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유지’ 넘어 ‘평화 만들기’ 박차 가하는 文 대통령
文정부의 대북・외교정책에 문정인 특보 활약 돋보여
북미 신뢰 구축으로 이행해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양자형→3자 구도→4자 구도 밟아온 文정부 대북정책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 참여 원하는 중국과 러시아
6개국 다자 플랫폼, ‘4대국 보장론’으로 기울 가능성 ↑
진보 진영과 보수 야권, ‘분쟁 규제형’ 둘러싸고 충돌
정부 보수 야권 보듬고, 야권 ‘비판적 지지’로 힘 보태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오를리 국제공항에 도착하면서 7박 9일 일정의 유럽 5개국 순방이 시작됐다.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시국, 벨기에 브뤼셀, 덴마크 코펜하겐을 차례로 순방하는 이번 여정에서, 한반도 평화와 관련, 관심을 끄는 방문지는 프랑스 파리와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가 개최될 벨기에 브뤼셀이다. 파리에서는 대북제재 (일부)해제와 관련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지지를 얻고, 브뤼셀에서는 세계 각국 정상급 인사들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에 대한 협력을 당부할 예정이라서다. 바티칸 방문 역시 대미압박이라는 측면에서 빠질 수 없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로부터 출발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며 종전선언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주체를 비롯, 완전한 북핵 사찰, 남북군축,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 구축, 주한미군 철수, 미중 무역전쟁 등 다양한 프로세스와 걸림돌이 산적해 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현재를 진단하고 향후 진전될 상황을 예측하기 위해 남북한과 미・중・러가 지난 10여 개월 동안 밟아온 궤적을 심층 추적한다.<편집자주>

<목차>
①평화와 번영 꿈★은 이뤄진다
②‘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 가능한가?
③문, 교황 방북으로 대미압박 나서 
④동북아 新평화질서, 과정과 결과 사이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대선 12일 후인 지난해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첫 특보 인사로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과 함께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를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에 임명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자료:ytn화면갈무리) ⓒ스트레이트뉴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자료:ytn화면갈무리) ⓒ스트레이트뉴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권은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대미 전문가가 부족한 인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실제 문정인 특보가 임명되던 날, 북한은 실험용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이튿날에는 탄도미사일의 실전배치를 승인하는 등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다.

같은 날,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정의용 전 의원이, 외교부장관에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보가 각각 임명됐지만, 보수 야권의 비난은 문정인 특보에게 집중됐다.

일례로 대표적인 보수 논객 변희재 미디어워치TV 대표는 “문정인 특보 인선은 문재인 정권 인사 중 남북관계와 관련해 가장 위험한 인물일 수 있다”며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정인 특보가 발탁된 직접적인 이유

보수 야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문정인 교수를 통일외교안보 특보에 임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과 한국평화학회 회장을 거쳐 동아시아재단 이사로 재직 중인 그의 화려한 경력 때문일까?

문 대통령이 문정인 교수를 통일외교안보 특보로 임명한 이유가 경력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그 이유는 김대중 정부 당시 ‘햇볕정책’을 입안했고 6・15남북공동선언에 관여했으며,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부 국제안보대사를 역임하면서 10・4남북공동선언에 참여했던 경력이다.

김대중・노무현 두 진보 정부의 화해정책을 ‘대북 퍼주기’라며 시종일관 비난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대북강경책으로 원위치 했던 보수 야권으로서는 사실상 진보 진영의 대북정책 디자이너나 마찬가지인 문정인 교수의 특보 임명 소식에 화들짝 놀란 것도 사실이다.

文대통령이 밝힌 인선 이유도 “새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기조와 방향을 의논하고 함께 챙긴다”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를 다자외교의 틀 안에서 풀어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인선으로 평가했다.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문정인 특보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자료:청와대) ⓒ스트레이트뉴스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문정인 특보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자료:청와대) ⓒ스트레이트뉴스

1년 5개월여가 경과한 지금, 문 대통령이 밝혔던 인선 이유는 현실화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화된 정도가 아니라 문정인 특보가 그동안 주장해왔던 평화 로드맵의 기조와 방향은 현 정부의 대북관계 및 외교정책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약 8년 전, 문정인 특보는 한반도평화포럼과 인제대학교가 공동주최한 ‘한반도평화아카데미’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주제로 강연한 적이 있다. 그날 강연한 내용은 어제 한 강연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지금의 현실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8년 전 그가 주장했던 로드맵으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맥락을 짚어보자.

① 평화를 이루기 위한 접근 단계

문 특보는 평화를 위한 접근 단계를 ‘평화 유지(peace-keeping)’ → ‘평화 만들기(peace-making)’ → ‘평화 구조화(peace-building)’로 나누고, 각 정부별 대북정책 단계를 구분했다.

6・15남북공동선언과 10・4남북공동선언에 합의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평화 만들기 단계였다. 그러나 ‘비핵개방3000’ 등 알맹이 없는 대북정책으로 일관하다 5・24조치로 관계 단절을 선언한 이명박 정부는 평화 유지 단계로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는 어느 단계에 속할까? 개성공단 일방 폐쇄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등으로 북핵 위기가 고조된 터라, 평화 유지 단계보다 못한 평화 포기 상태로 볼 수 있다.

