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7%조차 달성 난망
성장세 둔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건설・설비투자 부진
글로벌 투자은행(IB), 잇달아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낮춰
유럽(브렉시트, 이탈리아)과 미중 통상마찰로 불확실성 증대
수출과 민간소비 호조 불구, 미 금리인상 대책 마련해야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한국경제가 건설과 설비투자 부진 탓에 2분기 연속 0% 중반 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인 2.9%는커녕 한국은행 전망치인 2.7% 달성도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8년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분기 대비 0.6% 늘어난 400조2,346억 원이다. 2분기 연속 0% 중반대 성장세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소재 한국은행 ⓒ스트레이트뉴스
서울 중구 남대문로 소재 한국은행 ⓒ스트레이트뉴스

성장둔화 직격타는 건설과 설비투자 부진

가장 큰 요인은 건설과 설비투자 부문의 역성장이다. 건설투자는 전분기 대비 -6.4% 성장해 -6.5%를 기록한 1998년 2분기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다. 건물과 토목건설 모두 줄어들면서 건설업 자체도 -5.3% 성장해 역시 1998년 2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박양수 경제통계국장은 “최근 2~3년 동안 주택분양이 많이 되면서 주거용 건물의 경우 신규 분양이 잘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도 -4.7% 성장하며 2분기 내리 감소세를 이어갔다. 노후 지하철 교체 등으로 운송장비는 늘어났지만, 반도체와 기계류 투자는 줄어들었다.

이처럼 건설과 설비투자 부진이 성장에 영향을 미침에 따라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9%는 물론, 한국은행 전망치인 2.7% 성장도 어려워졌다. 2.7%를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이 0.82%를 넘어야 하는데, 대내외적 요인이 호락호락하지 않아서다.

대내외적으로 증대되는 불확실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은행의 3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발표되자마자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시티은행은 2.6%에서 2.5%로 0.1%p 내렸고, 노무라증권은 2.7%에서 2.5%로 0.2%p 하향 조정했다.

성장세 둔화에 미국 뉴욕 증시 나스닥 지수까지 4.43%나 빠지는 바람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를 이탈하면서 26일 코스피지수가 2027선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증시에서 빼간 자금은 4조2,000억 원에 이른다.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연일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26일 오후 전일 대비 36.15p까지 떨어졌다.(2018.10.26)(자료:뉴시스) ⓒ스트레이트뉴스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연일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26일 오후 코스피지수가 전일 대비 36.15p까지 떨어졌다.(2018.10.26)(자료:뉴시스) ⓒ스트레이트뉴스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한국은행 금리 인상 가능성, 신흥국 금융 불안 등 대외 리스크가 겹치면서 향후 증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본격적인 ‘셀 코리아(Sell Korea)’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만 성장세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유럽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2019년 3월부터 진행될 영국의 브렉시트가 유럽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유럽 3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에 제출한 재정안이 부결된 것도 유럽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독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7%에서 1.8%로 무려 1% 가까이 하향 조정된 것도 문제다. 전체적으로는 유럽의 철강과 기계, 금속, 자동차 부문이 모두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당사국인 중국은 물론 유럽에도 미치기 시작했고, 내년도 성장률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유럽의 금융기관들이 해외자산 매각, 증시 이탈 등 자산관리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사전에 예고해 유명해진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글로벌 성장 동력이 다 떨어져가면서 세계경제가 재앙으로 치닫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올 수 있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금리인상, 더 이상 가계부채 때문에 미루기 어려워

미국의 금리인상은 4분기 한국경제에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는 한, 미국의 금리는 계속 오를 전망이다. 먼저, 미국 국내적으로는 양적완화를 위해 그동안 6~8조 달러를 시장에 풀었는데, 인플레이션이 도래하기 전에 금리를 인상해 회수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대외적인 이유도 있다. 중국이 보유 중인 약 1조2,000억 달러의 미국 채권 중 1,000억 달러가량을 지난 5개월 사이에 팔아치웠고,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응할 카드가 사실상 채권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 앞으로도 계속 팔아치울 것이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자넷 옐런(Janet Yellen) 의장(자료:Fortune by Mark Wilson) ⓒ스트레이트뉴스
미 연방준비제도(Fed) 자넷 옐런(Janet Yellen) 의장(자료:Fortune by Mark Wilson) ⓒ스트레이트뉴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오는 1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 Fed)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5년부터 시장에 금리인상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냈고, 그해 12월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후 지금까지 매년 서너 차례 금리를 인상해왔다.

그동안 한국은행은 금리를 거의 올리지 않았다. 가계부채가 1,500조에 달하는 터라 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더 이상 가계부채 하나 때문에 저금리정책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1,300조에 달하는 기업부채와 1,200조가 넘는 정부부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확장적 재정정책 등 특단 대책 수립해야

전분기 0.4% 성장에 그쳤던 한국의 수출이 반도체 덕에 3분기에 3.9% 성장했고, 민간소비도 0.6% 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의 본격적인 여파는 내년 1분기에나 세계경제를 때릴 전망이다. 더욱이 고용유발효과가 가장 큰 건설과 설비투자 부문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고용유발효과 2위인 자동차 부문마저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이 급락할 경우, 지금까지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기금을 투입해 방어해왔지만, 이제는 분기 ‘로스 컷(loss cut, 손실한도)’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고 연기금의 국내 증시 투자에 대한 국민여론도 좋지 않아 마냥 연기금에 의지할 수는 없다.

미중 무역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또 한 번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한미 기준금리 격차에 따른 자금유출이 심화될 것이다. 덩달아 對달러 환율도 곤두박질칠 것이다. 한국은행과 IMF,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은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앞 다퉈 낮추고 있다. 내우외환이다.

가장 확실한 해법은 신성장산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것이지만, 실효를 거두기에는 멀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니라서 대놓고 양적완화에 나설 수도 없는 지금, 확장적 재정정책를 비롯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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