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스트레이트뉴스 김정은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기준 변경을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판단한 데는 삼성그룹의 내부 문건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논란의 최대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기준을 '취득가액(종속회사)'에서 '시장가액(관계회사)'으로 변경, 4조5000억원의 지분평가 차익을 거두었다고 회계처리한 게 의도적 분식회계에 해당하는지였다.

삼성의 내부 문건은 바로 이 지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부터 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2015년에야 특정한 의도를 갖고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1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지만 2015년 1조90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세운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고 이 회사의 지분가치를 취득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재평가한데 따른 것이다.

모회사가 단독으로 지배하는 자회사에서는 회사 가치를 취득가액으로 평가받지만 다른 주주와 공동지배하는 관계사가 된다면 시장가액으로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 

2015년 당시 바이오에피스가 개발 중인 신약이 판매승인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지분가치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이라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의 주장이다. 

증선위는 그러나 당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한다고 봤다. 설립 당시인 2012년부터 합작상대방인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에 대해 가진 여러 권한이나 콜옵션 등을 고려할 때 애초부터 단독지배(종속회사)가 아닌 공동지배(관계회사) 관계였다는 판단이다.

증선위는 이를 토대로 2012~2014년 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판단하는게 옳았던 만큼 2015년 회계처리기준을 취득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바꾸며 대규모 평가차익을 인식한 것은 취소돼야 한다고 입장이다. 

회계기준상 지배력 변경이 있는 경우에만 지분 가치를 시장가액으로 평가하는게 허용되는데 애초부터 바이오에피스는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하는 만큼 지배력 변경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증선위는 이 부분에서 금감원이 입수한 삼성 내부 문건을 근거로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기준 변경에 특정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봤다. 이는 고의적 분식회계 결론의 근거도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이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이 입수한 문건 중 하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11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보낸 이메일로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부채로 보고 시장가액 평가를 통해 회계에 반영할 경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다는 보고 내용이 있다.

이 이메일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합작계약서상 콜옵션 조항을 수정해 소급적용,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 콜옵션 평가손실 최소화 등 세 가지 방안을 삼성 미전실에 제시했다. 이 중 두 번째가 2015년에 현실화 된 것이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져 회계기준을 변경했다던 기존 해명과 달르게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이 부채로 잡히는 것을 모면하려 '콜옵션 평가불능 의견서'를 채권평가회사에 요구해 입수했다는 내부 문건도 존재한다.

단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그간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여 삼성물산과 합병시키려는 의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증선위는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자회사 회계처리 과정의 적정성만 살펴봤을 뿐 삼성바이오로직스 자체에 대한 가치평가가 맞느냐 아니냐는 감리 대상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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