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여호와의증인 신도 촉발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후폭풍 예고
[뉴스&] 여호와의증인 신도 촉발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후폭풍 예고
  • 고우현 기자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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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양심적으로 병역을 거부해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 씨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병역법 위반 전원합의체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법원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했다.
종교·양심적으로 병역을 거부해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 씨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병역법 위반 전원합의체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법원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했다.

[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기자] 양심이나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폭넓게 보고 이를 보호하자는 기본 취지를 함축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34)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대법관 다수 의견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개인의 양심과 종교적 신념 등을 근거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88조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첫 판단이다.

특히 대법원은 사람의 삶 전부에 영향력이 미치는 것으로 그 신념이 확고하고 진실한 것인지 '양심'을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단 대법원이 제시한 양심의 기준은 입증이 쉽지 않는 추상적 관념이어서 향후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법원은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19조에 근거해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는 것이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니며, 서로 다른 자유를 인정하면서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양심은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가치적·도덕적 마음가짐'을 의미하며,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고 그 형성과 변경에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되는 윤리적 내심의 영역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 같은 행동을 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대법원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것은 스스로 양심을 적극 표출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의무를 부과한 것에 소극적으로 응하지 않은 '소극적 양심실현의 자유'라고 구분했다.

이들이 헌법에서 규정한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이를 받아들였을 경우 스스로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될 수 있다고 보고 어떠한 제재도 감수하겠다고 하는 상황에 근거해서다. 그에 따라 형사처벌 등 제재를 통해 군사훈련을 받는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이들의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나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 하에 대법원은 병역을 거부하는 사유가 되는 '양심'을 평소 삶 등 외부에 드러나는 구체적인 상황 등을 고려해 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병역 기피 수단으로 오남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병역 거부 사유로 제시하는 양심이 그 사람의 삶 전체에 녹아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인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고 진실해야 하며, 이는 그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잡은 것으로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며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말하는 그 신념에 거짓이 없어야 하고 상황에 따라 타협하지 않아야 하며,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각각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심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만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일례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을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병역거부자가 양심에 따른 내용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 소명자료를 제시해야 하며, 검사는 증거에 기반해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면 된다고 밝혔다. 병역거부자가 제시하는 자료는 검사가 그에 기초해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의 구체성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양심'을 판단하는 데 있어 그 심사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우려도 있어 향후 논란이 될 여지가 남아 있다.

이날 대법원이 판결을 내렸지만 구체적 기준이 없어 각 법원별로 '고무줄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 의견을 낸 대법관 4명도 병역 거부 사유인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다시 말해 다수 의견이 제시한 사정들로는 형사소송법상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하고 완전한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양심적 병역 거부'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후 '양심적 병역 거부자 병역법 위반 무죄 판결 환영' 성명서를 발표해 "양심적 병역 거부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감내한 희생과 우리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쏟은 시민사회단체 등의 모든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제 남은 과제는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인권위는 올해 5월부터 5개월간 진행한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실태조사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각계 전문가 및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합리적인 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특히 대체복무 인정 여부의 공정한 심사를 위해 군과 독립된 심사기구 구성, 징벌적이지 않고 공익적인 성격의 복무영역과 기간의 설정 등 인권위와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권고해온 대체복무제 대원칙에 충실한 제도가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체복무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와 공감을 확산하고, 이 제도가 개인의 인권 보장과 사회적 필요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제도로 정착될 수 있게 많은 국민께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혜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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