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 수입액 절대 열세인 중국, 관세전쟁에 불리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vs 중국의 장기전 대비
중국 제조업, 위안화, 외환보유액 등 피해 확산
재정확장과 지급준비율 인하로 맞대응하는 중국
미 백악관과 재무부,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검토
4월 이후 지속 절하된 위안화, 달러당 7위안 근접
위안화 방어...미 국채 매각 또는 하이보 금리 인상
주요 국제기구, 이구동성으로 ‘다자간 해결’ 촉구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지난 3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막이 오른 미중 간 무역전쟁이 치열한 관세폭탄전을 거쳐 환율전쟁으로 옮아가고 있다.

특히 관세전쟁은 양국 간 재래식 무기 싸움이라면 환율전쟁은 경제대국 G2의 무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를 뒤흔드는 메가톤급 '핵'전쟁이라는 데 세계가 긴장 중이다.

무역전쟁의 막이 오른 이후, 미중 양측은 서로 상대를 향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며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미국은 지난 7~8월 1,097개 품목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5,745개 품목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총 2,500억 달러 규모다.

중국 역시 맞불작전으로 임하며 현재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제품에 5~10%의 보복관세를 매기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중국도 2,000억 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화력에서 절대 열세다. 중국의 대미 수입액은 1,300억 달러로 미국의 대중 수입액인 5,056억 달러(2017년 기준)의 1/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이후 전개된 미중 간 무역전쟁의 경과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2018년 3월 이후 전개된 미중 간 무역전쟁의 경과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화력에서 절대 열세인 중국은 그간 미국을 상대로 4차례나 무역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협상은 끝내 결렬됐고, 미국이 500억 달러와 2,000억 달러에 이어 사실상 중국의 대미 수출액 중 마지막 남은 부분인 2,760억 달러(약 300조1,000억 원)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경고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양국이 타협에 이르지 못한다면, 중국은 내년 1월부터 거의 모든 대미 수출품에 매겨질 25%라는 고율의 관세를 버텨야 한다.

마주보고 달리는 G2 폭주기관차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6일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북한, 남한을 거쳐 중국을 찾았다. 그러나 왕이(王毅) 외교부장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만 만났을 뿐, 시진핑 국가주석은 만날 수 없었다.

세 사람이 마주앉은 자리에서는 가시 돋친 설전이 오갔다.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이 잘못된 (무역 관련) 행동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하자, 폼페이오 장관은 “당신들과 우리는 근본적인 의견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응수했다.

양제츠 정치국 위원이 다시 “미국은 끊임없이 중미 무역마찰을 고조시키고 대만 문제 등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성토하자,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중국의 행동에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시종일관 날카로운 신경전이 이어졌고, 그 끝에 왕이 외교부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공동성명도 갖지 않은 채 헤어졌다.

그날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에 머문 시간은 3시간 남짓이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 양측의 긴장이 결국 베이징에서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일 베이징 회담에서 설전을 주고받은 후 헤어지는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지난 8일 베이징 회담에서 설전을 주고받은 후 헤어지는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미국의 입장은 완고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이 향후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2,670억 달러 규모의 중국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중국이 만약 미국의 농가나 다른 산업 부문에 보복조치를 취할 경우, 2,670억 달러 규모의 중국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으름장도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의 사임을 공식화하는 자리에서도 “(미국이 부과한) 기존 관세에 대해 중국이 보복할 경우,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100%”라며 재경고하고 나섰다(로이터, 블룸버그, VOA).

