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로하스, 웰니스, 힐링... ‘치유’, ‘참살이’ 급신장
글로벌 힐링산업, 2019예산안 10배 4,700조 원
매년 세계경제 성장률(3.6%)의 두 배인 6.4% 성장
시장 규모...개인 케어, 식습관, 투어, 피트니스, 의학 順
2022년 5조 달러(5,620조 원)로 성장 전망
정부, 미래먹거리 '힐링' 최우선 육성해야
오는 7일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과 (사)힐링산업협회가 주최하고 스트레이트뉴스와 ㈜서울스피커스뷰로가 주관하는 <2018 ‘힐링’의 산업적 전망과 과제> 정책세미나가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개최된다. 이번 세미나는 힐링산업의 컨텐츠를 발굴해 활성화하고 보다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수산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이시형 힐링산업협회 명예회장 등이 참가하고,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문화체육관광부, 산림청, 농촌진흥청, 한국관광공사 등이 정부 부처 힐링 모범사례를 소개한다. 스트레이트뉴스는 힐링 비즈니스가 하나의 산업으로 등장한 배경과 국내 힐링산업의 현주소 및 전망을 살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편집자주>
<목차>
① 왜 힐링인가?
② 4,700조원 세계힐링산업을 잡아라
③ 76조원 한국 힐링산업, 과제는?(1)
④ 76조원 한국 힐링산업, 과제는?(2)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피로사회, 위험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치유’가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건으로 부상함에 따라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치유 관련 산업의 전체적인 규모는 얼마나 되고,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무엇을 하건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라”는 옛말이 있다. 어떤 산업 분야를 조망할 때도 그 산업이 세계시장 및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발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웰빙과 로하스, 웰니스, 그리고 힐링
먼저 용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치유’와 ‘참살이’를 지향하는 개념에는 ‘웰빙’, ‘로하스’, ‘웰니스(wellness, well-being+fitness)’, ‘힐링(Healing)’ 등이 있다.
웰빙(well-being)은 개인의 신체적 건강과 삶의 만족도를 제고하는 개념이고,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는 '건강과 지속가능한 생활양식'이라는 의미의 약자로, 웰빙의 삶이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개념이다.
힐링(Healing), 그리고 웰빙(well-being)과 피트니스(fitness)의 합성어인 웰니스(wellness)는 심신의 치유와 관련된 활동을 의식주는 물론, 의료와 문화, 투어, 스파, 건축, 부동산, 직장 등 사회 전 영역으로 확대한 개념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서구 선진사회에서는 웰니스라는 용어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일대에서는 힐링이라는 용어가 관련 개념을 선점했을 뿐, 웰니스와 힐링은 개념적으로 동일하다(이 기사에서는 웰니스 대신 힐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Global Wellness Institute)’의 최신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세계 힐링산업의 종류와 규모, 그리고 발전 가능성을 파악해 보자.
힐링산업 전체 규모 4조2,000억 달러(4,718조7,000억 원)
2018년 10월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세세나(Cesena)에 위치한 테크노짐 빌리지(Technogym Village)에서 제12차 ‘2018 Global Wellness Summit(세계건강관리대표회의)’가 개최됐다.
50개국 630여 명의 업계 지도자들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비영리기구인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이하 GWI)는 글로벌 힐링산업에 대해 심층 조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힐링산업은 현재 전 지구적으로 4조2,000억 달러(4,718조7,0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2019년 한국 예산안인 470조5,000억 원의 10배가 넘는 규모이자, 세계 총 보건지출 7조3,000억 달러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치다(WHO, 세계건강지출 데이터베이스, 2015).
글로벌 힐링산업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6.4%, 총 12.8% 성장했는데, 이는 세계경제 성장치인 3.6%의 두 배에 육박하는 성장률이자, 세계경제 생산량의 5.3%를 차지하는 수치다(IMF, 세계경제개괄 데이터베이스, 2018.04).
“예전에는 체육관에 가거나 마사지를 받을 때 힐링을 이따금 접촉했을 뿐이다. 하지만 힐링이라는 개념이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면서 상황이 빠르게 변했다. 이제 힐링은 음식을 구입할 때,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할 때, 조화로운 일상생활을 원할 때,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인간관계를 연결하고자 할 때, 행복에 대해 열망할 때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GWI의 수석연구원 캐더린 존스톤(Katherine Johnston)의 말이다. 힐링산업에 대한 그의 발언은 이 한마디로 종합할 수 있다.
“따라서 힐링은 ‘흔치 않은 것’에서 ‘일상적인 것’으로, ‘일시적인 것’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사치스러운 것’에서 ‘일상생활의 가치’로 진화하고 있으며, 그러한 거대한 전환은 힐링산업의 강력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전 세계 힐링산업을 견인하는 10개 분야와 시장 규모
GWI는 힐링산업과 관련된 총 10개 산업분야에 대해 집중 연구했다. 구체적으로 힐링 투어, 스파경제, 열수/광천수, 직장 힐링, 힐링 부동산 등 5개 분야에 대해서는 직접조사를 수행했다(Global Wellness Economy Monitor, 2018.10).
개인 케어(미용 및 노화방지), 식습관(영양 및 체중감량), 피트니스(심신), 예방의학 및 공중보건, 전통 및 대체의학 등 5개 분야에 대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보건기구(WHO) 등 2차 출처에서 뽑아낸 예측치 자료를 합산했다.
