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가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보고받은 ‘형제복지원 사건’을 심의한 결과,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추가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산시 북구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형제복지원의 원장 등이 1986년 7월경부터 1987년 1월경까지 수용자들을 경남 울주군 소재 작업장에서 강제노역을 시키는 과정에 폭행・감금・사망케 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한 과거사 위원회는 ▲부랑인이 아닌 사람까지 수용하는 등 수용과정 자체가 위법했다는 의혹, ▲폭행・감금・사망 및 보조금 횡령혐의가 있었음에도 정부와 검찰 지휘부, 부산시 등이 수사검사에게 외압을 행사해 수사가 중단 또는 축소됐다는 의혹, ▲부산시 공무원의 방조 및 묵인 하에 위법행위가 계속됐다는 의혹, ▲수용의 근거였던 내무부 훈령 제410호의 위헌・위법 여지가 충분함에도 특수감금 행위를 무죄로 판단한 판결의 문제점 등 네 가지 사항을 심의했다.

형제복지원 불법수용 및 폭행・감금・사망 사건은 박정희 정부의 내무부 훈령 제410호에 따라 국가와 검・경찰, 부산시 등에 의해 자행된 사건이다. 사진은 당시 거리에서 부랑인(아)를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던 선도차량들(자료:형제복지원사건 진실 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 ⓒ스트레이트뉴스
형제복지원 불법수용 및 폭행・감금・사망 사건은 박정희 정부의 내무부 훈령 제410호에 따라 국가와 검・경찰, 부산시 등에 의해 자행된 사건이다. 사진은 당시 거리에서 부랑인(아)를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던 선도차량들(자료:형제복지원사건 진실 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 ⓒ스트레이트뉴스

형제복지원 사건의 발단은 박정희 정부 때 마련됐다. 197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 및 도시화로 인해 도시로 몰려든 농민들 중 일부가 부랑인으로 전락했는데, 박정희 정부는 내무부 훈령 제410호(1975.12.15)를 제정, 단지 부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호시설에 수용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이후 전두환 정부는 ‘88올림픽 개최를 위한 도시 정화’를 목적으로 1981년 4월 20일부터 8일간 공무원 19,300여 명(연인원)을 투입, 1,850명을 부랑인 보호시설에 수용했다. 보호시설 중 가장 규모가 컸던 형제복지원에는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약 38,000여 명(연평균 3,200여 명)이 수용됐다.

그러나 수용 과정에 가족 등 연고자가 있는 사람,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 막차를 놓쳐 대합실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 술에 취해 대합실에서 잠을 자는 사람, 귀가하던 학생, 집을 찾아달라고 파출소를 방문했던 아이 등도 마구잡이로 수용됐다.

이와 관련, 전직 경찰관 이모씨는 “당시 경찰은 사람들을 형제복지원으로 보내면서 높은 평점을 받았을 뿐 아니라, 형제복지원 측이 주는 뒷돈도 챙겼다. 또 경찰의 근무 평점은 구류를 선고받게 하면 2~3점에 불과한데, 형제복지원에 입소하게 하면 5점을 받았다”며 “경찰들이 부산역전파출소, 자성대파출소, 범일파출소 등 노숙자나 길 잃은 아이가 많은 관할구역 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수용자들에 대한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폭력 및 감금이 수시로 발생했고, 그 과정에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1986년 말경에는 수용자 3,164명 중 95명이 사망해 사망률이 3.0%에 이를 정도였다.

이들의 사망 원인은 주로 ‘정신박약, 쇠약, 암 추정’ 등이었는데,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이 허위일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실제로 1985~86년 동안 사망진단서를 가장 많이 발급한 의사 정모씨는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검찰 과거사 위원회는 위 네 가지 사항을 심의한 결과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 형제복지원의 위법한 수용 과정 및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추가 진상규명 및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함.

○ 국가는 형지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추가 진상규명 및 피해 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함.

○ 위헌・위법한 내무부 훈령 제410호를 근거로 형제복지원 원장의 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당시 법원의 판결은 법령을 위반한 판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441조에 따라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를 신청할 것을 권고함.

○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한 사실이 확인되었고, 그로 인하여 형제복지원 본원에 대한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피해가 확대되었으므로, 검찰총장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하여 검찰의 과오를 사과할 것을 권고함.

○ 앞으로 검찰의 이와 같은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소상히 알리고, 동시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립하며 검사 개개인에게 직업적 소명의식을 확고히 정립할 수 있는 제도 및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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