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축구협회, 프리미어 클럽의 외국인 상한선 12명 제한 움직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여파 영국 축구계 흔들어
계약 마감 2020년 이후인 외국인 선수를 중심으로 혼란 예상
손흥민, 슬럼프에 빠지거나 부상 당할 경우 언제든 탈락할 수 있어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Brexit)의 여파가 엉뚱하게도 영국 프리미어리그(EPL)로 옮겨 붙을 조짐이다.

더 타임스, HITC, 더 선 등 영국 주요 일간지들은 13일(현지시간) “영국축구협회가 현재 25명인 프리미어리그 1군 스쿼드 중 절반 이상을 자국 선수로 채우고 외국인 선수 정원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 소속된 각 클럽들은 1군 외국인 선수를 최대 17명까지 보유할 수 있다. 그런데 영국축구협회는 이 수를 12명으로 제한하고, 13명의 1군 선수를 ‘자국에서 성장한(home grown)’ 선수로 채우려 하고 있다.

2017-2018시즌 본머스(Bournemouth)와의 리그 라운드 도중 골을 기록한 후 기뻐하는 손흥민(2018.03.12)(자료:GreatGoals) ⓒ스트레이트뉴스
2017-2018시즌 본머스(Bournemouth)와의 리그 라운드 도중 골을 기록한 후 기뻐하는 손흥민(2018.03.12)(자료:GreatGoals) ⓒ스트레이트뉴스

프리미어 리그 클럽들은 영국축구협회의 이 같은 방안을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보유 중인 유럽연합(EU) 회원국 선수들도 미주나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출신 선수들처럼 까다롭기로 유명한 영국 취업비자를 받아야 한다. 브렉시트가 가져올 여파다.

물론, 당장 1군 스쿼드를 절반 이상 줄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과 유럽연합의 브렉시트 협상에 따라 대략 2020년 말까지 준비기간을 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 6개월 단위로 돌아가는 프리미어 리그 시장의 특성상, 계약 마감기간이 2020년을 넘어서는 외국인 선수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재 외국인 선수 허용 한도인 17명을 꽉 채운 구단은 맨체스터 시티와 토트넘 두 곳이다. 영국축구협회의 외국인 선수 정원 축소 방안이 현실화한다면 두 클럽은 5명을 내보내야 한다. 2019년 초부터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밖에 매년 리그 4위 이내에 드는 첼시와 리버풀은 16명, 전통 명문 아스널과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각각 15명과 14명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중하위권 클럽들 역시 상당수의 외국인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토트넘의 에이스 손흥민은 최근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군면제 혜택을 받은 직후 토트넘과 2023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손흥민은 당장은 팀의 주포 헤리 케인(주급 20만 파운드, 2억9,300만 원)과 미드필더 델레 알리(주급 15만 파운드, 2억2,000만 원)에 이어 주급 14만 파운드(2억500만 원)를 받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지만(HITC), 언제 슬럼프나 부상이 찾아올지 모른다.

만약 2019년이나 그 이후 부상 또는 슬럼프에 빠진다면, 냉정한 스포츠계의 생리상 브렉시트의 불똥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시즌 뉴캐슬로 둥지를 옮긴 기성용 선수도 마찬가지다.

2017-2018시즌 손흥민의 어시스트로 골을 기록한 헤리 케인이 함께 골 세러모니를 펼치고 있다.(자료:AP by Matt Dunham) ⓒ스트레이트뉴스
2017-2018시즌 손흥민의 어시스트로 골을 기록한 헤리 케인이 함께 골 세러모니를 펼치고 있다.(자료:AP by Matt Dunham) ⓒ스트레이트뉴스

소식이 알려지자, 해당 기사들은 프리미어 리그 팬들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브렉시트 선거의 나비효과다. 인간들아, 투표 좀 잘 하지!! EPL 실력 형편없어 지고 곧 망조다.” -lon*****-

“축구협회가 챔스(Champions League) 포기하고 유로파(Europa League) 가려고 안달이 났구나, 안달이 났어. 그렇고 그런 리그를 이제 누가 봐?” -an*****-

“자국에서 성장한(home grown) 선수라고? 유소년 시장 난리 나겠네.” -pe**********-

“EPL은 이제 끝났다. 분데스리가보다 못할 거야. 이제 라리가로 떠나야 하나?” -walk***-

오늘(15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선임 장관들과 회담을 갖고 유럽연합과의 브렉시트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설득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당 소속 의원들마저 공개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브렉시트의 불똥이 스포츠계에도 옮겨 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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