GWI의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10개 힐링산업의 순위별 시장규모(2015년과 2017년) 및 연평균 성장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5대 힐링 시장
GWI는 향후 힐링산업의 매출액 성장을 주도할 분야로 힐링 부동산, 직장 힐링, 힐링 투어, 스파(온천), 열천/광천수 등 5개 시장을 선정해 시장을 심층 분석했다.
① 힐링 부동산
힐링 부동산시장은 건물 내외 디자인, 재료, 건물 내 편의시설, 프로그래밍과 같은 힐링의 제반 요소들을 철저한 계획 하에 통합하는 분야를 말한다.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장소에서 직접적인 힐링 효과를 제공하는 분야이며, 매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시장규모는 1,340억 달러(150조6,000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전 세계 녹색건축산업의 절반 정도, 전 세계 건설시장의 1.5%가량을 차지한다(US Green Building Council, 2015).
2018년 10월 현재, 세계 34개국 740곳 이상에서 힐링 부동산 건축에 따른 지역사회 개발이 이루어졌거나 진행 중이며, 힐링 부동산 건축 사례가 매주 업데이트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② 직장 힐링
OECD, IMF 등 국제기구들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소홀한 건강관리와 직장 내 소외 등은 세계경제 생산량의 10~15%를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직장 힐링시장이 전체 힐링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5억 달러(54조 원) 규모로 매우 적다.
전 세계 직장인 중 9.8%에 해당하는 3억2,100여만 명만이 직장 힐링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그나마 제공되는 프로그램도 북아메리카와 서유럽, 아시아 일부 등 고소득 국가들에 집중되어 있다.
③ 힐링 투어
6,390억 달러(718조 원) 규모인 힐링 투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전체 관광시장 성장률인 3.2%의 두 배를 넘는 6.5%를 기록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세계인들은 8억3,000만 건의 힐링 투어를 다녀왔다. 2015년보다 1억3,900만 건 늘어난 수치이자, 전 세계 총 관광 지출의 17%에 해당한다.
힐링 투어의 성장세는 아시아-태평양, 라틴 아메리카-캐리비언, 중동-북아프리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등에 분포된 개발도상국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힐링 투어의 57%에 육박한다.
이런 경향성은 심신의 피로를 풀기 위해 영적으로 발전한 국가나 자연이 잘 보존된 국가로 여행을 떠나려는 세계인의 욕구를 잘 대변해준다. 실제로 힐링 투어 1, 2위 국가는 각각 1,700만 건과 1,200만 건의 힐링 투어를 기록한 인도와 중국이다.
④ 스파(온천)경제
스파경제(spa economy)는 연간 936억 달러(105조 원)에 달하는 스파시설 수입 및 교육, 컨설팅, 협회, 미디어, 이벤트 등 연간 252억 달러(29조 원)에 달하는 스파 비즈니스를 모두 포함하는 1,180억 달러(134조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2015년 121,595개소이던 스파시설은 2017년에 149,000개소로 늘어났고, 총 고용 인원은 260여만 명이다. 연간 매출 성장세는 9.9%를 기록 중이다. 현재 호텔/리조트 스파 부문은 일일/살롱 스파 부문을 능가하며 업계 1위로 자리 잡았다.
⑤ 열천/광천수
치유를 위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인간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열천/광천수로 이동함에 따라, 이 시장의 규모는 2015년 510억 달러(57조 원)에서 2017년 562억 달러(63조 원)로 성장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총 시설은 109개국 27,507개소에서 127개국 34,057개소로 늘어났으며, 고용 인원은 180여만 명이다. 특히 열천/광천수시장은 대부분 아시아-태평양과 유럽에 집중돼 있으며, 이들 지역에서 세계 매출의 95%를 담당하고 있다.
5대 힐링산업의 성장 전망(2017-2022)
“수명이 길어지고 만성질환과 스트레스를 비롯한 불행의 요소가 늘어남에 따라 건강 증진에 대한 기대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힐링산업은 성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역동적이기도 하다. 특히 삶의 핵심 영역을 대표하는 힐링 부동산, 직장 힐링, 힐링 투어 부문은 가장 강력한 미래 성장 동력이다. 다른 분야들 역시 일상의 모든 측면에서 힐링의 통합을 지원하면서 성장할 것이다.”
GWI의 오페리아 예웅(Ophelia Yeung) 수석연구원이 힐링산업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한 답변이다. 5대 힐링산업은 2017년부터 2022까지 5개년 동안 연평균 6.4%~8.0%가량의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2022년이면 글로벌 힐링산업의 규모는 5조 달러(5,620조 원)를 가뿐히 넘어설 전망이다. 그만큼 피로사회, 우울사회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거라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힐링산업을 경제발전을 위한 여러 대안 중 하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제 막 출발선에 선 한국의 힐링산업은 초라하다. 현재 글로벌 힐링산업의 규모는 2019년 한국 예산안의 10배다. 이처럼 큰 시장이 연간 5,620조 원 규모의 거대 시장을 향해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정부가 힐링산업 또는 웰니스산업을 신성장산업으로 중점 육성해야 할 이유다.
bizlink@straightnews.co.kr
*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Global Wellness Institute) : 주요 힐링산업의 이니셔티브 선도, 질병 예방, 스트레스 감소,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 등 전 세계 힐링산업에 대해 연구하고 교육을 지원하는 비영리기관 연구기관.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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