평화 포기 상태에서 바통을 넘겨받은 문재인 정부는 유엔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설득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끌어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세 차례나 만나면서 평화 유지 단계로 올라선 후, 사상 최초로 북미정상회담을 견인하면서 단숨에 평화 만들기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영국 BBC방송이 소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커리커처(자료:BBC by donkeyHotey) ⓒ스트레이트뉴스
영국 BBC방송이 소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커리커처(자료:BBC by donkeyHotey) ⓒ스트레이트뉴스

문 특보는 “평화 만들기의 핵심은 신뢰 구축”이라며 “경제, 사회, 정치적 신뢰 구축을 거쳐서 군사적 신뢰 구축이 있어야만 평화 만들기가 가능하다”고 했다. 신뢰에 대한 강조는 남북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 유엔총회 기조연설 등 문 대통령의 모든 행보에서 드러난다.

또한 문 대통령은 남북경협 비전 제시와 문화교류,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 사회, 정치적 신뢰를 쌓아가고 있으며, 군사 분야에서는 남북군사분야합의를 이끌어냈다. 불과 1년 5개월여 동안 거둔 성과 치고는 놀랍다. 그리고 남북 간에 형성된 신뢰를 북미관계에도 이식 중이다.

② 평화체제의 당사자

한반도 평화체제는 크게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종전선언과 후속 평화협정으로 실현된다. 종전선언과 관련, 전문가들은 남북기본합의서와 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의 정신을 잇는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남북 간에는 종전선언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북미 간 종전선언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두고 “사랑에 빠졌다”는 트위터 글을 남기기도 했지만, 북미 간에 평화의 가장 큰 전제인 신뢰가 아직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 특보는 “북한과 미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북미 간에 국교정상화에 대한 기본조약이 체결되면 종전협정은 사실상 사문화된다”고 했다.

국가 간 기본조약은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절차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에 미국의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조치”를 언급한 것도 미국이 평양에 대표부를 설치하면 북미 간 적대관계 청산 및 신뢰 구축 과정이 가속화될 것임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다.

시각을 평화협정으로 돌리면 평화체제로 가는 길이 한층 복잡해진다. 평화체제 당사자를 누구로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부상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문 특보는 당사자별로 분류했다.

“평화체제 당사자에는 우선 양자형이 있다. 남북 간, 북미 간 평화체제다. 3자형도 있다. 남북한과 미국이 동등하게 합의하는 구도다. 또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 구도도 있다. 마지막으로 남・북・미・중・러・일이 참여하는 6자구도가 있다.”

6자회담 당사국 정상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6자회담 당사국 정상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지난 10개월을 돌이켜보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문 특보의 당사자별 분류를 그대로 밟아왔음을 알 수 있다. 먼저,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부터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과 북측 통일각 만남까지는 남북 간 양자구도였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면서 3자 구도 형태로 발전했다. 그 과정에 김 위원장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연거푸 만나며 중국이 참여하는 4자 구도를 견인했다.

문 대통령의 평화 프로세스가 남북 양자형에서 출발해 3자 구도와 4자 구도로 발전한 것은 우연일까? 8년 전 문 특보의 강연에 답이 있다.

“북미 간 국교정상화를 아우르는 큰 틀에서 동북아 다자안보체제가 구축돼야 하고, 여기서 북핵 문제가 병행 해결돼야 한다. 이어서 북일 국교정상화도 하면 된다. 지금 시점에는 주변 강대국 개입이 필요치 않다. 오히려 협상에 참여하는 국가가 많을수록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어느 정도 진전될 때까지는 주변 강대국 개입을 저지하고, 이후에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이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배제되고 일본이 철저히 소외된 배경이다. 또한 지난 7월 이후부터 중국과 러시아가 북미 비핵화 협상 참여를 노골적으로 타진한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헬싱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완전히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북한의 체제 안전에 대한) 국제적 보장이 필요하고, 러시아는 요구되는 만큼의 기여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07.16).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도 “지금 북한과 미국 간에 비핵화 양자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의 견해로는 러시아가 예전에 참여했던 6자회담 형식이 최상이다. 6자회담은 효율성을 입증했고, 언젠가는 우리가 이 협상 틀로 복귀할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다(타스통신, 07.20).

중국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 9월 27일,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한반도 문제 공청회’에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주요 당사국은 북미지만, 모든 유관국은 이를 위해 각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6자회담은 여전히 없어서는 안 될 다자 플랫폼이며, 중국은 이를 위해 마땅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무회의 모두발언 도중 북일정상회담을 언급하는 문재인 대통령(2018.10.08)(자료:ytn화면 갈무리) ⓒ스트레이트뉴스
청와대 국무회의 모두발언 도중 북일정상회담을 언급하는 문재인 대통령(2018.10.08)(자료:ytn화면 갈무리) ⓒ스트레이트뉴스

그런데 지금까지 진행된 과정에 빠진 국가가 있다. 문 특보가 언급한 동북아 다자안보체제에서 빠질 수 없는 유관국, 바로 일본이다. 이제 일본을 참여시킬 때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국무회의 석상에서 유의미한 발언을 내놨다.

