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한국힐링산업협회 명예회장/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이시형 한국힐링산업협회 명예회장/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나는 매일 아침 요가매트를 들고 깊은 숲속으로 향한다. 넓은 바위 위에, 개울물 옆에 자리를 펴고 앉아 자연과 함께 호흡한다. 누워서 하늘을 보고 나무와 정겹게 대화를 나눈다. 그러고 있노라면 어느새 내 몸과 마음이 우주적 감각에 젖어 자연과 일체가 된 기분이다.

신기하게도 아침 자연 체험은 홍천 선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우리에게 자연은 아무리 오래 함께 있어도 결코 지루한 법이 없는 이상향인 것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산이 좋았다. 틈만 나면 뒷산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며 온갖 공상을 했다. 그게 그리 재미나고 좋을 수 없었다. 대학생 시절 방학 때마다 찾던 해인사 홍제암에서의 추억도 잊을 수가 없는 일이다. 불교를 깊이 이해하거나 불자는 아니지만, 해인사에서 들려오던 저녁 종소리, 스님들의 독경 소리, 보름달이 휘영청 뜬 밤 종정스님의 강론 소리는 지금도 귓가에 울린다. 깊은 숲에 자리한 해인사의 청량한 밤은 방황하던 젊은 내 영혼을 조용히 쓰다듬어주기에 충분했다.

미국 유학 시절에 인디언 마을을 자주 찾은 것도 그들의 위대한 자연경배 사상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선마을에 인디언 키바(Kiva)를 만든 것도 그런 이유다. 키바는 인디언의 단체 의식이나 마을 회의 장소를 뜻하는데, 밤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보따리를 풀며 공감을 하는 시간이다.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지나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된 이후에도 내 머리를 떠나지 않은 화두는 하나였다. 답은 산에 있다. 나는 자연 속에 위대한 치유력이 있음을 깊이 체험하며, 이를 현대 의학적으로 접근해 풀어보자고 결심했다. 자연이 주는 치유력을 나만의 건강철학으로 삼아 연구에 매진했고 나름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

산이 내어주는 품에 안겨 있노라면 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요즘 말로 힐링이 절도 된다. 그리고 이러한 산이 주는 선물은 오늘날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뇌는 더욱 피로해지리라

지금 우리 앞에는 참으로 놀랍고 한편으로 두렵기도 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신기한 장면이 눈앞에 현실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운전자 없는 차가 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고, 버튼만 누르면 집 안의 모든 전자기기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마트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누군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환호할 것이다. 최첨단 문명이 인간을 이롭게 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중국 천재 바둑기사 커제가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에 완패한 후 눈물을 흘리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그것은 마치 미래사회에 대해 인류가 느끼는 공포의 눈물과도 같아 보였다. 신을 닮아가는 컴퓨터 앞에서 과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아찔하기만 하다.

이시형 박사가 촌장으로 관리하는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
이시형 박사의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

실제로 공장자동화에 투자한 독일 등 몇몇 선진국에서는 벌써부터 단 몇 명의 직원만으로 거대한 공장을 돌리고 있다. 이런 흐름은 날이 갈수록 심화돼, 결국에는 지금의 직업 중 80%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몇 백 년 뒤의 일이 아니라 불과 몇 십 년 뒤의 일이다. 당장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아니 남아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고도의 인간적인 감정, 즉 감성을 사용하는 일일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대체하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감성을 활용할 수 있는 일들 말이다. 따라서 감정 조절, 감성 적 생활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중요성은 날로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우리의 뇌는 그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더 피로해질 게 분명하다는 점이다. 복잡하고 빠르며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서울에서 홍천 선마을을 오가며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뇌 피로에 대한 답은 자연에 있다. 결국 우리가 기댈 곳은 자연밖에 없다. 자연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완전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왜 그린(Green) 인가

감성 생활의 가본은 우리의 오감을 쾌적하게 자극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도심 생활은 열렸던 오감마저 닫게 만든다. 감성적 부교감신경은 닫히고, 교감신경 우위의 생활에 찌들어간다. 교통전쟁에 매연, 경적, 미세먼지, 생활 소음, 묻지 마 폭행에 살인까지 수많은 부정적인 환경 요인이 우리의 뇌를 한없이 피로하게 만든다.

대책은 단 하나, 도심을 떠나 산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본의 한 학자가 '오감력'이라는 참 좋은 말을 사용했다. 고대 인도의 전통 의학 아유르베다(Ayurveda)에서도 건강의 조건으로 오감이 균형 있게 잘 기능하는 것을 강조한다. 오감은 산에 들어가면 절로 작동한다. 보이고 듣고 느끼는 것이 푸르름, 조화로운 金, 은은한 향기,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이다 보니 회색빛 콘크리트 빌딩에서 닫혀 있던 오감이 활짝 열리는 것이다.

촉감은 어떤가? 흙에 털썩 주저앉으면 마치 엄마 품에 안긴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자연에의 회귀 본성이 살아나는 것이다. 후각은 또 어떤가? 산에 오면 그린 즉, 녹청의 향이 우리를 반긴다. 도쿄 신경과학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많은 향기에서도 푸른 잎이나 풀을 베고 난 후에 맡을 수 있는 녹청 향만이 유일하게 항피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맑은 공기, 깨끗한 개울물의 맛과 향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계곡의 맑은 물 한 모금이 도심에서 느끼던 마음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그야말로 눈, 코, 입, 귀, 피부로 느끼는 모든 오감이 쾌적한 자극으로 넘쳐나 뇌도 함께 자극되니 치유가 절로 될 수밖에 없다.

산에 들어가 암이 나았다는 기적 같은 이야기가 괜한 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울창한 숲이 자라고 있는 깊은 산에는 세로토닌이 넘쳐난다. 그뿐 아니라 몸과 마음의 건강을 좌우하는 자율신경 역시 자연 속에서 가장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 우리가 자연 속에 있는 동안 심신이 편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자연은 부조화 속에 조화가 있다. 같은 수종이지만 똑같이 생긴 나무가 없다. 모두가 제각각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숲이라는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멋진 화음을 낸다. 학자들은 이를 '흔들림'이라고 하고, '1/F 리듬'이라는 이름으로도 부르며, 이러한 조하를 오감을 통해 느낄 때 인간은 가장 편안해진다고 말한다. 당연히 자율신경도 편안해 진다.

내가 강원도 홍천의 깊숙한 산골짜기에 선마을을 세운 것도 산이 주는 자연치유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도시에 살면서 오감이 닫혀 하루하루 피로가 쌓여가는 이들에게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주는 자연치유의 힘을 선물하고 싶었던 것이다.

실제로 선마을을 찾은 내방객들은 불과 며칠간의 머무름에도 치유를 받고 돌아간다. 도시에서 최고급 호텔의 사우나를 다니고, 비싼 돈을 들여 스파에 마사지를 받아도 좀처럼 풀리지 않던 피로가 깊은 산이 주는 치유력에 말끔히 해소되는 것이다. 자연은 뇌 피로의 답이다. 몸뿐 아니라 뇌 깊숙이 힐링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는 살면서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한국산림복지진흥원과 국립산림치유원을 가동하는 등 산이 주는 자연치유력을 의학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시형 박사가 뇌 피로 예방과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한 신간,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
이시형 박사가 뇌 피로 예방과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한 신간,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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