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3〉경쟁은 이로울 수 있다
[스트레이트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3〉경쟁은 이로울 수 있다
  • 현재욱 선임기자 (jeffhyun@naver.com)
  • 승인 2018.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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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에 나타난 자본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무한 이윤획득에 의해 세계 경제는 불균등하고 불공정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의 힘이 거세지면서 각종 모순적 요소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알기 위해선 현대 경제의 중요한 쟁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쟁점들의 핵심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과 논쟁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 몰라도 무방한 것들이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경제학 논쟁이 경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정책은 보통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할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경제의 주요 요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지 선임기자 현재욱의 저작인 「보이지 않는 경제학」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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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 이로울 수 있다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은 경제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만약 필요한 자원이 모두가 쓰고 남을 만큼 충분하다면 경쟁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지만 공기를 두고 경쟁하는 인간은 없다. 공기 같은 재화를 ‘자유재free goods’, 쉬운 말로 ‘공짜’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재화가 자유재라면 인간은 오로지 소비만 즐기면 된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수렵·채집 사회의 경쟁과 현대 사회의 경쟁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세상의 모든 재화가 모든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 넉넉했던 적은 유사 이래 한 번도 없다. 필요한 재화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대가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화폐, 물품, 노동, 아첨, 사기, 위협, 전쟁 등. 인간종이 벌이는 개체 간 경쟁은 다른 어떤 종보다도 치열하다. 역사에 기록된 숱한 전쟁은 인간 본성에 아로새겨진 공격적 성향을 잘 보여준다. 고대 로마와 카르타고 사이에서 일어났던 일을 상기해 보자. 기원전 264년부터 기원전 146년까지 한 세기를 훌쩍 넘기는 동안, 세 차례 대규모 전쟁이 이어졌다.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로마가 이겼고, 로마군은 수세기에 걸쳐 부와 명성을 쌓아올린 한 국가를 지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

폐허가 된 땅에는 초목이 자라지 못하도록 소금이 뿌려졌으며, 살아남은 시민들은 노예로 팔려 나가 뿔뿔이 흩어졌다. 싸움의 발단은 지중해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었다. 포에니전쟁은 누가 지중해를 지배하느냐, 즉 누가 지중해 무역을 장악하여 돈줄을 거머쥐느냐 하는 경제전쟁이었다. 이 전쟁에서 패했더라면 로마는 그저 밀농사와 목축으로 근근이 먹고사는 반도국가 정도로 기억되었을지 모른다.

대학살과 끔찍한 파괴가 일어날 때마다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폭탄을 만드는 데 쓰였던 질산암모늄은 종전 후 화학비료의 원료가 되었다. 인마살상용 독성물질은 농약으로 거듭났다. 오늘날 농약산업과 유전자변형농작물GMO의 선두주자인 몬산토Monsanto는 베트남전쟁 때 맹독성 고엽제를 공급했던 기업이다. 칼과 낫, 혹은 전차와 수레처럼 무기와 도구 사이는 무척 가깝다.

모든 경쟁이 항상 어느 한쪽에 일방적인 혜택을 몰아주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경쟁을 통해 이익을 나누는 경우도 많다. 종과 종, 개체와 개체 간의 경쟁은 어느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아 균형을 이룬다. 안정된 자연생태계는 완전경쟁의 산물이다. 일시적인 외부 충격으로 균형이 무너지면 다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밀고 당기기를 거듭한 끝에 결국 균형을 회복한다. 경쟁의 양상은 종종 파괴적이지만, 완전 경쟁을 통해 이루어진 균형은 견고하고 아름답다.

인간의 교란이 없으면 자연생태계는 대체로 완벽한 균형 상태를 유지한다. 동물계, 식물계, 미생물계가 저마다 알맞은 위치를 차지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자원을 획득하고 소비한다. 기회는 공정하게 주어지고 자원은 헛되이 쓰이지 않는다. 낭비가 없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생태계는 매우 경제적이다. 이것이 완전경쟁의 미덕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재화는 대개 ‘시장market’에서 교환을 통해 배분된다.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가 주장했듯이, 완전경쟁이 이루어진다면 재화는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배분될 것이다. “우리가 매일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장 주인, 그리고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그들의 고려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자비심에 호소하지 않고 그들의 자애심self-love에 호소하며, 그들에게 우리 자신의 필요를 말하지 않고 그들에게 유리함을 말한다.” 경제학 강의에 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유명한 말이다.

이기적인 사람들이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 결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세계에서 완전경쟁이 실현되는 시장은 거의 없다. 권력과 제도가 시장의 기능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시장에 대해서는 제9장에서 다시 살펴보기로 하자. <계속>

※ 이 연재는 저자(현재욱)와 출판사(인물과사상사)의 동의로 게재한 글입니다. 무단 도용을 금지하며, 위반 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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