중국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중산(鐘山) 상무부 부장은 “미국이 계속 중국제품의 관세를 인상하면 중국이 물러날 거라는 관측이 있지만, 이런 관측은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몰라서 나오는 것”이라며 “원하지는 않지만 무역전쟁이 발발한다면 철저히 대응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엄포를 놓았다(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 역시 9일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무역갈등은 미국의 도발로 시작됐고, 중국은 필요한 반격을 했을 뿐”이라며 “미국이 계속해서 중국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의 반격으로 인해 점점 더 많은 미국업체들이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추스바오(環球時報)와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각각 “미국은 중국이 투항하는 방식으로 완승을 얻기를 원하지만, 중국은 경제주권을 포기할 수 없다”, “중국은 애초부터 중국굴기(中國堀起)가 가을바람에 낙엽이 쓸려가듯 순조롭게 이뤄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라는 논평으로 가세했다.

중산 상무부 부장과 루캉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 그리고 관영 매체들의 논평은 중국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현실로 드러나는 중국의 피해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는 벌써부터 중국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피해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분야는 역시 수출 제조업이다. 지난달 중국 제조업지수 중 수출과 생산 지표가 나란히 하락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줄줄이 하락하는 중국의 제조업지수와 상하이지수, 달러당 위안화 환율, 외환보유고(자료:usmoneyreserve) ⓒ스트레이트뉴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줄줄이 하락하는 중국의 제조업지수와 상하이지수, 달러당 위안화 환율, 외환보유고(자료:usmoneyreserve) ⓒ스트레이트뉴스

상하이지수가 연초 대비 15%가량 하락하는 등 증시도 무역전쟁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했다. 국경절 연휴가 끝난 지난 8일에는 장 초반부터 종합주가지수가 2% 이상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위안화도 약세를 이어갔다. 8일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22개월 내 최저치인 6.93을 기록, 1위안화 당 14.4센트를 기록했다.

위안화는 인민은행이 매일 기준환율을 고시하면서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 아시아 주요국 통화 대비 현저한 약세를 보이며 달러 대비 9% 이상 떨어졌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의 경제성장세 둔화, 달러 강세에 의한 자본유출의 영향도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에 의한 고율 관세 탓이 가장 크다.

현재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7위안대에 근접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위안화 환율이 내년 1분기 달러당 7.05위안, 2분기 7.1위안으로 빠르게 평가절하 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보유고도 영향을 받았다. 인민은행은 지난 7일 “9월 외환보유액이 전월 대비 226억9,000만 달러 감소한 3조870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1년 來 가장 적은 수치다.

그밖에도 소비자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자금난도 여전하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하자, 국제교역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안목의 대책 수립을 주문하고 나섰다.

중국의 대비책,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

류쿤(劉昆) 중국 재정부 부장이 “추가 감세와 소비촉진을 비롯한 재정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하는 등 중국 정부는 이달 들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대응책들을 내놓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책은 ‘지급준비율(RRR, reserve requirement ratio) 인하’다. 지급준비율이란, 시중은행들이 고객에게서 받은 예금 중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하는 자금의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낮아지면 시중은행들은 대출 규모를 늘림으로써 시중에 더 많은 자금을 풀 수 있고 금리를 낮출 여력도 가질 수 있다.

중국 주요 은행의 지급준비율(RRR) 변동 추이(2015~2018)(자료:블룸버그통신)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중국 주요 은행의 지급준비율(RRR) 변동 추이(2015~2018)(자료:블룸버그통신)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인민은행은 기업 자금난 해소와 무역전쟁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오는 15일부터 상업은행의 지급준비율을 기존 15.5%에서 14.5%로 1%p 인하한다(신화통신). 지난 1월, 4월, 7월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다.

인민은행은 이번 조치로 1조2,000억 위안(약 198조 원)이 시중에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4,500억 위안은 시중은행들의 단기채무 상환에, 7,500억 위안은 금융시장에 공급될 전망이다.

그러나 우려도 있다. 지급준비율 인하가 이미 약세 기조로 들어선 위안화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의 적절한 약세는 수출기업이 고율의 관세를 상쇄하는 데 이점으로 작용하지만, 너무 많이 하락한다면 자본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고민 지점이다. 그럼에도 지급준비율 인하 기조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중국의 장기적 대응 기조를 엿볼 수 있다.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되는 ‘일부 수출상품에 대한 부가가치세(증치세) 환급률 인상’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미국의 고율 관세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1,585개 수출품목에 대해 부가세를 종전보다 더 많이 환급해주는 정책이다.

