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전격 공개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에 대해 학부모들이 공분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전국에 있는 사립유치원 3분의 2가 가입하고 있는 거대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지난 16년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교육당국의 발목을 잡아왔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유총은 지난 1995년 창립한 뒤 공립단설유치원 설립 반대운동(2002년)을 전개하는 등 굵직한 유아교육정책이 추진될 때마다 집단행동을 벌이거나 정치권 로비를 통해 사립유치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끌어가거나 중단시켜 왔다.
한유총이 처음으로 집단행동을 시작한 시기는 2002년이다. 단설유치원 신설이 예산낭비를 부추기고 사립유치원의 경영난을 가중시킨다며 반대 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이해관계에 기반한 반발이 확실했지만, 당시 교육당국은 사립유치원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이후 단설유치원 설립은 각 시도별로 추진과 중단을 반복하면서 혼란을 거듭했다.
2004년 유아교육법이 제정될 때에는 한유총이 전국적으로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영유아교육법이냐, 유아교육법이냐를 두고 어린이집이나 놀이방 등 보육 분야 단체와 정면 대치했으며, 급기야는 표를 내세워 정치권을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유아교육법 제정을 관철시킨 뒤 한유총의 세력은 지난 10여년 간 더 강해졌다는 지적이다.
2012년 누리과정이 도입된 후 집단행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국고지원금 지출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힘을 얻었으나,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을 사유재산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한유총은 특히 유치원 회계 감사를 학교법인 수준으로 강화한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규직 개정 및 국가회계시스템 도입 관련 공청회와 세미나 자리마다 찾아와 집단 시위를 벌이면서 방해했다. 이에 당초 2016년 가을 시행될 예정이었던 재무회계규칙은 1년이 미뤄져 지난해 9월에야 겨우 시행됐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교육비 증액을 요구하며 집단 휴업을 예고했다. 이에 교육부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음으로 강경하게 대응했다. 그렇지만 한유총은 집단 휴업을 철회했다가 다시 예고하기를 반복하면서 원생들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같이 한유총이 매번 실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권과의 공생관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지역 교육청 등과 관계를 형성하며 입법 로비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유총은 지난 2013년 신학용 전 의원에게 사립유치원 특혜를 담은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대가로 3360만원의 뇌물성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신 전 의원은 지난해 실형이 확정됐고, 당시 한유총 회장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된 바 있다. 현재 한유총은 지역 교육청 관계자들과의 유착 의혹도 받고 있기도 하다.
이에 교육분야의 거대한 이익단체가 된 한유총이 정치권과 교육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견제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국가회계시스템을 도입, 실시간으로 회계현황을 공개한다면 명목이 불분명한 지출이 정치권 등에 대한 로비로 사용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보편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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