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국가정보원과 대통령 비서실 남기고 마무리
여야 대치, 국정조사 이어 예산정국까지 이어질 전망
일자리 예산 23조5,000억 원, 한국당 철저 검증 예고
남북협력기금 1조1,000억 원, 대북제재 관련성이 관건
보건복지 예산 72조3,758억 원, 소득주도성장과 관련돼
채용비리 국정조사와 사법농단 특별재판부는 또 다른 뇌관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29일로 2018년 국회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내달 1일부터 올해 대비 9.7% 증액된 470조5,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슈퍼 예산안을 두고 본격 시작되는 예산정국에서도 여야가 물러설 수 없는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국회 국정감사가 국가정보원 국정감사(31일)와 대통령 비서실 국정감사(11월 6일)만 남겨놓은 채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정치권의 행보가 예산정국으로 급속히 옮아가고 있다.

당장 내달 1일부터 정부의 예산안 시정연설이 시작된다. 이날 국회에서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대해 ‘2019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에 대한 공청회’도 개최된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은 12월 2일이지만, 여야는 교섭단체 회의에서 11월 30일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내달 12일까지 예산안 심의에 들어간다. 5일과 6일에는 종합정책질의가 예정돼 있고, 7~8일에는 경제부처 예산심사가, 9일과 12일에는 비경제부처 예산심사가 예정돼 있다.

이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 각 예산안 소위가 15일부터 2주 동안 예산안 종합심사를 벌여 30일 국회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표결에 들어갈 계획이다.

연도별 국가예산 규모(2010~2019)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연도별 국가예산 규모(2010~2019)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그러나 국정감사 기간 동안 달궈진 여야 간 대치가 예산정국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여당은 경기 활성화와 경제 체질 개선, 고용 개선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이 불가피한 만큼 원안을 고수하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일자리 예산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예산과 ‘포퓰리즘’성 퍼주기 예산을 반드시 삭감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정당별 정치적 입장과 이른바 ‘쪽지예산’으로 불리는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관계도 순탄한 예산정국에 걸림돌이다.

이번 예산정국의 최대 쟁점은 23조5,000억 원 규모인 일자리 예산과 1조1,000억 원 규모인 남북협력기금, 올해 대비 14.6% 증가해 72조3,758억 원 규모인 보건・복지 예산이다.

일자리 예산 23조5,000억 원

내년도 일자리 예산안은 올해 대비 4조3,000억 원 증액된 23조5,000억 원 규모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마련할 정도로 고용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총 54조 원에 달하는 재정을 쏟아 부었다.

청와대 집무실에 마련된 일자리 상황판을 직접 시연해 보이는 문재인 대통령(2017.05.24)(자료:MBN화면 갈무리) ⓒ스트레이트뉴스
청와대 집무실에 마련된 일자리 상황판을 직접 시연해 보이는 문재인 대통령(2017.05.24)(자료:MBN화면 갈무리) ⓒ스트레이트뉴스

그러나 올해 2월부터 8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 명대를 하회하는 등 고용지표는 개선되지 않았다. 고용 참사라는 비난에 이어 일자리 예산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일자리 예산 삭감에 집중하겠다”며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헛돈을 쓴다거나 가짜 일자리를 만들려는 예산은 철저히 걸러내겠다”고 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추진해온 일자리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예산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는 인터뷰에서 “일자리 예산은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핵심 예산”이라며 “야당의 주장에 확실하게 반박하겠다”고 강조했다.