기존 7개 과세등급을 5개로 축소하고, 5%이던 수출세 환급 인상률은 6%로, 9%는 10%로, 13~15%는 16%로 각각 상향조정된다. 환급 과정도 간소화된다.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한 맞춤형 대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미국이 제동을 걸 소지가 크다.

감세 등 경기부양책도 추진된다. 이와 관련, 류쿤 재정부 부장은 “연간 감세 목표액을 올해 초에 설정했던 1조1,000억 위안에서 2,000억 위안이 더해진 1조3,000억 위안(약 213조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지방정부의 인프라 지출 확대와 같은 재정지출 확대정책과 개인소득세 인하 정책도 눈여겨 볼만하다.

위안화 환율로 쏠리는 미국의 시선

“미 재무부는 통화 이슈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관찰하고 있다. 위안화가 올해 심각하게(significantly) 하락했다. 통화 이슈에 대해 중국과 무역회담의 일환으로 논의를 하고 싶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위안화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인 것이 이번 발언의 배경이다.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발언 중인 미국 스티븐 므누신(Steve Mnuchin) 재무장관(자료:AFP by Juan Mabromata) ⓒ스트레이트뉴스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발언 중인 미국 스티븐 므누신(Steve Mnuchin) 재무장관(자료:AFP by Juan Mabromata) ⓒ스트레이트뉴스

실제로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실제 시장가치보다 낮은 환율로 고시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에 대응해 환율을 조작함으로써 수출업체를 지원하고 고율 관세로 인한 피해를 상쇄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완강하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9일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을 촉진할 생각이 없다. 환율을 무역과 경제 분쟁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반박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의 입장은 다르다. 블룸버그통신, CNBC 등 미국 매체들에 의하면, 익명을 요구한 재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위안화 약세를 우려하고 있다”며 “조만간 발간될 환율보고서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백악관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VOA).

미국은 무역전쟁의 서막이 오르던 지난 4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는 늦어도 다음 주쯤 발간될 예정인데, 환율조작국 지정은 중국경제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향후 1년 동안 환율 절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중국 기업의 미국 조달시장 진입 자체가 금지된다. 투자하는 미국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금지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환율 압박도 거세진다.

중국이 보유한 초대형 히든카드

그러나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압박을 가할 경우, 중국도 보복용 카드가 있다. 미국 국채를 매각하는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중국은 미 국채를 1조1,710억 달러나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빚을 가장 많이 진 나라가 중국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9일(현지시간) “그동안 중국이 미 국채 매각을 보복카드로 활용할 생각을 하진 않았지만,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면 상황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며 중국 정부가 미 국채를 매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채 보유 상위 5개국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미 국채 보유 상위 5개국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만약 중국이 미 국채를 한꺼번에 시장에 내놓으면 국채 금리 인상에 이어 가격이 하락하고 미국 재무부는 상당한 상환 부담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나 미국도 강력한 대응책을 갖고 있다. 기축통화국만 누릴 수 있는 대응책, 바로 ‘달러 발행’이다.

미국은 이미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Federal Reserve Board) 의장 주도로 양적완화를 4차례나 실시해 유동성을 공급한 경험이 있다. 물론 미 국채 대량 매각은 아직 정확한 수치를 분석한 전문가가 없을 만큼 실현되기가 쉽지 않은 카드다.

