내려앉혀 버렸다.

박 의원의 발언은 1989년 전대협 의장이던 임 실장이 제13차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 참가를 시도하다 무산되자, 한국외대 학생 임수경을 제3국을 경유해 평양에 보냈던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2018년이 반란 및 내란범 2인방(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힘이 시퍼렇게 살아 있던 1989년인가? 공세에도 정도가 있고, 비난에도 수위가 있다. 이 정도면 대단히 엄중한 명예훼손이자 국기 문란에 해당하는 사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되풀이되는 딴지, 북방한계선(NLL) 포기 주장

9월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군사분야 합의에 대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놀라운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이렇다.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조속 가동
▲군사분계선(DML) 5km 이내 포병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전면 중단
▲해상 포사격 및 해상기동훈련 중지(서해 남측 덕적도~북측 초도, 동해 남측 속초~북측 통천)
▲함포의 포구와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폐쇄
▲군사분계선 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DML 기준)
   ・고정익항공기: 동부지역 40km, 서부지역 20km
   ・회전익항공기: 10km
   ・무인기: 동부지역 15km, 서부지역 10km
   ・기구: 25km
▲우발적 무력충돌 상황 시 군사조치 5단계 대책(1차 경고방송→2차 경고방송→1차 경고사격→2차 경고사격→군사적 조치)
▲남북상호 1km 이내 근접 감시초소(GP) 철수
▲남북공동유해발굴 시범 진행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추진
▲서해 해상 평화수역 및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군사적 보장 대책 마련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서・동해 및 공중 적대행위 중단구역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서・동해 및 공중 적대행위 중단구역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측면이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추동할 또 하나의 카드라는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룬 성과들임에 분명하다. 이 내용들이 뉴욕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친 것도 자명하다.

무엇보다, 북한이 그간 서해상 경계선으로 주장해왔던 ‘경비계선’ 대신 우리의 북방한계선(NLL)이 합의문에 명시된 것은 NLL과 관련된 모든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정도로 묵직한 성과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에서는 NLL 포기 발언이 또 튀어나왔다. 잘한 것에 대해서는 잘했다고 평가하려는 최소한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딴지뿐이다.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선 백승주 의원이 “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완충지대가) 북측은 50km밖에 안 되는데, 우리 쪽으로는 85km로 35km가 더 길다”며 북측의 해상 경비계선에 따라 완충지역을 설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한 것.

그러면서 백 의원은 “남북 군사실무회담은 전부 녹취가 돼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녹취한 내용 비디오를 공개하고,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백 의원의 주장을 종합하면, 결국 우리의 NLL을 포기하고 북측의 경비계선에 따라 서해 완충지대를 설정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백 의원의 주장은 몇 가지 점에서 어불성설이다. 먼저, 지난 4월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발표한 4・27공동선언문에는 ‘북방한계선(NLL)’이라는 용어가 명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이를 기준으로 군사공동위원회가 공동어로구역과 선박의 안전에 관한 논의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북방한계선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방한계선을 명확히 한 셈이다.

두 번째, 이번 군사분야 합의의 핵심은 적대행위 중단이고, 서해상 완충지대는 우리 측의 NLL이나 북측의 경비계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백 의원은 억지로 이 두 사안을 연결시켰다. 만약 북측의 경비계선을 기준으로 했다면, 우리 측 완충지대는 지금보다 훨씬 남쪽으로 내려왔을 것이다.

세 번째, 백 의원은 위 그래픽 중 북측이 50km, 남측이 85km인 NLL 서쪽 끝을 기준삼아 “우리의 무장해제 구역이 더 길다”고 주장하지만, NLL 동쪽 끝인 강화도를 기준으로 보면 면적상 엇비슷하다.

네 번째, NLL만 고집해가며 서해상 완충지대를 설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평도에서 북측 육지까지 거리가 불과 10km도 되지 않아, 완충지대를 설정하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주나 옹진반도를 바다에 포함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비판을 위한 비판, 평화에 대한 의지로 바꿔야

최북단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를 향해 배치된 북한의 재래식 무기가 얼마나 많은지를 떠올리면, 백 의원의 주장과 같은 ‘NLL 포기’ 발언은 나오기 어렵다. 그동안 북한은 해안선이 길다는 주장을 줄곧 펼쳐왔다. 완충지대에 포함되는 우리 측 해상을 더 넓혀달라는 주장이었다.

역지사지란,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릴 때 필요한 ‘협상의 기술’이다. 북한과 우리의 입장이 바뀌었다면, 아마 우리 역시 북한과 비슷한 주장을 했을 것이다.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기조연설 중인 문재인 대통령(2018.09.26) ⓒ스트레이트뉴스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기조연설 중인 문재인 대통령(2018.09.26) ⓒ스트레이트뉴스

중요한 것은 평화에 대한 의지일 것이다. 의지는 앵무새처럼 내 주장만 되풀이하는 대신, 협상의 기술을 발휘하게 한다. 주변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내 주장만 되풀이하는 것은, 그래서 ‘의지 없음’으로 비친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의지 없음’은 자칫 ‘평화 반대’로 읽힐 수 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비난은 그래서 나온다.

지금 우리, 즉 남한과 북한 앞에 놓인 과제는 남북관계 개선(남, 북)과 북한 비핵화(남, 미)에 이은 경제발전(남, 북)이다. 대북제재 해제가 단기적 목표이고, 그 길목에 평화협정과 종전협정이 기다리고 있으며, 이를 풀어낼 자리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의 출발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다. 이는 남, 북, 미를 포함한 주변국 모두가 인정하는 바다.

지난 열흘 간 문 대통령은 평양과 미국을 오가며 그 과정을 한층 가시적인 것으로 만들어 냈다. 북미접촉이 재개됐고,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성사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 친서만 벌써 세 번째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빠르면 10월 말 또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봤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10월 중순 이전에라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비핵화로 향하는 길에 “비핵화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주장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의지로 읽힌다. 무력충돌을 막고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려는 길에 설득력도 없는 ‘NLL 포기’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국내정치용으로 비친다. 서해상 완충지대를 50km로 동일하게 하지 않았다는 비난 역시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은 이제라도 ‘비판을 위한 비판’을 ‘평화에 대한 의지’로 바꿔야 한다. 설령 당협위원장들의 사퇴서를 일괄 제출받아 인적청산에 성공한다 해도, 국민들에게 평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성공한 인적청산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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