남북협력기금 1조1,000억 원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정부가 편성한 1조1,000억 원의 남북협력기금도 전체 예산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여야 대결의 파급효과 면에서는 상당한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도중 판문점선언 국회비준 반대 의사를 밝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2018.09.10)(자료:OhMyNews 남소연)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도중 판문점선언 국회비준 반대 의사를 밝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2018.09.10)(자료:OhMyNews 남소연)

특히 자유한국당은 올해 들어 평화 분위기로 급선회한 한반도 정세 탓에 정국 주도권을 잃은 터라, 남북협력기금 예산 삭감을 위해 판문점선언의 국회비준 동의 문제를 연계시킬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와 여당은 남북관계 개선, 더 나아가 미래의 남북경협을 위해 남북협력기금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보수 야당들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상충하는 예산은 철저히 따져 삭감하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 예산 72조3,758억 원

2019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은 올해 대비 14.6% 증액된 72조3,758억 원이다. 전체 예산 470조5,000억 원의 15.4%를 차지하고,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 대비 9조2,000억 원 증가한 규모다.

증액된 예산은 소득분배 개선과 일자리 확충을 통한 사회안전망 강화, 저출산 위기 대응, 미래 성장동력 확충, 지역사회 중심 보건복지 서비스 구현 및 사회적 가치 투자 강화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그중 절반가량인 4조2,797억 원은 저출산 문제와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아동 보육과 노인 분야에 투입될 예정이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6만9,000여 개를 창출하는 데도 1조854억 원이 투입된다.

국공립 어린이집 450개소를 추가 확충하는 데도 686억 원이 배정됐고, 현재 23개소에 불과한 초등학생 다함께돌봄센터를 200개소로 확충하는 데도 138억 원이 배정됐다.

치매 국가책임제 관련 홍보 영상(자료:청와대) ⓒ스트레이트뉴스
치매 국가책임제 관련 홍보 영상(자료:청와대) ⓒ스트레이트뉴스

이밖에 치매 관리체계 구축에 올해 대비 60% 증가한 2,333억 원, 노인 요양시설 확충에 올해 대비 31% 증가한 1,129억 원, 자살예방 및 지역정신보건사업에 올해 대비 17.3% 증가한 709억 원 등이 각각 배정됐다.

이중 여야의 격돌에 예상되는 부분은 사회서비스 일자리 6만9,000개 창출을 위해 편성된 1조854억 원의 예산이다.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文정부가 세 가지 경제정책 기조, 즉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중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소득주도성장과 관련돼 있다.

정부와 여당은 소득주도성장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수 야당들은 한번 집행된 보건복지 예산은 다시 줄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관련 예산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과도 연결돼 있다. 내년도 SOC 예산은 올해 19조 원에 비해 5,000억 원 감액된 18조5,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신규사업을 위한 예산은 1,779억 원에 불과하다.

야당들은 SOC사업이 일자리 창출에 매우 효과적인데 오히려 예산을 깎았다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예산결산특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일자리 예산의 효과가 낮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일자리 예산을 삭감해 SOC나 R&D(연구개발) 등 미래 먹거리, 서민체감 예산을 늘릴 것”이라며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규모 토목 SOC사업 위주에서 생활밀착형 SOC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또 다른 뇌관,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이번 예산정국에는 야당이 주장하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여당이 요구하는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문제도 얽혀 있다. 판문점선언에 대한 비준 동의 문제도 여전히 살아 있다.

특히 특별재판부 설치 문제와 관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함께 이르면 11월 이내에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힌 상태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관련 ‘사법농단’ 사건 처리를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에 공동보조를 취하는 여야4당 원내대표(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2018.10.25) ⓒ스트레이트뉴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관련 ‘사법농단’ 사건 처리를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에 공동보조를 취하는 여야4당 원내대표(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2018.10.25) ⓒ스트레이트뉴스

자유한국당은 특별재판부가 삼권분립에 위배되고 위헌 논란까지 있다며 절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와 특별재판부의 빅딜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거부한 상태다.

여야가 이처럼 사사건건 대치하는 형국이다 보니, 최악의 경우 국회가 다시 공전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여야 5당 원내대표 오찬이 11월 5일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이라 정국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일자리 예산과 보건복지 예산,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야당의 집중 공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내달 2일 원내대표단과 상임위원회별 간사 등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열고 ‘예산심사 대응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예산안 원안 고수에 당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은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 카드와 판문점선언 비준동의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공세로 예산정국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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