미 국채 매각은 중국에도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채 매각이 중국의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위안화 가치를 더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급준비율 인하가 위안화 가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처럼, 이 경우에도 과도한 위안화 가치 하락과 대규모 자본 유출이 증시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4차례 양적완화에 나서 ‘헬리콥터 벤(Helicopter Ben)’으로 불린 벤 버냉키 전 FRB 의장(자료:hangthebankers)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4차례 양적완화에 나서 ‘헬리콥터 벤(Helicopter Ben)’으로 불린 벤 버냉키 전 FRB 의장(자료:hangthebankers)

이 지점에서 ‘역외 위안화시장’이라는 덜 위험한 위안화 하락 방지책이 등장한다. 이는 정부가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하거나 자본통제를 강화하는 대신 홍콩 역외 위안화시장에 개입해 금리 인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위안화 하락을 방어하는 방법이다.

중국은 역외 위안화 금리 인상을 통해 투기꾼들의 공매도 자금조달 비용을 높임으로써 위안화 절하를 방어하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다.

홍콩 역외시장을 들여다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의 유력 매체들과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미 이 방식을 적용 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홍콩의 위안화 은행 간 대출 금리인 하이보(Hibor) 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 주 1.745%였던 하루짜리 하이보 금리는 이번 주에 5%로, 7.6%였던 일주일짜리 금리는 이번 주에 7.6%로 치솟았다. 이는 각각 지난 5월 이후, 그리고 최근 1년來 가장 높은 수준의 인상폭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바라보는 국제기구들의 반응

주요 국제기구들은 미중 간 무역전쟁이 발발하던 3월 당시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사하는 용어는 다소 순화됐지만, 미국 일방의 자국보호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전반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양측은 물론 세계가 경제성장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왼쪽부터 호베르토 아제베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World Bank)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자료:thanhnien-news)
왼쪽부터 호베르토 아제베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World Bank)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자료:thanhnien-news)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지금의 무역체계를 부수는 것이 아니라 고치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과 관련, 국제통화기금은 미국의 전망치를 올해 2.9%보다 낮은 2.5%로, 중국의 전망치를 올해 6.6%보다 낮은 6.2%로, 세계 전망치를 올해 3.9%보다 낮은 3.7%로 조정했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올해 성장세가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것은 무역 갈등, 보호주의, 치고받는 보복”이라며 조금 더 나갔다. 그가 중국의 철강 생산 급증에 의한 갈등 중재 실패를 사례로 들면서 제시한 해결책은 ‘다자간 해결’이었다.

김용 세계은행(World Bank) 총재와 호베르토 아제베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역시 무역전쟁이 모든 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주의 탓에 위기에 처한 다자간 무역체계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기축통화+관세폭탄 vs 중국의 일대일로+중국굴기(자료:trendnewsagency)
미국의 기축통화+관세폭탄 vs 중국의 일대일로+중국굴기(자료:trendnewsagency)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내달 30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릴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지만, 무역전쟁을 중단하기 위한 미중 간의 대화 가능성은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미국은 중국이 구체적인 양보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양 정상 간의 무역대화는 없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중국 또한 안정적인 환경이 먼저 조성되지 않는 한, 양보안을 제시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북한 비핵화 관련, 미국에 상응조치부터 내놓으라는 북한과 비핵화 리스트부터 내놓으라는 미국이 맞서는 상황과 판박이다.

다만, 양국의 무역전쟁이 향후 있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을 중국굴기와 관련된 패권전쟁으로 보고, 수십 년 동안 계속될 전쟁의 서막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G2는 미국의 보호주의로 촉발된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면서 글로벌 경제성장 회복세를 견인할 수 있을까? 아니면 한 치 양보도 없는 극한대결 끝에 14억 내수시장과 외환보유액 3조 달러, 미 국채 1조1,710억 달러를 가진 중국과 기축통화 및 주요 국제기구를 보유한 미국이 정면충돌해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어 놓으며 환율전쟁과 자원전쟁, 지정학적 충돌로까지 치달을까?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이 ‘중국제조2025’를 앞세워 추진 중인 중국굴기와 일대일로, 대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수출선 다변화 등의 전략이 먹혀들지, 미국이 도광양회(韜光養晦, 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림) 대신 도전을 택한 중국을 제압할지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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