“2차 북미정상회담과 별도로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북일정상회담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는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 시점에는 주변 강대국 개입이 필요치 않다며 북일 국교정상화를 후순위에 둔 문 특보의 발언과 정확히 일치하는 발언이자, 양자형과 3자 구도, 4자 구도를 거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이행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결국 6자회담 당사국이었던 남・북・미・중・러・일이 한반도 평화체제의 당사자가 될 전망이다. 남은 문제는 6개국이 모두 당사국 형태로 참여할 것인지, 아니면 남북한이 평화체제에 합의하고 4개국이 보증하는 ‘4대국 보장론’ 형태를 취할 것인지다.

지금 상태에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4대국 보장론' 형태다. 중국과 러시아가 ‘당사국’을 주장하는 대신 “요구되는 만큼의 기여”와 “마땅한 공헌”을 언급하고 있고, 일본은 이와 관련해 아예 목소리 자체를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는 남・북・미가 평화체제에 합의하고 중・러・일이 보증할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빌자면 “Time can tell(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분쟁 규제형’에 관한 정치권의 두 가지 입장

문 특보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기능별로 분쟁 해소형, 분쟁 타결형, 분쟁 규제형, 분쟁 예방형 등 4가지로 분류했다.

분쟁 해소형은 점진적 합의를 통한 통일이든 흡수통일이든 통일국가를 이뤄 분쟁의 근원을 없애는 것이다. 남북한이 지향해야 할 종착지다. 분쟁 타결형은 종전선언에 이어 평화협정으로 가는 평화 만들기다. 분쟁 예방형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소극적 평화 개념으로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치권의 입장이 정면충돌하는 분쟁 규제형이다. 분쟁 규제형은 7・4남북공동성명이나 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처럼 신뢰를 구축해 평화를 달성하려는 평화 만들기에 해당한다.

대연평도 포격 당시 관광객과 일부 주민들이 선착장에서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평도 포격사건은 분쟁 예방형 정부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도발로 꼽힌다.(2010.11.23)(자료:국방부 국방홍보원) ⓒ스트레이트뉴스
대연평도 포격 당시 관광객과 일부 주민들이 선착장에서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평도 포격사건은 분쟁 예방형 정부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도발로 꼽힌다.(2010.11.23)(자료:국방부 국방홍보원) ⓒ스트레이트뉴스

그런데 이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되는 입장이 존재한다. ‘선 북핵 폐기 후 신뢰 구축’과 ‘선 신뢰 구축 후 북핵 폐기’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분쟁 해소형을 지향하는 진보 진영은 신뢰부터 구축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소극적 평화 개념인 분쟁 예방형 정책을 지지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권은 북핵부터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진보 진영은 신뢰 구축을 위해 북한과의 접촉을 확대해 가고 있다. 하지만 2010년 당시 "북핵에 대비해 우리도 핵무기가 있어야 한다"며 선제공격까지 거론했던 보수 야권은 우려를 표명하며 경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

당시 상황을 두고 문정인 특보는 아래 발언으로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얼마나 어렵게 만들고 유지해 온 평화와 번영인가. 이 소중한 가치들이 군사모험주의자들의 희생양이 되어선 안 된다. 이제 형식논리에 매달리지 말라. 쉬운 데서 길을 찾자. 모두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한미동맹 절대화’와 ‘대북강경 원칙주의’라는 틀을 깨어야 한다. 오만과 아집, 편견, 근시안적 판단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수 야권 아우르고, 비판적 지지로 힘 실어줘야

문재인 대통령이 문정인 교수를 통일외교안보 특보로 임명한 지 1년 5개월여가 지났다. “문정인 특보 인선은 문재인 정권 인사 중 가장 위험한 인사일 수 있다”던 보수 논객의 걱정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기우에 불과하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려가 현저히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는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길은 아직 멀고, 그 길에는 무수한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작은 패착 하나만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전체가 멈춰버릴 수 있다.

올해 초 남북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 때부터 문재인 정부는 보수 야권을 배제해왔다. ‘평화를 이루기 위한 접근 단계’에 대한 시각과 ‘분쟁 규제형’에 대한 입장이 너무 달라 협력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이 신뢰 구축을 위해 제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목전에 둔 지금, 소극적 평화 개념인 분쟁 예방형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아무리 예방한다 해도 제2의 연평해전, 제2의 천안함 침몰, 제2의 연평도포격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유엔총회장에서 “유엔은 누구도 뒤에 남겨놓지 않겠다”는 선언을 인용한 것처럼, “정부는 누구도 뒤에 남겨놓지 않겠다”는 자세로 보수 야권 설득에 나서야 한다.

보수 야권은 평화 유지(peace-keeping)에 머물렀던 관성에서 벗어나 평화 구조화(peace-building)로 나아가는 정부에 ‘비판적 지지’로 힘을 보태야 한다. 향후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가 우리 정치권에 상당한 인내를 요구할 것이고, 설령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어긋나 평화 유지 단계로 되돌아간다 할지라도 시쳇말로 “밑져야 본전”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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